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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쟁사 ㅣ 까치글방 199
존 키건 지음, 유병진 옮김 / 까치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TV 드라마 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드라마 '왕건'의 인기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 개인적으로 왕건을 좋아하는 시청자 중 한 사람의 자격으로 말하자면 역시 그 큰 스케일과 전국시대라고 하는 배경, 전술과 전략이 얽혀드는 호쾌함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전쟁사와 그 에피소드들에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아마 전쟁터라고 하는 상황이 극단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고 인간성의 양쪽 측면을 동시에 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물론, 그 매력이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이라는 뒷면을 간과하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제아무리 화려하게 그려진 전쟁이라도, 그 속에서 죽고 다치고 무너져간 사람들이 있으며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화를 당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면에서 더더욱, 전쟁을 다각도에서 파악해 보려는 움직임에는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을 빼놓을 수가 없는 이상에는.
전쟁이란 인류의 필요악이며, 천적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인간은 - 특히 남자들은 천성적으로 폭력성을 가지고 있어, 일정 숫자 이상에 도달하면 전쟁을 하게 되어있다고 하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클라우제비츠처럼 전쟁이란 정치의 연장선상이며, 지금과 같이 전국민을 동원한 전면전이 이상적인 전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중세 이탈리아처럼 용병집단을 고용하여 최대한의 효율과 최소의 피해만으로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사람도 있다...그만큼 전쟁은 인류사에서 빠진 적이 없음에도 그 정체는 모호하기만 한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는 대체 왜 전쟁을 할까? 그 질문은 다음 대전에서는 전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음이 명백해진 지금,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해 대답을 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전쟁사를 단순히 전술사나 전사(戰史)로써가 아니라 전쟁문화사로, 사회와 문화, 역사의 맥락 속에서 보여주려 한 시도는 재미있을 뿐 아니라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뭐 거창하게 말했지만 순수하게 전쟁사라고 하는 흥미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석기, 동물, 철기, 화기 등으로 장을 나누고 보론으로 요새화, 군대, 병참과 보급 등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정리하고 있어 자료적 가치도 충분하다. 덧붙이자면 저자 존 키건 교수는 최근 M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전쟁과 문명'(이 제목이 맞길 기도한다)에 조언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