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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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추락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세계경제 분석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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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7년 미국, 시장경제의 심장이 멎었다. 수많은 신자유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은 스스로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했다. 경제 구성원들 각자가 자신의 이익에 충실하며, 정부는 최소한의 선에서 규제를 하고(아예 규제를 하지 않을 수 있으면 더 좋다), 시장의 룰이 부서지는 것만 막아줄 수 있으면 경제가 원만하게 잘 굴러갈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이 깨어진 것이다. 그들은 결코 이번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시장이 일시적으로 그 균형을 잃은 것일 뿐이며, 충분한 시간이 지난다면 다시금 시장 스스로가 그 균형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미국의 경제 위기의 시작은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age, 신용도가 낮은 이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였다. 여기서 서브프라임이란 프라임, 알트(Alt. - Alternative) A, 서브프라임으로 나눠지는 미국의 신용등급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이다. 신용이 가장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에게 집을 담보로 장기간에 걸쳐서 (프라임 등급에 비해)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그 자체로는 서민들이 주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느슨한 규제와 낮은 금리의 환경 속에서 사람들에게 손쉽게 돈을 뽑아내는 목적으로 악용된 것이 문제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집값 거품이 붕괴되는 순간, 미국 경제에 악몽이 시작되었다. 주거용 부동산 부문의 위기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의 문제가 뒤따랐으며, 가계는 집값이 급락하는 사태를 맞았을뿐만 아니라 주식을 보유한 가계는 주식가치가 추락하는 상황을 맞았다. 수요는 급감했고 신용시장도 얼어붙었다. 미국의 경제위기가 시작된 것 이었다.
그런데 이번 미국의 경제위기는 세계화로 인해 서로간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짐으로써 미국 자체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았다. 다시말해 전세계적 위기로 번지게 된 것이다. 왜 이렇게 까지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해준다. 정부의 규제실패, 대마불사형 기업 문제, 잘못된 금융모델을 바탕으로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점, 대리(agency)의 문제 및 외부성(externality)의 문제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스티글리츠 교수는 명쾌하게 설명해나간다. 신케인즈학파를 대표하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저자의 내공이 돋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라)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면, 자연스러운 귀결로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이 궁금할 것이다. 그렇다면 스티글리츠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예전보다 정부의 역할은 강조되어야 한다.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는 죽었다. 이제 더이상 무작정 시장을 믿으며 시장 스스로가 해내기를 바랄 수 만은 없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혁신을 촉진하고 사회보장과 보험을 제공하며, 착취를 막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가 필요하다. 민간부분의 수익성과 사회의 수익성이 잘 조화되도록 규제를 설계해야 하며, 또한 시장경제의 규칙을 정하고 이러한 규칙을 잘 이행하는지를 감독하는 일을 도맡아야 한다. 이것이 실패하게 된다면 정부는 또다시 이번 위기와 같은 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니 말이다.
글로벌 공조를 통해 새로운 글로벌 금융질서를 만들어가야 한다. 더이상 자국 이기주의나 지역주의는 곤란하다.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글로벌 규제와 새로운 글로벌 준비제도 등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한 나라가 적절한 규제를 하는 데 실패하여 다른 나라들에게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새로운 글로벌 규제가 필요하다. 한편 과거 IMF(국제통화기금)가 위기에 빠진 나라들의 경기침체를 악화시키는 가혹한 조건들을 붙여서 자금을 지원한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금융위기 가운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신뢰 회복과 더불어 개인적 관계 및 공동체 의식을 회복함으로써 개인적인 이기심을 최대화하는 경제적 행동에 대한 유인을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서로를 믿지 못함으로서 발생하는 탐색비용과 절차를 줄어들게 하므로 경제의 효율성을 다시금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수많은 경제적 선택 가운데 단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에게만 유리한 결정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서로간의 승-승(Win-Win)을 바탕으로 한 결정을 내리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경제 위기는 참으로 여러 요인들이 섞인 복합적인 문제이다. 문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대침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벅찰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안된다.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며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 원인을 최대한 신속하고 강력하게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언발의 오줌누기와 같은 일시적인 미봉책을 사용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지금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미래를 포기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여전히 우리는 경제가 위기의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도 있지만, 또다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다. 시간이 더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세계경제는 조금씩 회복되어져 갈 것이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최종 순간까지 우리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의 위험성을 조심해야 함을 명심하자.
이 책 끝나지 않은 추락을 읽기 위해서는 긴호흡이 필요할 것 같다. 경제학을 공부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500여 페이지를 읽어나가는데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이번 세계경제위기를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다면 끝까지 읽어볼만 하다.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