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구절

음악은 아직도 선한 것이 들어올 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확실히 깨닫기를 요구했다. 선율이 그 증거였다.









광기에 사로잡힌 메마른 영혼을 적시는 빗줄기 같은 첼로 선율이 책을 통해 들리는듯 하다.

여전히 지구 어딘가에선 총알과 포탄이 도시를 피로 물들이고, 소중한 가족을 처참하게 잃어야 하는 현실에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의 그 잔인한 속성은 역사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다.

인간이 벌이는 전쟁. 그러나 그 안에 진정한 인간은 없다.

인간이길 스스로 포기한 악마와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짖밟힌 생명체만이 있을뿐이다.

 

이야기는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점령당한 사라예보를 무대로 죽음의 공포 앞에서 삶의 의미와 품위, 그리고 인간애를 지키려 했던 이들의 투쟁의 드라마다.

절망적인 현재를 살고 있는 네 사람의 모습에서 전쟁의 야만성과 함께 인간 존엄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작가는 생생한 인물과 현실감으로 먼 나라의 사건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라고 믿도록 만든다.

 

가족과 (내키진 않지만) 이웃 할머니의 생명을 유지해줄 물을 얻기 위해 포탄이 쏟아지는 거리로 나선 케난.

사격선수였던 28세의, 이젠 저격수가 된 고뇌하는 애로.

남을 돌아볼 겨를없이 자신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았던 드라간.

빵을 얻기 위해 줄을 섰다 목숨을 잃은 22명의 친구와 이웃들을 위해 죽을지도 모르른 길 한 복판에서 22일 동안 매일 연주하는 첼리스트.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행복했던 일상이 전쟁으로 인하여 어떻게 달라지고 암담해졌는지를 사실감있게 전달한다.

 

언덕 위, 전쟁을 일으킨 저들을 증오하며 자신의 저격에 정당성을 찾으려했던 애로는 이제 의문을 품는다.

"나는 내가 나쁜 사람들을 죽이므로 선하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저들을 죽이는 이유가 내게 중요한가? .....그녀는 저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죽인다. 그렇다면 저들을 미워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면죄부를 주는가?..."

이유는 사라지고 악만남은 살육. 그 속에서 애로는 인간애를 찾으려 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주위엔 무관심했던 드라간은 죽음에 직면한 순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이 저 개였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는 전쟁이 터진 뒤로 줄곧 거리를 돌아다녔고, 가급적 주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기억 속 사라예보에서의 인간다운 삶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 도시가 사라진다면, 그건 언덕 위의 저들 때문이 아니라 이 골짜기 안에 있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죽음과 함께 사는 데 만족하고, 언덕 위의 저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될 때, 그때 사라예보는 사라질 것이다."

드라간은 이제 더이상 방관하는 도시의 유령이 아니다. 그는 자신과 이웃의 존엄을 찾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이웃 할머니의 물을 힘겹게 얻어다 주며 왜 그래야 하는지 불만을 느꼈던 케난은 산 자를 유령으로 만들어 놓은 이 전쟁에 더이상 동조하지 않기로 한다.

"...산 자 가운데 죽은 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광기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우리에 대한 기억조차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령이 아닌 때가 있고, 우리는 그 차이를 알아야 한다. 일단 그 차이를 잊으면, 그때는 유령이 되는 것이다."

전쟁 이전의 자신과 이웃들의 모습, 인간다웠던 모습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오늘도 포탄이 떨어지는 거리로 가족과 이웃 할머니의 물을 얻기 위해 나선다.

 

첼리스트는 마지막 22일째의 공연을 마친 후, 죽은 이를 기리는 꽃 더미에 첼로 활을 던지고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의 연주는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서서히 놓고 있던 순간, 파괴된 도시를 제건하고,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의 시작이었다.

 

반세기 전, 같은 아픔을 겪었던 우리에게 이 소설은 큰 공감을 줄 것이다.

역사의 산 증인들인 부모로부터 자라오며 들었던 생생한 증언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무참히 짖밟혔던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에게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할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가 살길 바란다면, 그가 살고 싶은 세계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쟁이 있는 한, 삶은 그것을 막는 하나의 예방책인 것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메마른 영혼을 적시는 빗줄기 같은 첼로 선율이 책을 통해 들리는듯 하다.
여전히 지구 어딘가에선 총알과 포탄이 도시를 피로 물들이고, 소중한 가족을 처참하게 잃어야 하는 현실에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의 그 잔인한 속성은 역사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다.
인간이 벌이는 전쟁. 그러나 그 안에 진정한 인간은 없다.
인간이길 스스로 포기한 악마와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짖밟힌 생명체만이 있을뿐이다.

