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갑니다, 카지노
이겨울 지음 / 이채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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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는 <타짜>입니다.

문제는 제가 고스톱도 잘 못 친다는 겁니다. 고스톱을 좋아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저랑 몇 번 쳐보시더니 <우리 란코프는 밖에 나가서 고스톱 안 쳤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습니다. 어지간히 못 쳤나 봅니다...ㅎㅎ

그런 제가 이번에 카지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도 갑니다, 카지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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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놀란 건 책의 소재였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저자는 강원랜드 카지노라는 한 공간에서 매일 다르게 펼쳐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해 왔습니다. 한 달에 여덟 번씩 카지노에 가고, 그 이야기를 유튜브 채널로도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카지노 에세이라고 하네요.

작가의 삶을 살고 싶은 저로서는, 한 가지 주제를 이렇게 꾸준히 파고드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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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도 모르는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A.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하루 평균 8,000명이 찾는다.

B. 단돈 400원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C. 출입은 한 달에 15일로 제한되어 있다.

D. 카지노의 폐장 시간은 새벽 6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있다.

E.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 건 단 둘, <하우스>와 <전당포>뿐이다.

F. 카지노 안에는 <카운셀러>라 불리는, 이른바 앵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G. 출입 정지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약이,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E는 읽자마자 웃음이 나면서도 씁쓸했습니다. 결국 판을 깔아준 쪽과 돈을 빌려주는 쪽만 이긴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남은 건 이것이었습니다. 카지노의 진짜 고수는 돈을 많이 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한도 금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노는 사람>이라는 것. 정해둔 금액을 다 쓰면 미련 없이 일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잭팟 이야기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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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스톱은 물론 섯다조차 잘 모르는 저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블랙잭, 바카라, 홀덤처럼 카드 게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되는 대목들이 종종 나오는데, 카드를 전혀 모르는 저는 몇 번씩 다시 읽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게임이 아니라 그 안의 사람들에게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카지노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대 잭팟을 잡은 사람, 잭팟만 노리는 하이에나, 카지노에서 하루 일당을 버는 사람, 직장인의 이중생활, 그리고 불륜인지 작업인지 모를 이른바 <꽃뱀> 이야기까지.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습니다.

같은 카지노에서 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누군가는 웃으며 나오고 누군가는 빈손으로 나옵니다. 저자는 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도박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욕망 앞에 선 사람들에 대한 기록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주식 시장을 보면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건 주식장인가, 도박장인가.> 카지노든 주식이든 결국 중요한 건 같은 것 같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먼저 정하는 것.

카지노가 막연히 궁금했던 분,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관심 가지실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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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가 아닌 한국사 - K - 직장인 생존 필살기
박세준 지음 / 더로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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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삼국지가 아닌 한국사>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저자의 이력이었습니다. 학자가 아니라 관리와 영업, 사업 기획과 철수, 사업부 매각과 회사 인수까지 직접 겪은 직장인입니다. 게다가 노동조합장 출신이라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회사와 직원 사이, 위와 아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던 사람이 쓴 처세라서 그런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적이었습니다.

읽다 보니 저와 비슷한 연배이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맞아, 나도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좋은 선배에게 조언을 듣는 건 정말 좋은 습관인데, 이 책은 마치 술자리에서 인생 선배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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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존의 기술, 패착의 법칙, 현실의 문법이라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왕건, 이방원, 조광조, 이순신, 선조까지 익숙한 역사 속 인물들이 오늘날 회사의 장면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목차만 읽어도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 성과는 만드는 사람보다 증명하는 사람이 가져간다

  • 직속 상사가 안 된다고 하면 더 높은 상사를 움직여라

  • 조직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기록이다

  • Risk가 큰 사업에 몸담게 되면 <어떻게 발을 뺄까>부터 생각하라

  • 현장 점검 없이 보고서만 믿는 안일함은 리더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 고생은 현장이 하고 포상은 파워포인트가 받는다

