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또 하나 오래 머문 챕터가 있습니다. <과거의 집착을 놓지 못하는 순간, 지금의 자리도 흔들린다>입니다. 이미 나라를 잃었는데도 과거의 왕관을 놓지 못해 결국 목숨까지 잃은 북연 왕 풍홍의 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베트남 법인장이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본사로 돌아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법인장 시절의 권한과 역할을 내려놓고 다시 조직의 한 사람으로 돌아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직함에 머물러 있으면 결국 지금의 자리마저 흔들린다는 이 책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판을 바꾼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Plan A, B, C까지 가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결국 판을 바꿔야 한다고요. 이 책은 판을 바꾸기 전에 먼저 버티는 법, 그리고 버텨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구분하는 법을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보여 줍니다. 7년의 야인 생활을 버틴 이방원과, 위험한 일에서 발을 뺄 줄 알았던 허종·허침 형제의 이야기가 그랬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사고가 터지기를 기원하라>, <잘하는 것보다 잘하는 척이 중요할 때가 있다> 같은 챕터는 읽으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막상 입 밖으로 꺼내기는 어려운 말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그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역사 속 인물을 빌려 아주 잘 풀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