이야기는 19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점령당한 사라예보를 무대로 죽음의 공포 앞에서 삶의 의미와 품위, 그리고 인간애를 지키려 했던 이들의 투쟁의 드라마다.절망적인 현재를 살고 있는 네 사람의 모습에서 전쟁의 야만성과 함께 인간 존엄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된다.
작가는 생생한 인물과 현실감으로 먼 나라의 사건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라고 믿도록 만든다.

 가족과 (내키진 않지만) 이웃 할머니의 생명을 유지해줄 물을 얻기 위해 포탄이 쏟아지는 거리로 나선 케난.
사격선수였던 28세의, 이젠 저격수가 된 고뇌하는 애로.
남을 돌아볼 겨를없이 자신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았던 드라간.
빵을 얻기 위해 줄을 섰다 목숨을 잃은 22명의 친구와 이웃들을 위해 죽을지도 모르른 길 한 복판에서 22일 동안 매일 연주하는 첼리스트.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행복했던 일상이 전쟁으로 인하여 어떻게 달라지고 암담해졌는지를 사실감있게 전달한다.

 언덕 위, 전쟁을 일으킨 저들을 증오하며 자신의 저격에 정당성을 찾으려했던 애로는 이제 의문을 품는다.
"나는 내가 나쁜 사람들을 죽이므로 선하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저들을 죽이는 이유가 내게 중요한가? .....그녀는 저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죽인다. 그렇다면 저들을 미워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면죄부를 주는가?..."
이유는 사라지고 악만남은 살육. 그 속에서 애로는 인간애를 찾으려 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주위엔 무관심했던 드라간은 죽음에 직면한 순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이 저 개였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는 전쟁이 터진 뒤로 줄곧 거리를 돌아다녔고, 가급적 주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기억 속 사라예보에서의 인간다운 삶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 도시가 사라진다면, 그건 언덕 위의 저들 때문이 아니라 이 골짜기 안에 있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죽음과 함께 사는 데 만족하고, 언덕 위의 저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될 때, 그때 사라예보는 사라질 것이다."
드라간은 이제 더이상 방관하는 도시의 유령이 아니다. 그는 자신과 이웃의 존엄을 찾기 위해 살아갈 것이다.

이웃 할머니의 물을 힘겹게 얻어다 주며 왜 그래야 하는지 불만을 느꼈던 케난은 산 자를 유령으로 만들어 놓은 이 전쟁에 더이상 동조하지 않기로 한다.
"...산 자 가운데 죽은 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광기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우리에 대한 기억조차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령이 아닌 때가 있고, 우리는 그 차이를 알아야 한다. 일단 그 차이를 잊으면, 그때는 유령이 되는 것이다."
전쟁 이전의 자신과 이웃들의 모습, 인간다웠던 모습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오늘도 포탄이 떨어지는 거리로 가족과 이웃 할머니의 물을 얻기 위해 나선다. 

첼리스트는 마지막 22일째의 공연을 마친 후, 죽은 이를 기리는 꽃 더미에 첼로 활을 던지고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의 연주는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서서히 놓고 있던 순간, 파괴된 도시를 제건하고,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희망의 시작이었다. 

반세기 전, 같은 아픔을 겪었던 우리에게 이 소설은 큰 공감을 줄 것이다.
역사의 산 증인들인 부모로부터 자라오며 들었던 생생한 증언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낱낱이 알려주었다.
무참히 짖밟혔던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에게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할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가 살길 바란다면, 그가 살고 싶은 세계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쟁이 있는 한, 삶은 그것을 막는 하나의 예방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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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골목시장 이야기 - 절망을 '절대 희망'으로 바꾼
윤승일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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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상깊은 구절


힘든 산을 올라야 남들도 알아준다.
그래서 남들 다 오르는 산에는 오르지 않는 것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기 두려운 시기다.

잘 다니는 직장도 언제 잃을 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다.

부부 중 누구 혼자만 벌어서는 현상 유지도 힘든 시기다.

늘어나는 자영업자만큼 실업자도 늘어나는 여유없는 시기다.

어느때 보다도 힘들다고 하는 경기 침체기 속에서 마냥 절망 속에 빠질 수 있는 나약한 마음에

희망을 품고 도전해 볼 동기를 제대로 부여해줄 책을 만났다.