그중 가장 와닿은 챕터는 <논리보다 태도가 먼저다>였습니다. 궁예가 관심법으로 의심하며 몰아세웠을 때, 왕건은 해명하는 대신 먼저 무릎을 꿇었고 그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저도 젊은 시절엔 논리로 설득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풀린 순간은 늘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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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오래 머문 챕터가 있습니다. <과거의 집착을 놓지 못하는 순간, 지금의 자리도 흔들린다>입니다. 이미 나라를 잃었는데도 과거의 왕관을 놓지 못해 결국 목숨까지 잃은 북연 왕 풍홍의 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베트남 법인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본사로 돌아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법인장 시절의 권한과 역할을 내려놓고 다시 조직의 한 사람으로 돌아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직함에 머물러 있으면 결국 지금의 자리마저 흔들린다는 이 책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판을 바꾼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Plan A, B, C까지 가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결국 판을 바꿔야 한다고요. 이 책은 판을 바꾸기 전에 먼저 버티는 법, 그리고 버텨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구분하는 법을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보여 줍니다. 7년의 야인 생활을 버틴 이방원과, 위험한 일에서 발을 뺄 줄 알았던 허종·허침 형제의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사고가 터지기를 기원하라>, <잘하는 것보다 잘하는 척이 중요할 때가 있다> 같은 챕터는 읽으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막상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운 말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그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역사 속 인물을 빌려 아주 잘 풀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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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직장 이야기와 엮어 풀어내는 저자의 내레이션이 무척 좋았습니다. 딱딱한 처세서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회사 이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분, 그리고 좋은 선배의 조언이 그리운 30~50 직장인분들이라면 관심 가지실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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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없이 혼자 떠나는 유럽 미술관 여행 -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로 읽는 명화 이야기
조민정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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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술관에 간 클래식>이라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습니다. 명화와 클래식 음악을 함께 엮어 소개한 색다른 책이었는데, 그때 저는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서양의 그림은 종교와 어우러져 끊임없이 다양한 표현을 해왔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고요.

그런데 정작 그 <종교>와 <이야기>를 모르니 그림 앞에 서면 늘 막막했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유명 미술관을 찾을 때마다 비슷했습니다. 이름난 작품 앞에서 사진은 찍었지만, 그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른 채 다음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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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가이드 없이 혼자 떠나는 유럽 미술관 여행>입니다.

저자의 이력이 재미있습니다. 스물셋에 세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다가 미술관 투어 비용에 놀라, 수십 권의 미술사 책을 읽고 직접 가이드북을 만들어 떠났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공부와 여행의 기록을 정리한 결과물입니다.

책은 서양 미술을 이해하는 두 개의 열쇠로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꼽습니다. 1부는 명화로 읽는 성경, 2부는 명화로 읽는 신화입니다. 3년 전 제가 막연하게 느꼈던 선입견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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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서양 그림에서 1부터 12까지의 숫자에는 각각 의미가 있다

  • 〈최후의 만찬〉에서 배신자 유다는 어둠 속에 잠긴 얼굴, 손에 쥔 돈주머니, 엎어진 소금통으로 알아볼 수 있다

  • 사자와 함께 그려진 성인은 성 히에로니무스다

  • 투구와 창, 부엉이, 메두사 머리가 달린 방패가 보이면 지혜의 여신 아테나다

  • 〈아담의 창조〉 속 하느님을 감싼 붉은 망토가 인간의 뇌를 닮았다는 해석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미술사 지식을 나열하는 대신, 그림 속 옷 색깔, 손에 든 물건, 곁에 있는 동물 같은 작은 단서로 인물과 이야기를 찾아내는 방법을 차근차근 짚어 줍니다. 책 말미에는 성경과 신화 속 인물들의 상징물을 정리한 부록까지 있어 실제 미술관에서 꺼내 보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최후의 만찬〉이었습니다. 수없이 봐 온 그림인데도 유다가 누구인지 제대로 찾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소금통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그림이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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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첫째, 저자의 여행 이야기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물셋에 직접 만든 가이드북을 들고 유럽 미술관을 누볐다는 이야기가 무척 매력적이었는데, 본문에서는 그림 해설이 중심이다 보니 그 현장의 이야기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렀는지, 직접 보니 어떤 점이 달랐는지 같은 저자의 경험이 곳곳에 더해졌다면 <여행>이라는 제목이 더 생생하게 살아났을 것 같습니다.

