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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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문득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풍경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나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이 잠시 머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오늘에만 머물지 않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 만나지 못한 시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쩌면 그리움은 우리를 과거에 붙잡아 두는 마음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곳을 향한 마음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에 대하여'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헤세의 깊고 섬세한 시선을 담은 에세이로 유년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여행과 방랑에 대한 동경, 자연과 예술에 대한 사색까지 헤세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곳에 머물러 평온한 삶을 원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향해 떠나고 싶어 했던 헤세의 마음은 자연과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라보는 그의 섬세한 시선 속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특히 나비와 구름, 숲과 산 같은 자연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발견하게 하는 대상이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글에서는 순수했던 시절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어린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나무는 저녁에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불안해할 때 솨솨 소리를 내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들은 긴 생각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들보다도 더 긴 삶을 살아 내어 길고 고요한 호흡을 한다. 우리가 나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한 그들은 우리보다 현명하다.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면서 생각이 짧고 어린아이같이 서두르던 우리들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p.58

 

나무는 아무것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낼 뿐입니다. 비바람을 견디고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나무가 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헤세가 나무를 바라보며 삶의 근원적인 법칙을 이야기한 것도 아마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려고 애씁니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서두르고, 때로는 내가 원하는 모습보다 다른 사람이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놓치게 됩니다.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나무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나 역시 나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다른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되는 것. 그저 나의 자리에서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어쩌면 헤세가 말하는 '고향'과 '행복'은 멀리 있는 특별한 곳이 아닐 것입니다. 다른 무엇이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순간,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곳이겠지요. 나무의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했던 숲의 가장자리는 사라지고 이어 다른 숲의 가장자리들도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철책으로 둘러싸이고 목초지는 사라져 간다. 돈, 산업, 기술로 대변되는 현대 정신이 얼마 전만 해도 매혹적이던 이곳의 풍경들을 정복해 버렸다. 그리고 우리들의 오랜 친구들, 이곳의 풍경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까지도 불편한 구식 물건처럼 만들어 버렸다. p.213

 

헤세가 바라보았던 풍경은 오래전의 것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숲과 목초지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건물과 도로가 들어서고, 도시 곳곳에는 더 높고 더 큰 건물들이 끊임없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채워지고, 사람들은 더 빠르고 편리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오히려 부족해진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 자연을 찾았는데도 유명한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아름다운 풍경조차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서둘러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러 갔지만 정작 자연을 천천히 바라볼 여유는 없는 것입니다. 헤세가 말한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은 오늘날 더욱 커지고 빠르게 확장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건물과 기술,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지만, 그만큼 천천히 바라보고, 조용히 머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의 여백은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더 많이 채우는 일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숨 쉴 수 있는 자리를 남겨 두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곳을 향한 마음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에 대하여'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헤세의 깊고 섬세한 시선을 담은 에세이로 유년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여행과 방랑에 대한 동경, 자연과 예술에 대한 사색까지 헤세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곳에 머물러 평온한 삶을 원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향해 떠나고 싶어 했던 헤세의 마음은 자연과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라보는 그의 섬세한 시선 속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특히 나비와 구름, 숲과 산 같은 자연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발견하게 하는 대상이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글에서는 순수했던 시절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어린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지나온 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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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나카야마 신이치 지음,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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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도 문득 마음이 머무는 순간을 만나고는 합니다. 평상시엔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가던 순간들이 뜻밖의 즐거움을 주기도하고, 특별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발견 하나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행복이나 즐거움을 주는 것은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과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끄러미>는 아이가 바라보는 주변의 모습을 따라가며,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놓치고 살아가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길을 걸으며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나 지붕 위의 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한동안 바라봅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장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그 순간이 눈길을 끄는 특별한 장면이 되고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범한 하루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엇보다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면, 무심코 지나치던 소소한 순간들에서 저마다의 의미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휘오ㅡㅡㅡ오"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하교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 아이의 눈에 비친 것은 무엇일까요? 혹시 이 책을 보고 있는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책장을 넘기면 궁금증이 해결됩니다. 아이가 바라보고 있는 건 바로 비행기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가늘고 긴 줄을 남기며 날아가는 비행기가 보입니다.