힘들어 죽겠어를 연발하면서도 변화하려고, 진화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쉽고도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것 같다.

실제 한 재래시장을 모델로 재기 과정을 통해 경기불황으로 힘든 시기, 위기 극복에 꼭 필요한 메시지와 희망을 전해준다.

 

자양골목시장을 쏙 빼닮은 태양골목시장을 무대로 점포정리에 들어간 황국장과 시장을 자주 찾는 김연구원의 노력으로 변화의 물고를 틀게 되는 시장. 재래시장의 취약점들을 스스로 찾아 개선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상인들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발전하게 된다.

 

이야기는 위기 극복의 열쇠인 6개의 키워드에 맞춰 전개된다.

*변화는 생존전략이 아니라 생존 자체다

*한 사람만 나서도 조직은 살아난다.

*조직을 말아먹는 두 가지 함정에서 벗어나라

*보이지 않는 제3의 힘을 찾아라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소중하게 여겨라

*배워야 사는게 아니라 살려고 배우는 것이다.

 

각각의 키워드에 해당하는 일화들을 섞어 현실감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변화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변화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이미 문제 안에는 해답이 다 들어 있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다른 쉬운 길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문제 안의 해답이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문제 속에 담긴 해답을 덥석 건져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누가 그 해답을 손에 쥐느냐 하는 것이다. 말한 사람이 맡아서 책임지는게 일의 모양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개운치 못했던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문제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결론을 내려주었다.

 

회생 불가능하게 보였던 재래시장들의 잇단 변화의 바람에 구매자의 발길이 늘어나고 활기를 띄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있다. 그 안에서 그렇게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아마 모든 일에서 그와 같을 것이다.

모든 일이 꽃과 같을 것이다.

" 시장은 알고 보니 꽃과 같았다. 화분만 좋은 것으로 갈아주었다고 해서 싱싱하게 자라는게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거름을 주고 물을 주어야 예쁜 꽃을 피우는 법이다. 변화를 쉬지 않아야했던 것이다"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기 두려운 시기다.

잘 다니는 직장도 언제 잃을 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다.

부부 중 누구 혼자만 벌어서는 현상 유지도 힘든 시기다.

늘어나는 자영업자만큼 실업자도 늘어나는 여유없는 시기다.

어느때 보다도 힘들다고 하는 경기 침체기 속에서 마냥 절망 속에 빠질 수 있는 나약한 마음에

희망을 품고 도전해 볼 동기를 제대로 부여해줄 책을 만났다.

힘들어 죽겠어를 연발하면서도 변화하려고, 진화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쉽고도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것 같다.

실제 한 재래시장을 모델로 재기 과정을 통해 경기불황으로 힘든 시기, 위기 극복에 꼭 필요한 메시지와 희망을 전해준다.

 

자양골목시장을 쏙 빼닮은 태양골목시장을 무대로 점포정리에 들어간 황국장과 시장을 자주 찾는 김연구원의 노력으로 변화의 물고를 틀게 되는 시장. 재래시장의 취약점들을 스스로 찾아 개선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상인들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발전하게 된다.

 

이야기는 위기 극복의 열쇠인 6개의 키워드에 맞춰 전개된다.

*변화는 생존전략이 아니라 생존 자체다

*한 사람만 나서도 조직은 살아난다.

*조직을 말아먹는 두 가지 함정에서 벗어나라

*보이지 않는 제3의 힘을 찾아라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소중하게 여겨라

*배워야 사는게 아니라 살려고 배우는 것이다.

 

각각의 키워드에 해당하는 일화들을 섞어 현실감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변화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변화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이미 문제 안에는 해답이 다 들어 있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다른 쉬운 길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문제 안의 해답이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문제 속에 담긴 해답을 덥석 건져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누가 그 해답을 손에 쥐느냐 하는 것이다. 말한 사람이 맡아서 책임지는게 일의 모양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개운치 못했던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문제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결론을 내려주었다.

 

회생 불가능하게 보였던 재래시장들의 잇단 변화의 바람에 구매자의 발길이 늘어나고 활기를 띄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있다. 그 안에서 그렇게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는 미처 몰랐다.

성공에 이르는 길은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아마 모든 일에서 그와 같을 것이다.

모든 일이 꽃과 같을 것이다.

