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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의 죽음 ㅣ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1. 아내가 자주 하는 말중에 결혼한 남자들은 부인 말 들어서 손해 볼 일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뭐 이 이야기는 저희 장모님도 수시로 하시는 말입죠, 전에도 몇번 독후감에 이런 이야기를 끄적된 적이 있지 싶은데 대체적으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어떤 상황적 판단이나 결정을 내려야되는 부분에 있어서 독단적인 결정은 언제나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특히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는 분명히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가장 좋습니다.. 그중에서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 부인의 판단력은 대단히 중요하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많은 남편분들은 아내의 이야기를 흘려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 지가 잘나서 무시할수도, 반대로 날 무시하는 듯한 어투로 말해서 짜증나서 그럴 수도 있죠, 특히나 나에 대한 상황적 위험을 되새기는데에는 아내의 충고가 제일 객관적일 수 있다는것이죠, 하지만 듣기 싫고 인정하기 싫은게 남자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하면 현재 내가 가진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한다는 철없는 개인만족용 이기심이 생기기 때문이죠, 남자는 철이 없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단순합니다.. 무엇보다 남자는 위로 한마디와 칭찬 한마디에 슈퍼맨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남성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고 모든 여성은 자신의 남성에게 자그마한 위로 한마디로 세상을 다 가질 수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을 망가트리는 것도 한순간이긴 하지만요,
2. 부부란 세상에서 가장 부족한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 충족시켜주는 존재들이라 생각합니다.. 알고보면 우린 부족한 인간들이죠, 특히나 나의 가정과 나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족한 일면을 채울 수 있어서 완벽한 세계가 형성될진데 혼자서는 부족한거죠, 그래서 우린 결혼을 하고 서로 보완하고 살아갑니다.. 충족될거라 믿었던 부분이 나랑 똑같으면 채워지지 않아 서로 갈라서게 되는거죠, 전 그렇게 봅니다.. 서로 똑같기 때문에 같은 사람은 함께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는 완벽한 부인과 완벽한 남편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거 부족한 부부가 하나되어 완벽해지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현모양처의 죽음"이라는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입니다.. 여기서 현모양처의 원문은 퍼펙트 와이프로 되어 있네요, 그러니까 남편에게 완벽한 부인이 왜 죽음을 당한 것일까요,
3. 해미시 맥베스는 여전히 스코틀랜드 서덜랜드의 해안가에서 태평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살인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딱히 자신의 실적을 가로챈 블레어 경감을 탓하지도 않죠, 그냥 그는 로흐두 마을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큰 야망도 성공하고자하는 목적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인거죠, 하지만 프리실라에 대한 사랑은 현재도 변함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런던에서 자신의 연인을 데리고 돌아왔죠, 큰 상처를 받은 해미시는 로흐두 마을에 새로 이사를 온 토마스 부부를 발견하고 그들의 이사짐을 나르는 것을 도와줍니다.. 트릭시 토마스는 대단히 활기찬 여성으로 오지랖이 대단히 넓은 여자인데다가 가난함을 이유로 주변에 이웃에게서 뭔가를 얻어내려는 욕심이 보여 해미시는 탐탕찮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릭시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여전히 보수적인 지역의 여성적 역할이 대다수인 로흐두의 부녀자의 생각을 바꾸어놓기에 이릅니다.. 트릭시로 인해 불러들인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조금씩 트릭시 토마스는 지역 남편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고 어느날 오전 자신의 남편과 주변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현모양처인 트릭시는 죽음을 당합니다.. 또다시 블레어 경감은 해미시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수사를 펼치고 멍청한 짓을 이어가지만 우리의 해미시는 늘 멋진 마무리를 합니다..
