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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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는 생존학생이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2014416,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탄 배가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입니다. '전원 구조'라는 앵커의 말에 안도한 것은 잠시 뿐, 그 뉴스는 오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믿기지 않는 참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엔 여전히 너무나 참혹하고 가슴 아픈 참사로 남아 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중 한 명"이 쓴 에세이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존자로서 겪어야만 했던 일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참사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서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용기 내어 자신의 삶을 보여준 저자에게 감사와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북펀드를 시작했을 때 바로 달려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세월호 생존학생 친구들과 비영리 단체 운디드 힐러(상처 입은 치유자)를 만들어 "트라우마에 취약한 아동과 갑작스러운 재난재해로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할 수 있을 일을 찾아 행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디 관심을 거두지 않기를, 생각을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p.9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당사자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불과 얼마 전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를, 그때의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을 수학여행, 학창시절 마지막 수학여행에 대한 기쁨은 채 하루도 지나지도 않아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침 식사 도중 식판이 기울어졌음을 알았을 때도 그런 참사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세요.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가만히 계세요. p.22

 

이때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문 너머로 보이는 해경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뉴스를 보던 모든 사람들 또한 제발 모든 승객들이 구조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간신히 배를 빠져나온 사람들, 뉴스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 325명 중 75명만 생존"했을 뿐, 사망자의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습니다.

 

 

 

 


서거차도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서도 제발 구조되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끝내 친구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같이 배에 올랐던 다른 친구들은 앞으로 영영 인사를 나누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34일의 수학여행은 두 달 하고도 열흘이 넘게 걸렸고, 2014625일 드디어 학교로 가게 되었지만, 누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일상을 되찾아 가는 여정 속에 저자와 친구들은 '이제는 없는' 친구들을 추억할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악플과 비난 여론은 생존학생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단단히 세웠던 벽을 허물고 세상을 바라봐야 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난 더 이상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니고 세상도 그만큼 변했다고.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고 말이죠. p.121

 

운디더 힐러 활동을 하고,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고, 독립생활을 시작하고, NGO단체에서 기후재난보드게임 강사를 하며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앞을 향해 살아가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상처에 공감하고 작은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을 때 무엇보다 큰 기쁨을 느낀다."는 저자는 지금도 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꿈오리 한줄평는 전 단원고 스쿨닥터였던 정신과 의사 김은지님의 "오늘을 살아내는 가영이들"을 위한 글로 대신합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의 마음에 슬픔만이 아니라 희망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가영이의 삶에 대한 존중과 경외가 아직 쓰이지 않은 스물여섯 이후의 삶에도 깃들기를, 이 세상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삶에도 깃들기를 바랍니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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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마트 - 2024 경남독서한마당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37
김유 지음, 소복이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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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꼼히 열린 문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죠?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바로 그 사자, 그렇다면 <사자마트>의 주인은 사자인 걸까요? 그런데 왜 마트 문을 열지 않고 그저 사람들을 지켜보고만 있는 걸까요? 점점 <사자마트>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사자마트>"마음에도 꽃이 피는" 마을버스, 아니 <마음버스>의 김유 작가와 소복이 작가가 함께 만든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거 아세요? <마음버스>에 이미 <사자마트>가 있었다는 것을요. 마치 예고편처럼 말이죠.

 

표지를 넘기면 범상치 않은 뒷모습의 누군가와 역시나 범상치 않아 보이는 두 개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보자마자 <마음버스>속 그 그림자가 떠올랐던 두 그림자, 혹시 <마음버스>처럼 깜짝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들은 아닐까요?

 

 


 

사자마트의 '사자'는 주인 사자 씨의 이름입니다. 사자 씨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사자마트에 많이 찾아오길 바랐습니다. 물건을 팔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면 '팔자마트'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자마트' ~

 

뒷모습만 보이는 이 사람은 사자마트의 주인, 바로 사자 씨입니다. 동물의 왕인 그 '사자'가 아니라 그냥 이름이 '사자'인 사자 씨,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오길 바라며 마트 이름을 '사자마트'라고 지었답니다.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사자마트, 그런데 사자마트엔 손님이 없습니다. "탈탈 먼지 털고 싹싹 비질하고 쓱쓱 걸레질"에 물건들도 깔끔하게 진열했는데, 도대체 왜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사자 씨의 우락부락한 외모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하필 사자 씨가 물건을 정리할 때 마트에 온 아주머니는 "마구 헝클어진 머리, 거친 숨소리"의 사자 씨를 보고는 깜짝 놀라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데요. 사자 씨의 외모에 아주머니의 말이 덧붙여져 엉뚱한 오해를 사게 되고, 사자마트의 '사자''물건을 사자'가 아닌 '무서운 사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아파트 단지 전깃불이 모두 꺼지게 되는데요. 그때 사자마트에 어린 자매가 찾아옵니다. 어두운데 괜찮겠냐는 사자 씨에게 "자세히 보니까 잘 보여요."라고 말하는 어린 자매, 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자 씨의 마음도 자세히 보면 잘 보였을 테니까요.