" 시장은 알고 보니 꽃과 같았다. 화분만 좋은 것으로 갈아주었다고 해서 싱싱하게 자라는게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거름을 주고 물을 주어야 예쁜 꽃을 피우는 법이다. 변화를 쉬지 않아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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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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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인간이 누군가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이나, 자신만 행복해지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간이 가능한 일이란 그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뿐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사랑에 대해 공감하며 생각하게 해주어 마음에 들었던, 소설집이라 읽는 호흡이 늘어지지 않아 좋았던, 그런 일본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호감 보다는 거리감을 많이 느꼈던 여느 일본 작품과 달리 마음에 와닿는 감동과 재미가 두루 있었고, 시라이시 가즈후미라는 작가의 사랑에 대한 철학이 따뜻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제목이 말하듯 이미 주제를 내빛이고 있다. 그동안 헤매이고 외로웠다면 이제는 사랑을 하라고...이야기는 모두 세 편이다. 

[만약 그가 진실을 안다 해도]는 한 편의 미스터리를 보는듯 했다.
기대와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결말에 작가에게 지고 말았다. 이런 류의 글을 읽으면 작가를 상대로 경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대로 끝맺음이 되면 작품이 시시하게 느껴지고, 작가를 이겨서 기분은 좋은데도 왠지 개운치 않고...
하지만, 이 이야기는 보기좋게 내가 지고 말았다. 그래서 기분이 개운한게 마음에 든 것이다. 

화자인 이치가와와 그의 부인 히사코의 얽힌 인연의 첫 단추를 찾아 다시 고쳐 여미며 그들의 결혼을 이어간다. 잘못된 만남에서 서로에게 죄를 짓게 되는 과정을 겪으며 그들은 진정한 용서를 배운것 같다.

"진지한 절망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사랑을 잉태하게 해준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다윈의 법칙]은 장정일씨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관한 깊이 있는 작가의 통찰력에 이내 그런 불편함은 사라졌다. 작가가 누군지, 그가 바라보는 사랑과 사람은 어떤 것인지를 잘 표현해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치카는 에이지와 불륜을 하고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무섭게 유전되는 불행이 가족에겐 있는듯 하다.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지만 결국엔 그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 가족이다. 다윈의 법칙에서처럼 자신의 자손을 많이 탄생시키는 동물적 진화론에서 보자면 치카의 불륜은 정당성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종의 보존이나 진화'는 아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하면 보다 풍요롭고 애정이 흘러넘치는 삶을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라는 깨달음과 함께 치카는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해 어두컴컴한 길을 통해 대로로 발걸음을 돌린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전개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순간, 주인공의 결심과 행동을 짐작하게만 하고 여운을 주며 끝맺은 결말이 마음에 든다. 

[20년 후의 나에게]는 열아홉의 미사키가  20년 후 미래의 자신에게 보낸 편지에서 희망과 힘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젊은 시절 '내가' 나이든 '나'에게 보내는 격려와 희망의 메세지..

" 20년 후의 나인 당신!
마음이 지쳐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거나, 그 누구도 좋아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나를 기억해주세요.
나는 지금 당신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멋진 사람과 만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무료한 일상과 지친 마음에 다가오는 사랑을 외면하려했던 미사키는 열아홉의 나를 배신하지 않기위해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볼 다짐을 하게 된다. 30대 후반 독신 여성의 일상을 제대로 표현했으며 직업에 대한 상세한 묘사도 괜찮았다. 무표정하게 읽다가 미소짖게 되고, 마지막엔 감동의 눈물도 살짝 흘리게 되었다.
오래전, 19세의 나는 어떤 모습의 39세를 희망했을지 추억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는 사랑을 스스로, 제대로 찾아가는 이야기들이다.
모습은 달라도 속깊은 사랑을 들여다 본다는 면에서, 복잡하게 꼬인 인연의 끈을 풀어간다는 점에서 공통된 주제를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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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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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사랑을 인류의 공통된 숙제라 한다.
그만큼 보편적이며 예견된 부담인데도 실은 인류는 그에 대한 준비를 그다지 하진 않는다.
사랑에 빠질 것을 대비해, 사랑이 던져줄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미리부터 공부하고 연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공부하고 연습하려면 어떤 것을 교재로 채택해야 할까.
사랑은 이렇듯 시작도 하기 전에 백기를 들게 만든다.
지피지기로 꼼꼼이 준비했다 해도 막상 실전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그 속으로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지는 게임이기에.

알랭 드 보통은 두 남녀의 행동과 심리를 통해 사랑을 해부하고 분석하고 있다.
그와 그녀가 던지는 대사에서, 보이는 눈빛과 행동에서 사랑을 읽고 평가한다.
명쾌한 심리분석이다. 사랑을 답사할 좋은 교재가 되지 않을런지.
그렇다고 지루한 것은 아니다.

