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의 지도 ㅣ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평점 :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로 만났던 이어령 박사, 그가 들려주는 한국인 이야기는 한국인의 정체성,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찾아보게 만듭니다. 천하루 밤을 지새우면 아라비아의 밤과 그 많던 이야기는 끝나지만, '한국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별의 지도>는 이어령 박사의 유작인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어령 박사가 마지막까지 그렸던 꿈. 이상. 소망의 이야기"이자 "끝내 닿고자 했던 하늘과 별의 이야기"로 "우리가 잃어버린 꿈과 이상을 찾아가는 마음의 지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취재하고 인터뷰해온 김태완 기자가 스승 이어령 박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긴 원고, 구술 자료를 물려받아 최종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별의 지도>는 1부 '별을 바라보는 마음', 2부 '별과 마주하는 마음', 3부 '별을 노래하는 마음'까지 모두 3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어령이 말하는 '하늘에서 본 지구'가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담겨 있는 '한국인 이야기',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는 천지인(天地人) 중 '하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별'하면 먼저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게 되지요. 지상에서 마주한 얼굴이 하늘로 올라가 하늘의 얼굴, 하늘의 눈동자가 되면 윤동주 시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가 됩니다. p.15
우리에게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으로 인지된 윤동주 시인, 이어령 박사는 "자신의 하늘 이야기를 듣고 천지인을 알게 되면 윤동주 시가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 말하는데요. 학창 시절 암송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싶은 윤동주의 <서시>뿐만 아니라 김소월의 <진달래꽃> 또한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시험 단골 문제로 출제되었기에 지금도 외우는 사람들이 많지만, 두 편의 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그건 '시' 그 자체가 아닌 오로지 시험공부에 급급하여 고착화된 고정관념 때문인 듯합니다.
<진달래꽃>은 이별의 시가 아닌 "이별을 가장하여 사랑을 노래한 시"라는 것인데요. 동사의 시제를 보면 과거 시제가 아닌 미래 추정형이라는 것, 그렇기에 이 시는 "이별을 상상하면서 이별을 통해 오늘의 반대되는 상황으로 오늘의 내가 누리고 있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시", "이별의 슬픔을 통해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 것"이라 말합니다.
하늘에는 별이 있어요. 땅에는 잎새가 있지요. 먼저 하늘의 별은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어요. 그러나 땅의 풀잎과 같은 잎새는 바람이 불면 흔들려요. 잎은 떨어지면 쉽게 죽습니다. 그러니 잎새는 모든 죽어가는 것의 상징이지요. 별은 죽음을 초월한 것이에요. 죽지 않습니다.
(중략)
그러니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했을 때, 내 마음속 심리적인 부끄러움이나 괴로움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극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시인의 마음이죠. 정치인이나 종교인의 마음이 아니라 시인이니까 윤동주는 하늘의 벌을 노래하지 스스로 하늘의 별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다시 천지인으로 돌아옵니다.
제일 높은 곳에 '별'이 있고, 가장 아래에 '잎새'가 있고 그 사이에 '내(사람)'가 있습니다. 위를 보고, 아래를 보고, 다시 시인으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p. 116~117
우리는 지금껏 윤동주의 <서시>를 저항시의 관점으로 들여다보았는데요. 이어령 박사는 "일제에 대한 저항시라고 했을 땐 정치적 레벨에서 읽은 것"이라며 <서시>를 읽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정치적 레벨에서 읽을 땐 저항시, 국가 개념을 털어내고 인간 레벨의 문제로만 읽을 땐 인간주의시, 종교적, 초월적 하늘의 레벨에서 읽을 땐 종교시, 이렇게 3개 층위로 읽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뜻은 천지인"이라고 말합니다.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애, 인간애, 우주애"로 "하늘, 땅, 사람으로 나눠놓으면 이 시가 금세 보인다."는 것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가지고, 풀잎의 괴로움을 가지고, 죽는 날까지 부끄러움이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그래서 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별을 보고 하늘을 보는 여러분이 시인입니다. p.166
시인이란 "실제로 시집을 출간하고 문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시를 쓰는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며, 시인은 "마음이나 꿈을 만드는 사람" 이라 말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이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서시>와 <진달래꽃>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다수의 시가 나옵니다. 그 시들에 담긴 하늘과 별에 관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픈 문장 덧붙입니다. "고정관념을 버리는 순간 우리가 꿈꾸는 별이 보입니다."
병에 물을 담으면 물병이, 꽃을 담으면 꽃병이, 그리고 꿀을 담으면 꿀병이 된다고 하던가요? 우리들 삶의 그릇도 이와 같아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겠지요.
미움과 증오보다 감사와 기쁨을 담아야 합니다. 병 안에 무엇을 담느냐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결정입니다. 오늘 우리는 마음의 병에 무엇을 담을까요?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