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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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경희궁에 갔었습니다. 그때 두 형제를 기다리며 읽으려고 <조선 미술관>을 들고 갔었는데요. 책을 읽다가 <조선 미술관> 2관인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배경이 경희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어 굳이 인연을 만들어봅니다.

 

<조선 미술관>은 부제처럼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김홍도, 신윤복, 정선 등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통해 그 시절의 조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궁 밖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모습은 어땠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림을 그리던 화가 옆에서 그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풍속화가 사생활이라면 기록화는 공공생활이고 풍속화가 드라마라면 기록화는 다큐멘터리다. 그래서 <조선 미술관>에서는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관과 궁궐 안의 공공 행사 기록을 담은 2관으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했다.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을 갖춘 화가들이 펼쳐낸 조선 후기 절정기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들어가는 글' ~

 

이 책은 궁궐 밖의 사생활을 담은 1'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 그리고 궁궐 안의 공공 행사 기록을 담은 2'궁궐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로 나뉘어져 있으며, 1관 제1전시실은 '풍류로 통하던 조선 양반들', 2전시실은 '가부장제 아래의 조선 여인들', 3전시실은 '하루하루에 충실한 서민들', 2관 제1전시실은 '숙종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다', 2전시실은 '영조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다', 3전시실은 '궁궐 밖에도 잔치는 있었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코로나 시기 온라인으로 미술관을 찾는 것처럼 방구석에서 도슨트를 따라 다니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꿈오리는 2관보다는 1관에 훨씬 더 오래 머무르게 되었는데요. 그때와는 다를지라도 어쨌든 지극히 서민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진경풍속의 주인공은 양반 또는 평민이다. 진경풍속은 선비 화가들이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처음 담으면서 시작되었고 소재를 평민들의 삶까지 넓히면서 완성되었다. 즉 양반 풍속으로 시작해 평민 풍속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p.12

 

진경풍속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 겸재 정선입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 문제로 달달 외웠기에 절대 잊히지 않은 이름이죠. "중국 생각으로 살던 시절에 그린 풍속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중국인이었지만 조선 생각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풍속화의 주인공은 모두 조선인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산수화와 풍속화를 모두 조선화시킨 화가가 바로 겸재 정선"이라고 합니다. 그 후 "조영석, 김홍도, 신윤복으로 이어져 대미를 맞이하였다."고 하는데요.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김홍도는 평민 풍속의 종결자이고 신윤복은 양반 풍속의 끝판왕이다. (중략) 김홍도 풍속화는 노동의 보람으로 넘치고 신윤복 풍속화는 놀이의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p.13

 

1관에선 "조선의 문화가 세계 제일이라는 문화 자부심이 가득했던 시절"을 담은 일곱 명이 그린 풍속화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 앞에 오래도록 머무르게 됩니다.

 

벼슬 없는 선비의 풍류를 담아낸 김홍도의 <포의풍류>, 홀로 비파를 타고 있는 선비는 바로 김홍도일 것이라고 합니다. <월하취생>속 젊은 김홍도는 생황을 불고 있고, <포의풍류>속 나이 든 김홍도는 비파를 연주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연유로 김홍도는 그림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홍도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책속 도슨트의 이야기로 들어보길 바랍니다.

 

 


신윤복하면 바로 떠오르는 <미인도>, 그 시대 미인도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인데요. 그의 재능은 아버지인 신한평으로부터 물려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 신한평은 "영조와 정조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 데 참여한 당대 일급 화원"이라고 하는데요. 아버지가 도화서에서 그림을 그렸기에 신윤복은 도화서에서 근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보다 그림 솜씨가 더 좋았음에도 도화서에 근무할 수 없었던 것은 친인척이 같은 관청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꿈오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림은 신한평의 <자모육아>라는 작품입니다. 엄마와 자식 셋이 한 방에 있는 그림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신윤복의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남동생인데요. 동생이 태어나면서 그동안 사랑받던 막내의 자리를 빼앗기게 된 둘째 신윤복이 서러움에 울고 있는 모습, 울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머니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모습, 그리고 이미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앉아 있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겠죠? 신한평은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낸 인간 심리 묘사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남긴 풍속화는 <자모육아> 하나뿐이지만,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신윤복의 풍속화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 수 있겠지요? 그 외 다양한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는 <조선 미술관>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방구석에서 관람하는 특별한 전시회,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그 시절의 조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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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 2022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I LOVE 그림책
임양희 지음, 나일성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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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 고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나의 나무>는 그들이 한 그루의 나무로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이야기이자 그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줄 것만 같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 아래 등을 기대고 앉은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일까요? 나무의 이름은 자두랑입니다. 고향 집 뜨락에 그늘을 드리우던 감나무를 생각나게 만드는 자두나무랍니다. 나무는 멀고 먼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이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아이가 한국에 있는 집을 그리워할 때마다 아이를 안아 올렸고, 아이는 나뭇가지를 타고 놀았습니다.