4. 이번 편은 더욱더 짠한 해미시의 모습을 보게 되네요, 물론 프리실라의 밀당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작품 시리즈의 재미중 가장 중요한 내용중 하나가 해미시의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3편까지 이어져온 상황적 획일성에 조금 판을 달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애초에 처음에 읽어면서 이렇게 비슷한 내용으로 이어지면 딱히 큰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었던 우려감을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같지만 다른 이야기의 흐름과 상황적 변화는 독자들로 하여금 꾸준히 해미시 시리즈를 찾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내용적 재미도 만만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기본적인 토대의 추리적 이야기는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그냥 우리 주변의 소규모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문과 사건과 연결된 주변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적 내면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장점은 비턴 작가의 특기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코지스러운 편안함을 중심으로 추리의 즐거움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5. 말씀드린대로 비슷한 구조의 좁은 지역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대동소이하면 시리즈를 자꾸 찾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은 우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시리즈를 시간적인 경과를 중심으로 이어나가면서 전작보다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시켜가는 영악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에이, 이번에도 저번 내용과 별 차이가 없네하다가도 늘 동일해 보이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상황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황의 변화를 중심으로 우리 사는 세상의 이야기와 접목시키고 또한 독자들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적 의도를 작가가 충분히 인식하여 그런 상황적 연결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뭐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니까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얘네들이 이렇게 조금 바뀌면 좋겠다싶은 일반적인 생각을 작가는 구태의연하게 고집하지않고 살짝 원하는 부분으로 만들어나가면서 다음 시리즈의 궁금증까지 이어나가는 방식이 이 시리즈를 꾸준히 찾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6. 사실 이 시리즈는 추리소설입죠, 추리적 영역에서 보다 구체화된 즐거움이 있어야되는데 아직까지는 추리에 대한 뭔가 과학적인 근거와 상황의 연결이 여느 범죄소설같이 딱딱 맞추어진 논리같은 즐거움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추리소설은 여전히 우리 주변의 삶과 사람들의 냄새가 가득한 이웃사촌들의 개인사나 내면에 대한 관음증적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게다가 여전히 추리보다는 주인공과 밀당하는 프리실라의 내면에 더 궁금해하는 상황인거죠, 고로 추리는 중심이긴하되 블레어경감에게 줘버려도 크게 문제될게 없어 보이는 상황같아 보입니다.. 물론 앞으로는 조금 달라지는 양상이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흡족했습니다만 누가 살인을 저질렀느냐를 찾아나가는 방법론이 살인자를 찾으면서 겪게되는 주변의 인물들의 삶에 더 집중하고 즐거워하는 독자들을 만난다는거죠,이 점은 추리를 즐거워하는 독자분들에게는 딱히 새로울게 없고 재미진 부분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어 고전 추리소설의 추리적 머리굴림에 익숙한 독자분들은 시리즈를 꾸준히 찾아보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보급판 페이퍼북 형태로 출간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7.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시리즈입니다.. 가격이나 출간의 형태나 재미적인 측면이나 나쁘지 않습니다.. 작가는 코지미스터리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시리즈가 주는 편안한 독서의 즐거움은 상당히 좋습니다.. 짧은 분량과 작품이 주는 가독성은 충분히 재미집니다.. 다른 시리즈처럼 집착스럽게 읽지 않아도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읽기에 이렇게 좋은 시리즈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목에 죽음이라는 의미를 두고 아내는 왜 자꾸 그런 무서운 작품만 골라서 읽냐고 하지만 막상 이 책을 읽어본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꺼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누군가의 죽음이 중요하긴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과 함께 우리가 알게되는 스코틀랜드의 한적한 마을의 여유로운 삶속에 놓여진 인간들의 다양함과 그 배경의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될테니 말이죠, 뭐 이런 경우는 아내의 조언이 틀린거네요, 아무리 부부라고 하더라도 특히 부족한 남편이지만 처음에 적은것처럼 무조건 아내의 조언이 다 옳은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우린 압니다.. 그죠, 부부라도 서로의 취향은 존중해줍시다.. 그게 싫으면 남편이 포기해야지 뭐,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