 

"찌ㅡㅡㅡ찌짓 찟찟찟" 이건 무슨 소리일까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아이가 고개를 들어 바라봅니다. 아이의 시선이 향하는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요? 작은 움직임에도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 아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 바람에 일렁이는 빛의 움직임... 등등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일상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툭 툭 투둑투둑

쏴 ㅡㅡㅡ 아

'물끄러미' 중~

 

비가 내립니다. 자동차 유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쏴ㅡㅡ아" 하고 쏟아져 내리는 비는 자동차 유리를 따라 흘러내립니다. 흘러내리는 빗방울 너머로, 풍경이 물결처럼 일렁입니다.

작은 움직임에도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 아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엔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비가 그치고, 다시 맑아진 하늘, 물웅덩이에 푸른 하늘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물웅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 물웅덩이에 비친 동그란 얼굴들이 무언가를 바라보며 인사를 합니다. 비 그친 후, 웅덩이를 찾아온 초록색 친구는 누구일까요?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세상에서 잠시 멈추면 보이는 일상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자동차 유리에 맺히는 빗방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늘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구름, 햇살에 반짝이는 물웅덩이, 담장 너머로 피어난 작은 꽃, 길가에 내려앉은 새의 발자국, 저녁 무렵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자세히 바라보아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멈추면 보입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숨어 있던 작은 행복이.

 

 

<물끄러미>는 아이가 바라보는 주변의 모습을 따라가며,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놓치고 살아가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길을 걸으며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나 지붕 위의 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한동안 바라봅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장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그 순간이 눈길을 끄는 특별한 장면이 되고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범한 하루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엇보다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면, 무심코 지나치던 소소한 순간들에서 저마다의 의미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꿈오리 한줄평 : 멈추면 보이는 일상의 아름다움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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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별이다 - 나태주 대표 시선집
나태주 지음 / 더블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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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무심히 지나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면, 평범하게 여겼던 하루에도 소중한 것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 계절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 익숙하게 사용하던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요. 그제야 평범했던 하루가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p.74

 

'풀꽃'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너는 별이다>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시선집입니다. 시인은 141편의 시를 통해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작게 여기기보다, 평범하고 서툰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빛나는 존재임을 일깨우고, 자신의 빛을 잃지 말라며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해외에서 한글을 배우며 그의 시를 읽는 젊은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출발한 이 시집에는, 그들에게 자신의 시를 한글로 선물하고 싶었던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꽃 한 송이, 익숙한 풍경, 가까운 사람처럼 쉽게 지나치는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아끼는 사랑을 이야기하며, 이별과 그리움, 삶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마음을 전합니다.

 

 

완성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사람

 

내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p.27

 

어쩌면 혼자일 때도 충분히 잘 살아가던 두 사람, 어느새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완전해지는 존재가 된 두 사람, 이 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밥이 있어도 아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사람"에서 흔히 말하는 "삼식이"를 떠올렸다면, 그와 다른 의미라는 것에서 슬쩍 미소가 지어질지도 모릅니다. 밥을 차려주는 아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오며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부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는 일도, 어디를 가는 일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어느새 서로가 서로의 삶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부가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깊이 의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시는 언젠가 더 나이가 들어 다시 읽게 된다면, 오래 함께한 사람의 소중함과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생 1

 

화창한 날씨만 믿고

가벼운 옷차림과 신발로 길을 나섰지요

향기로운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따라

오솔길을 걸었지요

멀리 갔다가 돌아오는 길

막판에 그만 소낙비를 만났지 뭡니까

하지만 나는 소낙비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날씨 탓을 하며 날씨한테 속았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았노라 그마저도 아름다운 하루였노라

말하고 싶어요

소낙비 함께 옷과 신발에 묻어온

숲 속의 바람과 새소리

그것도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었으니까요.

p.70

 

화창한 날을 기대하고 길을 나섰다가 갑자기 소낙비를 만났지만, 그 비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 비를 맞은 옷과 신발에 숲의 바람과 새소리까지 함께 묻어온 소중한 나의 하루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쩌면 그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살다보면 계획대로 흘러가는 날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비처럼 예상하지 못한 일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는 그 일을 탓하고, 좋았던 하루가 망가졌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 비마저도 그날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좋았던 날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비를 맞았던 날까지도 돌아보면 소중한 나의 하루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행복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바람을 느끼고 새소리를 듣고, 비를 맞으며 걸었던 평범한 하루였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것도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었으니까요"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평범한 하루의 모든 순간이 나의 삶이라는 위로처럼 느껴집니다.

