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밤
세사르 비달 지음, 정창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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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에 가장 유명한 작가인 셰익스피어를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와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기에  그러하겠지만, 작품의 유명세만으로 이미 그에 대한 인간적인 평가도 내려진듯 하기에 그렇지 않을런지...

몇 달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그가 쓴 것이 아니라는 주제로 나온 미스터리 소설이 있었다.

생소한 이야기에 더욱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던 즈음 그의 유언장에 얽힌 비밀을 소재로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과연 그는 어떤 인간, 남편, 아버지였을까?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유언장 사본을 기초로 탄탄한 팩션을 선보인다.

역사학, 신학, 철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학식만큼 소설 또한 구성이 탁월하다.

 

이야기는 1616년 4월 23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이틀 뒤, 장례식이 끝나고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아내에게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둘째 딸에게는 은잔 하나를, 첫째 딸에게는 모든 재산을 유산으로 남겼다.

왜 셰익스피어는 그와 같이 믿지 못할 유언장을 작성 했을까?

어린 나이에 불같은 사랑에 빠져 혼인한 아내와 자신의 둘째 딸에게 어찌하여 모진 아픔을 남긴 것일까?

그렇다면 유언장엔 그가 드러내지 못했던 속내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는 첫째 딸만이 볼 수 있었던 미지의 인물을 만나면서 그 비밀을 벗겨낸다.

그의 일생은 그가 썼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부인, 앤의 사랑은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았고, 부인의 외도에 괴로워하는 상황은 오셀로와 같았고,

결국 자신의 딸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하는 결말은 폭풍우와 같았다.

작가는 그의 작품들이 곧 그의 인생임을 그럴싸하게 짜맞추어 사실감 넘치게 표현했다.

첫째 딸에게 사실은 전하러 찾아온 초현실적인 존재는 과연 존재 했었던 것일까?

그들의 하룻밤 대화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 두 개쯤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만큼 대문호라 일컬어지는 그가 그런 아픔을 갖고있었다니 놀랍고도 안타깝다.

나 또한 4대 비극과 4대 희극을 익히 읽었었다.

책 읽기의 재미를 몰랐던 14살의 여름 방학을 지루하게 보내던 어느날 우연히 눈에 띄었던 책.

너무 심심해 미치기 일보 직전이 아니라면 절대 책을 손에 쥐지 않았을 그때 다행히 만났던 책은 4대 비극이었다.

어찌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던지 태어나 처음으로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었던 전율과도 같은 기억이 내내 남아있다.

 

그렇게 독서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했던 훌륭한 책의 저자를 좀더 인간적이고 사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 책 또한 특별하다 할 수 있겠다.

책을 잘쓰는 작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뇌하고 아파하며 실수도 하는 한 인간으로 가깝게 느낄 수 있었기에 의미있었다.

장과 장 사이에 삽입된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인용한 문장들이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재미있게 읽을 역사소설로 머뭇거림없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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