 

봄이면, 하얀 꽃들이 활짝 핀 나무 아래서 내 생일을 축하했어요. '나의 나무' ~

 

자두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아이의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었습니다. 폭풍우가 온 도시를 휩쓸고 지나가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자두랑은 뿌리까지 뽑힌 채 마당 한 가운데 쓰러져 있었습니다.

 

쓰러진 나무는 아이가 바라는 대로 트리 하우스가 되고, 로켓이 되고, 섬이 되고, 배가 되었습니다. 같이 놀던 남자 아이가 팔이 긁혀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는요. 아이는 자두랑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는 텅 빈 마당에서 자두랑을 떠올립니다.

 


뒷마당엔 어린 자두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오래된 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어린 나무는 알게 될까요? 자두랑처럼 새하얀 꽃을 피운 어린 자두나무, 나무에게 물을 주며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 어린 자두나무는 자두랑이 그랬던 것처럼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나의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당이 있는 2층 집, 그 집 1층엔 누구라도 찾아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방이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던 그때에 말이죠.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그런 나무 한 그루,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그런 나무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놀이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던 자두랑처럼요.

 

꿈오리 한줄평 :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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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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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 이 책은 조선 전기 천재이자 생육신, 학자, 사상가, 시인이기도 했던 김시습이 쓴 다섯 편의 단편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을 한 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금오신화>는 김시습이 한때 머물렀던 경주 금오산실에서 지은 새로운 이야기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는 <금오신화> 이후로 소설을 쓰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시인이었던 그가 왜 이야기책을 지은 것일까요? <이야기는 힘이 세다>의 저자는 수양대군이 단종을 보좌하던 대신들을 살해하거나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계유사화(계유정난으로 알려진)" 에서 답을 찾습니다.

 

31, 그가 머리를 깎은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계유사화로부터 시작된 시대와의 불화, 불의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역모를 역사로 만든 승자들에 의해 잘못 알려진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김시습은 이야기책을 지었던 것은 아닐까. 시인이지만 이야기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가진 천재였기에, 그래서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을 믿었기에 김시습은 <금오신화>를 썼던 것이 아닐까. '작가의 말' ~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다시 쓴 것으로 김시습이 제자인 선행과 함께 다섯 편의 단편에 대한 이야기와 감상을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인데요. 모두 다른 인물들을 내세운 다섯 편의 이야기엔 숨은 의미가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세조의 부당함과 단종의 억울함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설잠스님(김시습)이 쓴 이야기책 <만복사저포기>를 제자 선행이 읽으며 시작합니다.

 

 


 

만복사저포기

남원 땅에 사는 양생이라는 사람이 부처님에게 자신이 이기면 '아름다운 여인과 혼인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저포놀이를 제안합니다. 저포놀이에서 승리한 양생은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다리는데, 정말 선녀처럼 아름다운 규수가 나타납니다. 그 규수 또한 자신처럼 인연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된 후 둘은 백년가약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그 규수는 삼년 전 왜구가 침입했을 때 죽은 처녀의 혼령이었습니다. 양생은 그 사연을 알게 된 후 장례를 치러주었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아갔다고 합니다. 양생은 다시 장가를 들지 않았으며 어떻게 삶을 마감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남다른 자질을 가진 왕재로 태어나고도 때를 만나지 못해 빼어난 그 자질을 제대로 꽃피우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쫓겨나 원통하게 세상을 떠나셨으니, 어찌 이야기 속 처녀처럼 가엾고 애틋하지 않겠느냐. p.49