 

 

오직 너는

 

많은 사람 아니다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너는 한 사람

우주 가운데서도

빛나는 하나의 별

꽃밭 가운데서도

하나뿐인 너의 꽃

너 자신을 살아라

너 자신을 빛내라.

p.183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볼 때 비로소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풀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오직 너는>, 이 시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나' 자신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줍니다. 누구보다 더 잘나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나'이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것이지요. 살다보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으려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지 말고, 내가 가진 모습 그대로 나만의 삶을 살아가라는 응원,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어도 '나'를 대신할 사람은 없다는 것, 그러니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답게' 살아가라는 격려를 보내는 듯합니다.

 

 

아끼지 마세요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p.196~197

 

혹시 더 좋은 날을 기다리며 아껴둔 것들이, 오늘의 행복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나요? 시인은 옷이나 음식처럼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사랑과 그리움 같은 마음까지도 때를 기다리며 간직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된다"는 말은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그러니 시인의 말처럼 "좋은 것은 아껴두지 말고, 지금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야겠지요. 우리가 기다리던 특별한 날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바로 오늘이 아닐까요?

 

나태주 시인의 <너는 별이다>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시선집입니다. 시인은 141편의 시를 통해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작게 여기기보다, 평범하고 서툰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빛나는 존재임을 일깨우고, 자신의 빛을 잃지 말라며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해외에서 한글을 배우며 그의 시를 읽는 젊은 독자들과의 만남에서 출발한 이 시집에는, 그들에게 자신의 시를 한글로 선물하고 싶었던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꽃 한 송이, 익숙한 풍경, 가까운 사람처럼 쉽게 지나치는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아끼는 사랑을 이야기하며, 이별과 그리움, 삶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마음을 전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아름다움 그리고 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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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부시마니쿠스 - 문명 바깥의 슬기로운 사람들
정해종 지음 / 파람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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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막에서 콜라병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우리에게는 흔하고 익숙한 콜라병이지만, 부시먼에게는 낯선 문명의 물건이었을 것입니다. 이 장면은 문명이 가져온 편리함과 풍요가 과연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는 문명의 발전과 함께 더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며, 더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의 기준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풍요로워진 만큼 우리의 삶도 더 행복해졌을까요? 오히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호모 부시마니쿠스>는 '문명 바깥의 슬기로운 사람들'이라는 부제 그대로 칼라하리의 부시먼을 단순히 '문명 이전의 원시적인 사람들'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살아오며 쌓아온 지혜와 생활방식을 통해, 문명사회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자연과 관계 맺는 감각, 충분함을 아는 지혜,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돌아보며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부시먼의 수렵과 채집, 자연을 이해하는 지식,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방식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많이 소유하는 것이 반드시 풍요로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로 나누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경쟁과 소유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신화와 죽음에 대한 태도, 암각화와 예술 등을 통해 부시먼의 세상과 삶을 바라보고 표현해 온 방식도 보여줍니다. 낯설게 느껴지는 부시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문명과 삶의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가 번듯한 집 한 채를 소유하기 위해 수십 년짜리 대출의 사슬을 목에 걸고, 그 무게를 감당하려 원치 않는 노동에 매이며, 그 자리를 지키려 생의 눈부신 시간들을 분 단위로 쪼개어 팔 때, 그들에게 집을 잃을까 밤잠을 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없음'을 우리식으로 번역하면, '채무 없는 삶'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p.44

 

부시먼의 삶에는 냉장고, TV, 선풍기, 아니 전기 자체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느껴지는 물건들이지만, 자연의 리듬을 따라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서는 오히려 낯선 것들일 뿐입니다.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삶은 불편해 보이지만, 그 '없음'은 그들에게 가벼움과 자유를 줍니다. 소유해야 할 것이 적기에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자연의 작은 변화에도 귀 기울일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풍요는 많이 가지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소유에 얽매이지 않으며, 적게 가지고도 삶의 즐거움과 만족을 누릴 줄 아는 것이 진정한 풍요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풍요로운 삶이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느냐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요를 더 많이 갖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더 큰 집, 더 좋은 자동차, 더 많은 물건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소비합니다.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더 편리하고 더 나은 것을 찾아 계속 무언가를 채워갑니다. 어쩌면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진 대신,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과 충분함을 느끼는 마음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부시먼의 삶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보다 '지금 가진 것으로 얼마나 충분히 살아가는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부시먼과 동물의 관계는 우리에게 한 가지 오래된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동물을 무엇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용해야 할 자원인가, 보호해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생명인가. 부시먼에게 동물은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사냥감인 동시에, 자연의 질서를 가르쳐주는 스승이었고 자신의 위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p.102

