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의 멸종
리처드 리키 지음 / 세종(세종서적) / 1996년 11월
평점 :
품절


세계의 인구, 적어도 구대륙에 살고 있었던 인류는 주기적인 인구감소를 겪었다. 인구수를 추정할 수 있는 사료가 남아있는 시대부터 가능해진 계산이지만, 인구는 꾸준히 늘다가 어느 순간 전쟁이나 질병, 자연재해를 겪어 확 줄어들고, 다시 꾸준히 늘어나다가 다시 줄어들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늘어갔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인구수 감소가 일어난 시점이 어느 문명권에서나 비슷하다는 점이다. 서로 상호작용이 없었던 시점에서도 말이다. 게다가 전쟁보다 크게 작용하는 것은 질병이다. 그래서 인구수의 증감 그래프를 보고 있노라면 심장박동 그래프를 보는 듯한데, 인간만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로 확대시켜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다섯번의 대멸종과 그 사이사이에 일어나는 주기적인 멸종도 그래프로 그려놓고 보면 커다란 심장박동처럼 보인다. 지구의 박동인 셈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무 이유없이 일어나는 절멸이 아님에 분명하다. 물론, 우리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지만 말이다.

종종 생각하는데, 우리는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 - 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정말로 우리가, 지구의 대실수이며, 전체 생태계를 말아먹을 만큼 대단한 존재인가? 과연 정말로? 글쎄. 현재 일어나고 있는 종의 감소가 인간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거야말로 어불성설이겠지만, 어쩌면 그런 방향에서 문제를 보는 것 자체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야 하며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겠지만. 생태학에 대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골 세계제국 - 아시아총서 제7권
임대희 / 신서원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고 하면 떠오르는 것. 초원, 유목민, 그리고 칭기즈칸. 사람들은 몽고제국이 엄청난 규모였다는 것, 서구인들에게 아직도 최대의 악몽으로 기억될 만큼 대단한 정복자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들의 침략을 받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정작 몽고가 어느 정도의 제국이었는지, 어떤 식으로 그 제국이 이루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막연히 대단했나보다고 생각하거나, 중국과 고려를 침공한 야만적이고 파렴치한 나쁜 놈들로 생각할 뿐.

몽골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든 얼마 안되는 유목민족들이 이룬 제국은 유사 이래 가장 넓은 -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 이상의 제국은 생기기 힘들 것이다 - 땅을 정복했다. 오랜 세월동안 실개천이나 다름없는 정도의 교류만을 지속해오던 동서양에 단숨에 엄청난 물꼬를 터, 양쪽 세계 모두에 변혁을 일으킨 것 또한 몽골이다. 이른바 근대 세계를 이루는 많은 나라들이, 몽고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들이 존재했던 방식으로 존재하지 못했을 세력들이다.

후대의 사가들 - 특히 중국 - 은 몽골에 대해 많은 것들을,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하고 때로는 왜곡하거나 무시했다. 정주민 - 농경민족의 잣대로 유목민족을 평가하는 것은 언제나 왜곡의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유목인들에게 있어 땅이나 성, 소유는 농경민들과 다른 의미를 지님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역사상 진짜 세계 제국이라 할만한 판도를 휩쓴 정복자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유독 몽고의 영향은 크고 길었다. 저자는 그 이유, 단순히 정복과 파괴가 아니라 몽골이 진짜 '세계 제국'으로 여러 민족과 나라를 아우를 수 있었던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종교적 관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책들. 중국에서도 몽고 지배하의 원나라에서 뛰어난 서민 문화가 꽃피었음을 상기해 보라. 이 책은 그런 모든 면을 다루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몽골 제국의 '세계성'을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다. 이 책만으로 몽골에 대해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입문서나 참고용으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인이 쓰는 역사교양서에는 다 비슷한 분위기가 실리는 건가 생각했었다. 로마와 이탈리아사를 쉽고 재미있고 자기 취향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나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 이집톨로지 시리즈 2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 지음, 용경식 옮김 / 영림카디널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전세계에서 하늘을 여신으로, 땅을 남신으로 묘사하고 있는 지역은 오직 이집트 뿐이다. 어디를 막론하고 하늘은 남신, 혹은 창조신이 차지한 자리였고 대지는 여신으로 묘사되었다. (한가지 더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은 일본으로, 태양을 여신으로 여기는 것도 이 나라 뿐이다.)

게다가 이집트에서 정식 왕권을 이어받는 것은 '제 1공주'였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물론 그런 이집트라 해도 모권중심 사회였던 것은 아니어서, 공주가 이어받는 왕권은 그 남편을 통해 정식으로 인정받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집트 왕가에서는 파라오가 될 왕자가 자신의 누이와 결혼하는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가 동생에 대해 자신의 우위를 주장할 수 있었던 명분 또한 바로 이 점이었다.

유독 이집트만이 - 라는 점은 분명 흥미롭지만,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이집트의 독특한 환경과 문화, 역사적 배경을 분석하는 것이 지금 해야할 일은 아니니 넘어가자. 중요한 것은 그 정도로 이집트에서 여신이 중요했다는 점이며, 저자가 바로 그 점에 주목하여 이집트의 수많은 여신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하나의 흐름이란 것이 바로 제목에서 말하는 '먼나라 여신', 즉 나일강, 하토르 여신이다. 저자는 이집트인들에게 있어 나일강과 특히 나일강의 범람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들의 삶이 얼마나 강에 달려있었는지에 주목한다. 생명의 젖줄인 나일강의 범람이야말로 '먼나라 여신'의 귀환이며, 이 여신은 때로는 자애로운 암소로, 때로는 무시무시한 암사자로, 때로는 파라오의 보호자인 두 여신 독수리와 뱀으로, 또 때로는 집안의 수호자인 고양이의 여신으로 변화한다. 저자는 많은 신화와 그 신화를 대표하는 여신들을 거대한 하나의 여신, 생명의 여신의 화신들로 통합해 놓고 있다.

그 시각도 흥미롭지만, 흐름을 따라가며 나오는 많은 이야기와 사이사이 들어있는 삽화며 사진들이 정말 볼만하다. 이집트 신화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던 나도 새로운 사실을 여러 가지 알고 놀랐다. 이집트, 특히 신화에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도스섬 공방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전쟁 3부작 중 최악이다. 사료가 부족했던 탓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 생생함은 떨어지고 어설픈 로맨스 소설이 되어버렸다. 중세 기사담을 좋아한다 해도 이건 좀 무리가 아닐지. 3부작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지중해 패권을 두고 벌어진 중요 전투를 묘사하고 있으니 기왕이면 읽는 김에 같이 읽어야겠지만, 앞뒤 두 작품에 비해서도 중요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전투일 뿐이다. 색채 3부작과 비슷한 정도 수준이라 말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 중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전쟁 3부작. 그 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다. (<로마인 이야기>의 팬들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강점은 사료가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재미있고 뛰어나게 재구성해낸다는 점. 물론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사료가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밋밋하고 재미없게 쓴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적어도 레판토 해전에 대해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왜냐고? 사료가 많으니까.

베네치아에 대한 나나미의 넘치는 애정에도 불구하고 꽤 공정하게 썼다고 생각하며, 박진감 넘치는 전쟁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녀가 늘 역사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해도 학자가 아니라 소설가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