 

선행은 설잠스님(김시습)이 쓴 이야기책 <만복사저포기>를 읽은 후,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와 더불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는데요. 이야기 속 양생은 설잠스님, 규수는 어쩔 수 없이 숙부에게 양위한 후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를 간 어린 왕, 바로 상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님이 자신과 상왕(노산군)에 대한 이야기를 양생과 아름다운 처녀 귀신에 빗대어 쓴 것이지요. 그렇다면 스님은 왜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양생과 처녀에 빗대어 이야기를 지어낸 것일까요?

 

스님은 그건 수양의 세상인 지금 "자신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떠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널리 퍼지지 못하고 금서가 되어 불태워질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상왕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가 사람들 머리에 박혀 있으니 진짜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무엇보다 "감동하여 읽은 이야기들은 지은이가 어떤 마음으로 지어냈는지, 어떤 인물을 염두에 두고 주인공으로 창작해냈는지를 따져 보게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상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선행은 그저 기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잊어버리고 말 것이라 했지만, 스님은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이생과 최규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생규장전>, 홍생과 기씨 선녀와의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한 <취유부벽정기>, 박생이 남염부주에서 염마(염라대왕)를 만난 후 염라대왕의 후계자로 지목 받게 된다는 이야기 <남염부주지>, 한생이 박연에 있는 용왕을 만난 후, 세상의 명예와 이익을 쫓지 않고 명산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이야기 <용궁부연록> 등 네 편에 대한 이야기는 설잠스님과 선행의 수업을 함께 하며 들어보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다시 쓰는 <금오신화> 이야기 속 이야기, 이야기에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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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상자 - 애도에 관한 책 I LOVE 그림책
조애너 롤랜드 지음, 테아 베이커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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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상실감을 극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반려동물과의 이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슬퍼할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요? <기억 상자>는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슬픔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슬프지는 않아요.

언제든 나는 또 다른 풍선을 얻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결코 또 다른 당신을 가질 순 없지요.

보고 싶어요.

'기억 상자' ~

 

한 소녀가 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렸습니다. 꼭 잡고 싶어 달려갔지만 끝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소녀는 슬펐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처럼 슬프지는 않습니다. 풍선은 또 얻을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소녀는 두렵습니다. 혹시 그 사람을 잊어버릴까봐.

 


 

소녀는 그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 상자를 만듭니다. 함께 하던 추억들이 가득 들어갈 상자를요.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에 간 소녀는 기억 상자에 넣기에 딱 좋은 것들을 찾고는 합니다.

 

어떤 날은 웃고 또 어떤 날은 슬픔에 빠지기도 합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기도 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것은 함께 하기로 했던 일들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마음속에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소녀는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기도 합니다. 그 추억들 또한 기억 상자에 간직할 겁니다. 그래서 언제나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이젠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을 것임을 아니까요.

 

<기억 상자>는 부제처럼 애도에 관한 책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잃어버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려고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아 상실의 단계까지 이르게 되기도 합니다. <기억 상자>속 소녀처럼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치유가 되면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아 상실감도 회복이 되겠지요? 이 책은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슬픔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역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꿈오리의 기억 상자 속엔 할머니와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거들떠보지도 않을 물건들일지도 모르지만, 꿈오리에겐 언제든 함께 하고픈 것들입니다. 여러분의 기억 상자 속엔 무엇이 담겨 있나요?

 

꿈오리 한줄평 :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그 무언가를 잃은 이들이 슬픔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애도와 치유의 과정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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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지도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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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로 만났던 이어령 박사, 그가 들려주는 한국인 이야기는 한국인의 정체성,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찾아보게 만듭니다. 천하루 밤을 지새우면 아라비아의 밤과 그 많던 이야기는 끝나지만, '한국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별의 지도>는 이어령 박사의 유작인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어령 박사가 마지막까지 그렸던 꿈. 이상. 소망의 이야기"이자 "끝내 닿고자 했던 하늘과 별의 이야기""우리가 잃어버린 꿈과 이상을 찾아가는 마음의 지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취재하고 인터뷰해온 김태완 기자가 스승 이어령 박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긴 원고, 구술 자료를 물려받아 최종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별의 지도>1'별을 바라보는 마음', 2'별과 마주하는 마음', 3'별을 노래하는 마음'까지 모두 3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어령이 말하는 '하늘에서 본 지구'가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담겨 있는 '한국인 이야기',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는 천지인(天地人) '하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하면 먼저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게 되지요. 지상에서 마주한 얼굴이 하늘로 올라가 하늘의 얼굴, 하늘의 눈동자가 되면 윤동주 시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가 됩니다. p.15