둘째, 그림 속 단서들이 워낙 작다 보니 책의 지면만으로는 세밀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최후의 만찬〉의 소금통처럼 작은 소품은 원화를 크게 띄워 놓고 함께 찾아보며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이라면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원화를 곁에 두고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외우기보다, 미술관에 가기 전 해당 장을 미리 읽고 부록을 챙겨 가는 <여행 동반자>로 활용하면 가장 빛을 발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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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이 책만큼 정확하게 보여준 책도 드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유럽 미술관에 가게 된다면 저도 도슨트 없이 이 책 한 권 들고 그림 속 단서를 찾아보려 합니다. 유럽 여행을 앞둔 분, 그리고 명화 앞에서 늘 막막했던 분들이라면 관심 가지실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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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 편견을 걷어낸 중국의 정치·경제·산업·문화
한재현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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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중국 주식 관련 책을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중국에 대해 꽤 부정적이었습니다.

M&A와 신규 사업 업무를 하면서 해외 기업 Teaser(제안서)를 검토할 때, 가장 어려운 곳이 늘 중국 업체였습니다. 웹에서 검색되는 회사 정보와 Teaser의 내용이 전혀 달랐고, 꽌시와 회계 실적에 대한 불신, 그리고 정부 정책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사업성 검토의 결론은 언제나 <Drop>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서평의 마지막에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사람은 본 것만 믿는다고, 저는 아직도 중국의 정책과 통계를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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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차이나 인사이드>입니다.

저자는 한국은행 초대 중국경제팀장을 지내고, 베이징 사무소와 상하이사무소장으로 중국 현지에서 직접 근무한 중국 경제 전문가입니다. 20년 넘게 중국을 연구해 온 사람이 정치, 경제, 산업, 사회·문화 네 개의 영역에서 중국을 들여다본 책입니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중국을 무조건 비판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뒤에 있는 역사와 제도와 사회적 맥락을 차분하게 설명합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 되었습니다.

목차부터 흥미롭습니다. 대부분 질문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중국공산당은 왜 독재에도 끄떡없을까?

  • 중국의 경제통계 숫자는 믿을 수 있을까?

  • 중국 주식에 투자할 만한가?

  • 중국에서는 왜 BTS가 나올 수 없을까?

특히 두 번째 질문을 보는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4년 전 제가 품었던 바로 그 의심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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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A. 중국에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다.

B. 중국 땅은 국가 소유라 집을 사도 토지는 70년 사용권이다.

C. 주식거래소가 상하이, 선전, 베이징 세 곳이나 있다.

D. 땅이 그렇게 넓은데도 중국 전체가 하나의 시간대를 쓴다.

E.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밀어주고 있지만, 대표 기업조차 아직 매출의 80%에 달하는 손실을 내고 있다.