 

살다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오해를 하기도 하고 또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외모, 학력, 경제력, 가정환경, 피부색, 국적, 문화 등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과 선입견의 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나요? 사자 씨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선입견의 벽을 만드는 외모를 일부러 바꾸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는 행동을 할 뿐입니다. 첫 손님으로 온 어린 자매로 인해 사람들은 사자 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데요.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촛불 앞에선 사자 씨의 외모가 아닌 사자 씨의 다정한 말이나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사자 씨의 따스한 마음이 더 잘 보였겠지요? , <사자마트>에 등장하는 두 그림자의 정체가 궁금하신 분들은 사자마트에 가서 찾아보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사자 씨의 외모만 보고 선입견의 벽을 만들어낸 것처럼, 누군가를 선입견으로 함부로 판단하는 일은 없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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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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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만드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폭력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성폭력 등의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가 아닌, 피해자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든가 그럴 만 했다든가 등등 2차적인 가해를 하기도 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며 숨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숨어 사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꼬리와 파도>는 바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런 폭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이 서로 연대하여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결말은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작은 변화를 통해 언젠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우리가 지켜 줄게. 혼자서는 못하지만 우리가 되어, 너를 지켜 줄게. p. 257

 

<꼬리와 파도>는 체육 교사인 무경의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무경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제자들의 이야기를 배치하여 현재와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시절의 청소년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까지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안겨줍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으로 연대를 제시하는데요. 이때 그 시절의 최아라 선생님과 현재 체육 교사인 무경처럼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그들의 연대에 힘을 실어주는 어른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는 체육 교사인 무경에게 제자 선이와 미주가 찾아오며 시작합니다. 온라인 수업 중에 일어난 아주 사소할 수도 있는 일로 인해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메시지를 받게 된 선이, 하지만 선이가 원인 제공을 했을 수도 있다고 하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선이와 미주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무경은 선이와 미주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건 바로 무경 그리고 둘도 없는 친구였던 지선에게 일어났던 일이기도 했던 까닭입니다.

 

축구 선수를 꿈꿨지만 체육 교사가 된 무경, 절실한 마음만큼 표현하고 행동 하지는 못했던 예찬, 우등생이라는 겉모습 뒤에 상처를 감추고 사는 서연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현정, 이들은 각자가 품고 있던 상처와 아픔을 나누고 치유해 가며 서로 연대하여 부당한 현실을 바꾸려 노력합니다. 단시간에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순 없겠지만, 암울한 현실에 실망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현명한 방법으로 싸워나가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친구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며, 또 누군가는 침묵하는 방관자가 아닌 피해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벌을 주고 사과를 받아 낼 용기는 나지 않았으니까.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 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 잘못한 것도 나, 용서하는 것도 나, 용서받는 것도 나, 그것으로 끝. 그러나 지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선은 마음 깊숙한 데서부터 무너졌고 축구를 그만뒀고 무경 앞에서 다쳤고 아무도 몰래 죽으려고 했다. p.62

 