 

우리에게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으로 인지된 윤동주 시인, 이어령 박사는 "자신의 하늘 이야기를 듣고 천지인을 알게 되면 윤동주 시가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 말하는데요. 학창 시절 암송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싶은 윤동주의 <서시>뿐만 아니라 김소월의 <진달래꽃> 또한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시험 단골 문제로 출제되었기에 지금도 외우는 사람들이 많지만, 두 편의 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그건 '' 그 자체가 아닌 오로지 시험공부에 급급하여 고착화된 고정관념 때문인 듯합니다.

 

<진달래꽃>은 이별의 시가 아닌 "이별을 가장하여 사랑을 노래한 시"라는 것인데요. 동사의 시제를 보면 과거 시제가 아닌 미래 추정형이라는 것, 그렇기에 이 시는 "이별을 상상하면서 이별을 통해 오늘의 반대되는 상황으로 오늘의 내가 누리고 있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시", "이별의 슬픔을 통해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것"이라 말합니다.

 

하늘에는 별이 있어요. 땅에는 잎새가 있지요. 먼저 하늘의 별은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어요. 그러나 땅의 풀잎과 같은 잎새는 바람이 불면 흔들려요. 잎은 떨어지면 쉽게 죽습니다. 그러니 잎새는 모든 죽어가는 것의 상징이지요. 별은 죽음을 초월한 것이에요. 죽지 않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했을 때, 내 마음속 심리적인 부끄러움이나 괴로움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극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시인의 마음이죠. 정치인이나 종교인의 마음이 아니라 시인이니까 윤동주는 하늘의 벌을 노래하지 스스로 하늘의 별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다시 천지인으로 돌아옵니다.

제일 높은 곳에 ''이 있고, 가장 아래에 '잎새'가 있고 그 사이에 '(사람)'가 있습니다. 위를 보고, 아래를 보고, 다시 시인으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p. 116~117

 

우리는 지금껏 윤동주의 <서시>를 저항시의 관점으로 들여다보았는데요. 이어령 박사는 "일제에 대한 저항시라고 했을 땐 정치적 레벨에서 읽은 것"이라며 <서시>를 읽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정치적 레벨에서 읽을 땐 저항시, 국가 개념을 털어내고 인간 레벨의 문제로만 읽을 땐 인간주의시, 종교적, 초월적 하늘의 레벨에서 읽을 땐 종교시, 이렇게 3개 층위로 읽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뜻은 천지인"이라고 말합니다.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애, 인간애, 우주애""하늘, , 사람으로 나눠놓으면 이 시가 금세 보인다."는 것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가지고, 풀잎의 괴로움을 가지고, 죽는 날까지 부끄러움이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래서 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별을 보고 하늘을 보는 여러분이 시인입니다. p.166

 

시인이란 "실제로 시집을 출간하고 문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시를 쓰는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며, 시인은 "마음이나 꿈을 만드는 사람" 이라 말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이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서시><진달래꽃>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다수의 시가 나옵니다. 그 시들에 담긴 하늘과 별에 관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픈 문장 덧붙입니다. "고정관념을 버리는 순간 우리가 꿈꾸는 별이 보입니다."

 

병에 물을 담으면 물병이, 꽃을 담으면 꽃병이, 그리고 꿀을 담으면 꿀병이 된다고 하던가요? 우리들 삶의 그릇도 이와 같아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겠지요.

미움과 증오보다 감사와 기쁨을 담아야 합니다. 병 안에 무엇을 담느냐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결정입니다. 오늘 우리는 마음의 병에 무엇을 담을까요?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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