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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 이집톨로지 시리즈 2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 지음, 용경식 옮김 / 영림카디널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전세계에서 하늘을 여신으로, 땅을 남신으로 묘사하고 있는 지역은 오직 이집트 뿐이다. 어디를 막론하고 하늘은 남신, 혹은 창조신이 차지한 자리였고 대지는 여신으로 묘사되었다. (한가지 더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은 일본으로, 태양을 여신으로 여기는 것도 이 나라 뿐이다.)
게다가 이집트에서 정식 왕권을 이어받는 것은 '제 1공주'였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물론 그런 이집트라 해도 모권중심 사회였던 것은 아니어서, 공주가 이어받는 왕권은 그 남편을 통해 정식으로 인정받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집트 왕가에서는 파라오가 될 왕자가 자신의 누이와 결혼하는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가 동생에 대해 자신의 우위를 주장할 수 있었던 명분 또한 바로 이 점이었다.
유독 이집트만이 - 라는 점은 분명 흥미롭지만,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이집트의 독특한 환경과 문화, 역사적 배경을 분석하는 것이 지금 해야할 일은 아니니 넘어가자. 중요한 것은 그 정도로 이집트에서 여신이 중요했다는 점이며, 저자가 바로 그 점에 주목하여 이집트의 수많은 여신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하나의 흐름이란 것이 바로 제목에서 말하는 '먼나라 여신', 즉 나일강, 하토르 여신이다. 저자는 이집트인들에게 있어 나일강과 특히 나일강의 범람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들의 삶이 얼마나 강에 달려있었는지에 주목한다. 생명의 젖줄인 나일강의 범람이야말로 '먼나라 여신'의 귀환이며, 이 여신은 때로는 자애로운 암소로, 때로는 무시무시한 암사자로, 때로는 파라오의 보호자인 두 여신 독수리와 뱀으로, 또 때로는 집안의 수호자인 고양이의 여신으로 변화한다. 저자는 많은 신화와 그 신화를 대표하는 여신들을 거대한 하나의 여신, 생명의 여신의 화신들로 통합해 놓고 있다.
그 시각도 흥미롭지만, 흐름을 따라가며 나오는 많은 이야기와 사이사이 들어있는 삽화며 사진들이 정말 볼만하다. 이집트 신화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나도 새로운 사실을 여러 가지 알고 놀랐다. 이집트, 특히 신화에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