무경의 중학교 축구부 코치는 무경의 재능을 이용해 명예와 부를 거머쥘 생각을 합니다. 무경은 코치의 요구와 행동들이 버거웠음에도 자신을 위해 애쓰는 것은 진심일 거라 생각하는데요. 축구 선수를 꿈꿨던 무경이 그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친구 지선이 코치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죽으려고 생각한 일 때문입니다. 무경은 "지선의 아픔과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불"처럼 달려들었지만, 그 일은 무경이 의도한 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급기야 피해자인 지선에게 2차적인 폭력이 가해지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듯한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성폭력을 당할 뻔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코치, 지선에게 "너 잘못한 것 없다."는 말을 건네며 지선에게 힘이 되어줄 것만 같았던 코치 또한 또 다른 가해자가 될 뿐이었습니다. 믿은 만큼 다친 지선이 어둠 속에 숨어버리자 무경을 축구를 그만두고 체육 교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가을바람을 따라 나란히 흔들리는 수백의 파란 꼬리들이 달빛 아래 너울대는 파도처럼 보였다. p.253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숨어버리는 피해자와 달리 제자를 추행한 축구부 코치, 수업 시간에 성적 농담을 여과 없이 늘어놓는 물리 교사, 상담을 핑계로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을 성추행한 교사, 학교폭력 가해자 등은 사과는 커녕 학교를 옮겨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에 무경과 예찬, 현정과 서연은 매년 열리는 유등축제 때 유등에 꼬리를 달아 친구들이 겪었던 일을 세상에 알리게 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해자들의 만행 또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우리의 미래는 무경과 예찬, 현정과 서연, 네 사람이 꿈꾸는 것처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요? 덧붙여 우리 아이들 곁에 최아람 선생님이나 무경처럼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봅니다!

 

 

꿈오리 한줄평 :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연대를 통해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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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I LOVE 그림책
피비 월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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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봄날에 만나는 아름다운 그림책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책은 "수채화와 콜라주에서부터 패브릭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예술가" 피비 월이 한국 독자들을 만나는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랑스럽고 예쁜 그림과 따스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숲속 요정마을에 간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요. 헤이즐과 요정 마을 친구들이 들려주는 계절의 아름다움, 생명의 소중함과 우정, 친절과 배려가 함께 하는 공동체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어느 날 오후, 작은 마녀 헤이즐은 집으로 가는 길에 특이한 것을 발견했어요.

'고아가 된 알인가 봐!' 라고 헤이즐은 생각했어요.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이야기는 작은 마녀 헤이즐이 알 하나를 발견하며 시작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찾아오는 이가 없자, 헤이즐은 알을 집으로 가지고 가는데요. 알에서 깨어난 건 부엉이였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엉이 오티스는 집 안에 있을 수 없을 만큼 자라게 되고, 바깥에서 살게 됩니다. 그 후 오티스는 헤이즐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오티스는 다른 올빼미들과 함께 살아야하는 야생 동물이었으니까요. ​​

 

저들 중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없나 봐?

아무렴, 당연하지, 그리고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일이 어디 있겠니?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가장 아름다운 여름날, 사서, 우편 요정, 구두 수선공 그리고 다른 요정 친구들은 휴가, 수영, 파티 등을 하며 여름날을 즐기고 있었지만, 헤이즐은 언제나 바빴습니다. 같이 놀자는 친구들을 따라 잠시 동안만 놀기로 한 헤이즐은 달이 뜰 때까지 멋진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숲속에 가을이 찾아오고, 정원에서 일을 하던 헤이즐은 "귀를 찌르는 듯하고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시끄러운 소리"를 듣게 됩니다. 무섭기는 하지만 알아내려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것, 헤이즐은 친구들과 함께 숲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끄러운 소리를 내던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친구가 됩니다. 헤이즐과 숲속 친구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그 친구는 누구일까요? 그 친구는 왜 시끄러운 소리를 낸 것일까요?​​

 


겨울이 되어도 헤이즐은 친구들을 도와주느라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집으로 가던 도중 헤이즐은 눈 더미에 갇혀 버리고 마는데요. 그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누군가 나타납니다. 캄캄한 어둠을 뚫고 말이죠.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이치를 이야기하는 봄,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바쁜 중에도 여유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여름, 친절과 배려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따스한 공동체의 삶을 이야기하는 가을, 겨울의 이야기,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꿈오리 한줄평 : , 여름, 가을, 겨울, 함께 라서 더 아름다운 숲속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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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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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대한 사랑과 갈망도 전혀 줄지 않는다. 머리가 희어지는 속도보다 가슴이 더 빠르게 붉어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 가속적으로 늘어나는 흰 머리가 불변의 청춘으로 회귀하고 있는 속도를 드러내는 역설적인 표상일 수 있다는 걸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p.185~186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범신 작가, 그는 <토끼와 잠수함> <흰 소가 끄는 수레> 등의 소설집, <죽음보다 깊은 잠> <불의 나라> <은교> 등의 장편소설,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힐링>등의 산문집 등 정말 많은 책을 출간하고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이자, 25편 이상이 드라마나 영화, 연극으로 제작되어 다양한 징르에까지 영향을 미친 작가이기도 합니다.