F. 상하이는 중국을 대변할 수 없다.

G. 중국은 이제 <Made in China>에서 <Made for China>로 바뀌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건 E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중국의 첨단 산업을 <무섭게 쫓아오는 나라> 정도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국가 보조금과 저가 공세로 경쟁자를 밀어내는 중국식 전략을 설명하면서도, 화려한 퍼포먼스 뒤에 숨은 적자와 과잉공급의 그림자까지 함께 보여 줍니다. 기회와 리스크를 같이 보는 시선, M&A 검토를 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바로 그 관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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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반가웠던 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1부의 <화교의 탄생과 수난사>입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지내는 동안 화교들이 모여 사는 거리를 자주 지나다녔습니다. 동남아 곳곳에서 화교 자본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피부로 느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역사적 배경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400쪽 가까운 분량에 50개에 가까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넓게 보여 주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이건 단점이라기보다 이 책의 성격에 가깝습니다. 중국을 처음 제대로 알고 싶은 분에게는 오히려 이 방식이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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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저는 사람은 본 것만 믿는다고 썼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하나는 분명해졌습니다. 중국을 믿느냐 마느냐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아는 것>이라는 것. 뉴스와 편견으로 소비되는 중국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살아본 사람이 들려주는 중국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중국 투자나 중국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분, 그리고 막연한 이미지가 아닌 진짜 중국을 알고 싶은 분들이 눈여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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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오디세이 - 변화하는 세상에서 길을 찾는 64괘의 통찰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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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동안 여덟 번 회사를 옮겼습니다. 돌아보면 매번 가장 어려웠던 건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언제 움직일 것인가>였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야 하는지, 지금 떠나야 하는지. 그 판단 하나에 이후 몇 년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 첫 괘의 제목을 보는 순간 한참을 멈춰 있었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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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주역 오디세이>입니다.


동양철학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온 박재희 교수가 40여 년의 연구와 강독을 바탕으로 『주역』 64괘와 384효를 완역하고 해설한 책입니다. 『논어』, 『도덕경』에 이은 1일 1강 동양 고전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라고 하네요.


주역이라고 하면 점을 치는 책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저자는 주역이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매트릭스>라고 말합니다. 64괘를 혼돈, 화합, 회복, 희망 같은 여덟 장으로 묶어 인생 이야기처럼 읽히게 한 구성은 이 책만의 장점입니다.


다만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568쪽에 이르는 분량에 괘 이름과 한자 원문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주역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앞부분에서 속도가 꽤 더딜 수 있습니다. 동전을 던져 괘를 얻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읽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점보다는 해설 쪽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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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A. 첫 괘 건괘의 여섯 마리 용은 인생의 단계다. 때를 기다리는 잠룡부터 정점에서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는 항룡까지, 지금 내가 어떤 용을 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B. 혼돈은 실패가 아니라 준비다. 불안한 시기에 가장 많은 가능성이 태어난다.

C. 때로는 기다림도 능력이다.

D. 이길 싸움도 하지 않는 게 낫다.

E.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 이후의 태도다.

F. 몰락을 뜻하는 박괘 바로 다음에 회복의 복괘가 온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새 기운이 싹튼다.

G. 주역의 마지막 괘는 완성이 아니라 <미완성>이다. 완성은 정지이고, 미완성이 새로운 시작이다.


이 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건 D와 A였습니다.


D를 읽으며 회사를 대표해 오랫동안 소송을 진행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이기든 지든 시간과 비용, 그리고 사람의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었습니다. 3,000년 전 고전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A는 제 직장생활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여덟 번의 이직 중에는 잠룡처럼 기다려야 할 때 서둘렀던 적도 있고, 비룡처럼 날아올라야 할 때 망설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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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오래 머문 괘가 하나 더 있습니다. 56괘 여괘, <낯선 곳에서 나를 지키는 법>입니다.


베트남 법인장으로 지내던 시절, 저는 말 그대로 나그네였습니다. 한국에서 통하던 방식이 그곳에서는 통하지 않았고, 매일 나를 낮추면서도 중심은 잃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때 이 괘를 알았다면 조금 덜 흔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 역시 코로나로 모든 강의가 멈췄을 때 <물러날 때를 알라>는 돈괘를 얻고, 강원도 홍천에 학당을 세워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멈춤이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였던 셈입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보다, 고민이 생길 때마다 한 괘씩 펼쳐 보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립니다. 동양 고전에 관심이 있으신 분,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때>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관심 가지실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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