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1. 살면서 큰불을 경험해본 적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 고딩때 벼락치기 공부하느라 새벽까지 연습장에 똑같은 단어를 수십번씩 암기하고 있던 와중에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웅성거리기 시작하면서 뭔가 싶어 나가보니 길 건너 주택가에 불이 난 것였죠, 다행히 도로에 인접한 주택인지라 빨리 진압이 되는가 싶었는데 한순간에 옆 빌라로 불이 옮겨 붙더군요, 사실 전 멍하니 입을 벌린 체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불이 무서우면서도 영화처럼 불길이 일어나는게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옆에서 불구경을 하던 아주머니가 큰일났다고 고함을 치면서 빌라에 사람이 있다라고 외치기 시작하면서 웅성거림은 비명으로 순식간에 변하더군요, 다행히 소방대원들이 일찍 감지하고 빌라문을 열고 아이와 가족을 바로 내보내고 불을 잡는 모습이 대단히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길의 느낌은 늦가을임에도 길 건너 제가 있는 곳까지 열기가 뻗쳐나오더군요, 그럴진데 그 현장에서 불길을 잡는 소방대원분들은 오죽했겠습니까, 사실 그 이후로 여즉 큰불을 다시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만, 그 당시에 느꼈던 불의 무서움은 고스란히 머리속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그 뜨거움속에서 빌라에서 아이와 가족을 밖으로 내보내던 그분들의 모습도 마찬가지구요,


    2. 하지만 그런 분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 여지껏 우리나라는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불이라는 재난이 그렇게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한번 발생한 화염의 재난은 정말 무섭더군요, 심지어는 어떤 나쁜 사람은 소방대원들은 평상시 하는 일 없는 놀고 먹는 공무원들 아니냐고, 그러니 언제 필요할 지도 모르는 비품을 매일 사다 바쳐야할 이유가 있냐고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나쁘죠, 그런 인간들은 자기 집에 불이 나봐야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하는 저도 나쁜 놈이죠, 하지만 여전히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의 복지문제는 정말 문제가 심각하기도 한 모냥입니다.. 갑자기 불 이야기하다가 사회비판으로 또 흘렀습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브루스 다실바라는 작가 아저씨가 늘그막에 집필하신 "악당들의 섬"이라는 스릴러소설입니다.. 이 작품이 시작하면서 방화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그래서 불의 무서움을 이야기하려다 말이 가지를 쳤습니다요,


    3. 로드 아일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죠, 그리고 중심도시 프로비던스는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지역사회가 좁습니다.. 그런 곳에서 연쇄적 방화사건이 벌어집니다.. 프로비던스의 한 지역인 마운트 호프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죠, 쌍둥이 아이가 화재로 사망하고 연쇄로 벌어지는 방화로 인해 많은 인명이 다치거나 죽음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 프로비던스 지역신문 기자인 멀리건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중이죠, 멀리건은 지역의 구석구석을 다 알고 있는 지역통입니다.. 그리고 방화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의 정보원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가진 사람이죠, 조금씩 사건속으로 들어가고자 하지만 그의 기자적 현실과 그를 외면하는 경찰조직등의 반대등으로 여의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멀리건는 세상물정 알만큼 아는 기자생활을 오래한 베테랑인만큼 세속적 정의를 위한 진실을 찾아내려 고군분투합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동료 여기자 베로니카가 있습니다.. 부자집 딸로 태어나 모자란 것 없이 살아가는 매력적인 그녀는 현재 이혼을 앞두고 있는 멀리건에게 빠져있는 여인이죠, 이들은 함께 기자로서의 진실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예상대로 진행되면 스릴러소설이 뭔 재미겠습니까, 안그래요,


    4. 이 소설은 대단히 가벼우면서도 기자적 관점에서 사회적 의도를 잘 실어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 아저씨가 4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신 경험이 그대로 문장에 드러나기 때문일겝니다.. 기사 편집으로 퓰리처상까지 타신 대단한 기자님이셨다네요, 자신이 쓴 단편을 본 에드 맥베인 할아버지 -유명한 87분서 시리즈-가 소설 함 써봐라고 하셔서 함 해볼라켔는데 잘 안되서 난중에 오토 펜즐러- 뉴욕의 큰 스릴러소설 서점 주인- 편집자가 맥베인 할배는 아무나한테 글 써봐라라고 하시는 분이 아닌데 니는 나이가 많지만 될성싶은 떡잎으니 한번 만들어봐라고 한게 아마도 이 작품 "악당들의 섬"인가 봅니다.. 역시나 이 작품은 문장이 감칠맛이 납니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사회적 경험과 조금은 영악한 듯한 인물들의 삶의 방식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대단히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키곤 합니다.. 물론 미국식으로 말이죠, 이 소설의 시간대는 집필시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보스톤 레드삭스에서 매니 라미레즈가 활약하던 2008년대 정도로 보입니다.. 소설속에 보스턴 레드삭스 덕후의 모습을 수없이 보여주니 말이죠,


    5. 이 작품은 현실적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소설속에 담아내죠, 물론 배경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모양새는 가상이지만 그 외에 등장하는 주변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미국의 로드 아일랜드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왜 로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제목이 "악당들의 섬"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속에서 드러나죠,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가할 지도 모를 과거의 이야기에서 이어져온 로드 아일랜드이 음지의 삶과 어둠에 대해 대강의 힌트를 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은 단순하게 사건에 집착하고 빠르게 사건에 접근하는 르포적인 기자의 행동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속에 기자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가져온 베테랑의 삶과 그 인물이 태어나서 한번도 자신의지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수많은 주변인물들의 연결관계를 현실감 넘치는 지역적 배경을 통해 매끄럽게 드러내고 있죠, 작가가 바라본 로드 아일랜드의 모습은 제법 기자의 시선답게 삐딱하고 거칠어보이지만 늘 그속에는 나름의 정의와 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네요,


    6. 사실 이 소설은 스릴러소설적 취향을 접목한 현장감 넘치는 다큐멘터리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의 이야기에 드라마틱한 사생활이 조금 더 가미된 부분을 제외한다면 딱 그런 느낌인 것이죠, 스릴러소설이 주는 그런 긴장감이나 서스펜스와도 같은 느낌은 그렇게 많지 않구요, 일부러 꼬아서 복선이니 암시등으로 사건의 드라마틱한 감성에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작가의 문장력으로 인해 충분히 즐거운 스릴러의 감을 찾을 수 있구요, 멀리건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품의 백미는 멀리건과 별거중인 정신나간 부인 도커스라는 캐릭터죠, 단 한순간도 모습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녀의 느낌은 소설 전체의 감성을 좌지우지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마무리도 일반적인 해결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데뷔작치고는 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확실해보이고 혹시라도 다음 작품들이 출시가 되어진다면 다실바 아저씨의 냉소적인 유머와 주변 인물들의 입체감 넘치는 대사와 삐딱한 사회비판적 시선이 그대로 담긴 조금은 더 스릴러틱한 액션이 가미된 작품으로 돌아와주시면 어떨까하는 바램은 있습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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