흥미진진하며 지적인 연애소설...바로 그대로다!

'우리는 사랑일까'는 런던에 사는 광고회사 직원 앨리스가 파티에서 만난 남자 에릭과 이어가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연히 만난 상대를 환상적인 남자라고 생각하는 근사한 만남에서, 왠지 서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은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을 넘어, 결국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헤어짐을 결정하는 이별에 까지, 보통은 남녀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독자는 이야기 속에서 과거에 스쳤던 자신의 사랑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고있을까? 그가 여자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면서 그를 통해 남자들의 행동에 담긴 의미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남자의 사랑, 여자의 사랑....목적지는 같지만 경유지가 너무도 다른 둘의 모습을 보통은 잘 살려냈다. 또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철학적 이론을 들며 재치있게 담아낸다. 진정한 언어의 미학을 만난 것이다!

"누군가의 인품을 빨리 알고 싶다면
  우유를 한모금 입에 가득 머금었다가
  그에게 뿜어보라"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니 홀처의 작품을 인용한 부분에선 웃음과 함께 깊은 생각에 빠졌었다.
그 누군가가 '나'라면, 나는 어떤 행동을 보일까?

이렇듯 책을 읽으며 수십 번 '나'를 대입해보며 나와 남의 본질을 따져 보게된다.
많이 이야기 하고 적게 보여주는 그의 글은 어쩌면 따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겁지 않은 진지함과 놀라운 통찰력으로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그의 책은 남다른 매력이 풍부하다.
이제 그의 모든 작품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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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밤
세사르 비달 지음, 정창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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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에 가장 유명한 작가인 셰익스피어를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와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기에  그러하겠지만, 작품의 유명세만으로 이미 그에 대한 인간적인 평가도 내려진듯 하기에 그렇지 않을런지...

몇 달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그가 쓴 것이 아니라는 주제로 나온 미스터리 소설이 있었다.

생소한 이야기에 더욱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던 즈음 그의 유언장에 얽힌 비밀을 소재로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과연 그는 어떤 인간, 남편, 아버지였을까?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유언장 사본을 기초로 탄탄한 팩션을 선보인다.

역사학, 신학, 철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학식만큼 소설 또한 구성이 탁월하다.

 

이야기는 1616년 4월 23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이틀 뒤, 장례식이 끝나고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아내에게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둘째 딸에게는 은잔 하나를, 첫째 딸에게는 모든 재산을 유산으로 남겼다.

왜 셰익스피어는 그와 같이 믿지 못할 유언장을 작성 했을까?

어린 나이에 불같은 사랑에 빠져 혼인한 아내와 자신의 둘째 딸에게 어찌하여 모진 아픔을 남긴 것일까?

그렇다면 유언장엔 그가 드러내지 못했던 속내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는 첫째 딸만이 볼 수 있었던 미지의 인물을 만나면서 그 비밀을 벗겨낸다.

그의 일생은 그가 썼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부인, 앤의 사랑은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았고, 부인의 외도에 괴로워하는 상황은 오셀로와 같았고,

결국 자신의 딸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하는 결말은 폭풍우와 같았다.

작가는 그의 작품들이 곧 그의 인생임을 그럴싸하게 짜맞추어 사실감 넘치게 표현했다.

첫째 딸에게 사실은 전하러 찾아온 초현실적인 존재는 과연 존재 했었던 것일까?

그들의 하룻밤 대화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 두 개쯤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만큼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그가 그런 아픔을 갖고있었다니 놀랍고도 안타깝다.

나 또한 4대 비극과 4대 희극을 익히 읽었었다.

책 읽기의 재미를 몰랐던 14살의 여름 방학을 지루하게 보내던 어느날 우연히 눈에 띄었던 책.

너무 심심해 미치기 일보 직전이 아니라면 절대 책을 손에 쥐지 않았을 그때 다행히 만났던 책은 4대 비극이었다.

어찌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던지 태어나 처음으로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었던 전율과도 같은 기억이 내내 남아있다.

 

그렇게 독서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했던 훌륭한 책의 저자를 좀더 인간적이고 사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 책 또한 특별하다 할 수 있겠다.

책을 잘쓰는 작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뇌하고 아파하며 실수도 하는 한 인간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었기에 의미있었다.

장과 장 사이에 삽입된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인용한 문장들이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재미있게 읽을 역사소설로 머뭇거림없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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