 

2023년 등단 50주년을 맞아 두 권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순례>를 동시에 출간했는데요. <두근거리는 고요>"신문이나 잡지, 팬클럽 '와사등' 홈페이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한 글들을 묶은 산문집으로 소소한 일상, 문학에 대한 갈망, 자본주의에 잠식당한 현대사회의 불평등구조와 부조리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있는 집 - 와초재 이야기', 2'나는 본디 이야기하는 바람이었던 거다 - 문학 이야기', 3'머리가 희어질수록 붉어지는 가슴 - 사랑이야기', 4'함께 걷되 혼자 걷고, 혼자 걷되 함께 걷는다 - 세상 이야기'까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든 연애는 필연적으로 '일상화'의 과정을 겪는다. (중략) 결혼을 통해 사랑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의미에선 착각에 불과하다. '연애'는 나날이 조금씩 까먹고 그 자리에 '우의'를 더께로 쌓는 것이 결혼생활일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꼭 쓸쓸해할 일만은 아니다. '연애'란 고도의 생물학적 긴장 상태일 터, 만약 계속 뜨거운 연예를 지속해야 한다면 일찍 죽게 될 게 확실하다. 연애의 '일상화'는 그러므로 우리를 오래 살게 만든다. 지혜로운 자는 오래 산다고 하지 않던가. '연애''우의'로 바꿔 가는 걸 '지혜'라고 불러도 좋은 이유가 거기 있다. p.15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있는 집", 논산 글방 '와초재' 이야기는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와초재를 찾아온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전업주부로 43년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의 삶, 예쁜 나뭇잎을 주워 창호지에 덧붙이던 날이 일 년에 꼭 한번은 환한 표정을 짓는 날이었다는 어머니의 삶, 아내를 잃고 나서야 아내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는 한 남자의 삶 등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 "나의 삶이 훨씬 더 향기로워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을 이해하는 깊이가 나이순이 아니듯, 삶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렇다. 어떤 이는 늙었어도 고슴도치처럼 여전히 가시를 외부로 뻗고 있고, 어떤 이는 젊었어도 가시를 제 몸 속에 쟁여 들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또한 젊든 늙든 가시가 저 자신을 겨눈 자학적인 타입의 사람들도 늘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가시를 외부로 뻗치고 있는 것이 얼핏 용감하게 뵐지도 모르나 이는 삶에서 가장 하수이고, 가시를 저 자신에게 겨누는 태도는 스스로를 괴롭히니 행복해지기 어려울 뿐이며, 가시를 가지런히 내장해둔 채 가시 없는 선인장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삶과 세상을 대할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상수라 할 것이라는 점이다. p. 84~85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의 전략적 도구"라 말하는 선인장의 가시, "고통, 인내, 상처, 죽음"과 같은 낱말이 떠오른다는 선인장의 가시, 선인장을 삶의 태도에 비유한 저자는 자신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늘 먼저 나 자신의 과오를 성찰하고 탓하는 자학형"이었다 말하는데요. 꿈오리 또한 지금껏 그런 삶을 살아왔지만, 요즘의 꿈오리는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외부로 뻗고 있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몇 십 년의 세월이 더 지나고 나면 "가시를 내장해 둔 채 가시 없는 선인장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삶과 세상"을 대할 수 있게 될까요?

 

오직 사람만이 효용성이 없는 추상의 가치를 이해하고 속 깊이 품는다. 영원성이 그러하고 사랑이, 신이, 행복이 그러하다.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지만 기실 이것들은 손으로 만져본 적도 없고 눈으로 본 적도 없는 가치이다. 영원이든 신이든 행복이든, 따져보면 모든 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로 통합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늘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사랑만이 가장 큰 권력이다!" p.258

 

"더 큰 아파트 더 빨리 달리는 자동차를 갖고 싶은 세속의 욕망, 불멸, 완전한 사랑, 신과 가까워지려는 초월적 욕망", 저자는 사람에겐 두 가지 층위의 욕망이 있다며, "욕망으로 쌓은 생의 기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우면서 가다보면 온몸이 나뭇잎처럼 가벼워질 것"이라 말합니다. "자본주의적 소비 욕망이 아닌 초월적인 욕망을 품고 살아야 참된 삶의 품격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욕망에서 한 걸음씩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와초재, 문학, 사랑, 세상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 : 소소한 일상 속에서 살아온 삶을 성찰하고 살아갈 삶을 통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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