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웜 -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
피터 밀러 지음, 이한음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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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무리로부터 교훈을 얻다>
 
위키피디아Wikipedia. 웹2.0의 대표적인 사례로 불리는 이 위키피디아(이하 위키)는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사용자 참여방식의 백과사전이다. 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되어 제공되는 기존의 사전과는 다르게 위키는 웹상에서 다양하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는 특색을 지닌다. 즉 기존의 사전과는 달리 사용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만들거나 수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완성된 결과물은 어떨까.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기존의 사전과 버금가는 완성도를 가질 수 있을까. 놀랍게도 정확성에 있어서 전문가들이 만든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웹상의 사용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토론과 수정을 통해 사전이 더욱더 정확해진 것이었다. 이는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가 전문가의 지혜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수의 개체-집단-들 간의 협력 또는 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지적 능력 및 집단적 능력을 '집단지능'이라고 한다. 앞서 살펴본 위키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보다 더 오래된 예가 있다. 웹2.0의 정보공동체의 핵심원리를 제공한 사례이기도 한 그것은 바로 '흰개미 무리'이다. 
 
흰개미 무리. 보잘것 없어보이는 흰개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이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 왔다.  가령 흰개미 일꾼들은 서로 직접 상호작용을 하는 대신에 함께 짓는 구조와 상호작용을 한다. 구조가 자라고 변함에 따라, 흰개미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도 변하는데, 구조자체가 그들의 안내자가 된다. 구조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흰개미의 이런 모습을 두고 간접 협동indirect collabora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 및 정보다양성informatiion diversity과 함께 집단 지성을 가능케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개미와 꿀벌, 참새 무리 등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무리들에게는 스마트 스웜Smart Swarm이라는 별칭이 있는데, 한글로 말하자면 '영리한 무리'라는 뜻이다. 조금더 살펴보도록 하자.
 
먹이를 찾는 먹이탐색 벌과 옮겨갈 집을 구하는 정찰벌의 모습은 우리에게 정보다양성informatiion diversity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지식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생각들의 우호적인 경쟁을 장려하는 것. 또한 선택 범위를 좁히는 효과적인 매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꿀벌의 무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지혜이다.
 
시행착오라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소수의 좋은 결과를 찾아낸다. 또한 탈중심적이고 분산된 방식과 단순한 경험법칙에 의존하여 작은 차이가 금세 큰 강점으로 바뀌게 하는 눈덩이 효과를 이용한다. 이것은 개미 무리의 이야기이다. 이런 개미들의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렇게 경이로운 개미 무리는 각 개체가 내린 결정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장 현명한 집단적 결정을 낳으므로써 영리하게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를 활용한다.
 
흩어짐없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참새 무리는 무리의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비행곡예를 펼칠때의 놀라운 조정 능력은 단순한 상호작용 및 적응모방의 결과이다. 적응모방adaptive mimicking이란 한 집단의 개체들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뭘 아는지에 관한 신호를 포착하면서 서로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뜻한다. 그들이 그런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 가가 집단 전체의 행동을 빚어내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영화 <반지의 제왕>에 이와 관련된 사례가 있다. 
 
흉칙하고 거대한 오크무리와 고귀한 요정무리들. 이들의 모습 및 움직임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만 같다. 각 개체가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모습은 너무나 리얼real해보인다. 도대체 이 영상들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사람의 신체에 센서를 붙이고 특정 동작을 하게 한다음 CG처리를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추측과는 달리 이 모든 것은 적응모방 및 단순한 상호작용 규칙들을 따르도록 짜여진 소프트웨어의 결과물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앞에서 살펴본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스마트스웜, 즉 영리한 무리들이 주는 자연의 원리를 얻을 수 있다. 자기조직화self organizing, 정보 다양성information , 간접 협동indirect collaboration, 적응모방adaptive mimicking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원리들은 우리의 삶에 응용되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모든 무리가 이렇게 현명하기만 할까.
 
사막메뚜기 떼는 무리(군중)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준다. 평상시 사막메뚜기는 다른  메뚜기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평화롭게 사막 식물들을 갉아먹으며 홀로 지낸다. 그런데 왜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진 농경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백만 명의 사람을 기아로 내몰게 된 것일까.
 
그것은 사막메뚜기의 개체수와 관련이 있다. 우기rainy season동안 갑작스럽게 늘어난 메뚜기들은 지나친 개체밀도로 인해 먹을 것이 부족해진다. 먹을 것을 찾아 움직이는 메뚜기들은 어느 새 큰 무리를 이루게 되고 유럽솔개와 같은 천적들로부터 안전해진다. 이렇게 거칠 것이 없는 메뚜기 무리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온통 쑥대밭을 만들고 다닌다.  이것의 해결책은 지나친 개체밀도를 낮춰주는 것인데, 이 사례는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무리의 폐단을 잘 보여준다.
 
스마트 스웜smart swarm, 즉 영리한 무리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집단이 가질 수 있는 현명함과 군중이 가질 수 있는 어두운 면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이러한 교훈들은 사회라는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희망을 북돋아주기도 하고, 잠재된 위험을 일깨워 주기도 할 것이다. 놓치지 말자. 역사의 흥망성쇠를 통해서 배우듯이 영리한 무리를 통해서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취사선택의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집단이 지혜를 모을 때 실수는 감소하고 최상의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이 사실을 명심하면서 우리도 영리한 무리의 지혜를 모방mimicking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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