 

부시먼에게 동물은 단순히 먹기 위해 잡는 사냥감이 아니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의지해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자연의 질서와 삶의 이치를 가르쳐주는 스승이었고,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거울이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동물을 사냥하면서도 자신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그 안에 속한 존재임을 잊지 않았던 것입니다. 부시먼의 삶은 자연과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도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동물을 식량이나 상품으로 소비하기도 하고, 반대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인간의 필요와 기준으로 자연과 동물을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편리함과 풍요를 누리는 과정에서 자연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었을 뿐,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부시먼의 삶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자연을 정복하고 더 많이 얻는 것이 발전이라고 믿어온 우리에게,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자연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제 생각을 조금 비틀어 보면 어떨까. '원시(原始)'라는 단어를 글자의 위치를 바꾸어 '시원(始原)'으로 읽는 것. 그렇게 글자의 순서가 바뀌는 순간, 그 의미는 뒤처진 야만의 상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영성이 시작된 '기원'으로 장엄하게 복원된다. 그것이 본래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읽을 때, 부시먼의 삶은 더 이상 문명 이전의 미성숙한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p.210

 

혹시 '원시'라는 말을 들으면, 문명에 뒤처진 상태나 아직 발전하지 못한 삶을 떠올리는 건 아닌가요? 하지만 부시먼의 삶은 그 익숙한 생각에 질문을 던집니다. '원시'를 단순히 문명에 뒤처진 상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에서 바라보면 부시먼의 삶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는 문명이 발전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편리함과 풍요를 얻는 과정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 서로 나누고 의지하는 마음처럼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부시먼의 삶을 바라보는 일은 과거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문명의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부시먼의 삶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그들의 삶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필요한 만큼만 가지려는 마음, 서로 나누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방식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빠르고 편리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좋은 삶의 기준은 아닐 것입니다. 문명이 주는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무엇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고, 가진 것을 채우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의 가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하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애쓰기보다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많이 가지는 것보다 충분함을 알고, 혼자 앞서가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며,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삶, 그것이 문명사회에서 우리가 부시먼의 삶을 통해 다시 배워야 할 인간다운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호모 부시마니쿠스>는 '문명 바깥의 슬기로운 사람들'이라는 부제 그대로 칼라하리의 부시먼을 단순히 '문명 이전의 원시적인 사람들'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살아오며 쌓아온 지혜와 생활방식을 통해, 문명사회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자연과 관계 맺는 감각, 충분함을 아는 지혜,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돌아보며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부시먼의 수렵과 채집, 자연을 이해하는 지식,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방식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많이 소유하는 것이 반드시 풍요로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서로 나누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경쟁과 소유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신화와 죽음에 대한 태도, 암각화와 예술 등을 통해 부시먼의 세상과 삶을 바라보고 표현해 온 방식도 보여줍니다. 낯설게 느껴지는 부시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문명과 삶의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꿈오리 한줄평 : 부시먼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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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분의 삶 -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나태주.김정민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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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일까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모른 채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따라가기만 하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특별한 무언가가 되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남과 비교하며 내 삶을 가늠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참되게 잘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요?

 

<일인분의 삶>은 나태주 시인과 김정민 대표의 문답으로 구성된 인터뷰 산문집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다정한 질문을 건넵니다. 여기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와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씩 벗어나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이 책은 남들보다 더 많이 이루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나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방식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잘 살아간다는 것'은 남보다 앞서가는 삶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일인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인분의 삶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은 제 몫을 해내는 삶입니다. 자기 인생의 길을 스스로 선택해야겠죠. 남들이 가는 길을 똑같이 좇아가는 건 자기 삶이 아니에요. (중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관대함을 가지고 스스로를 용서할 줄 알아야 해요.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실수하고, 그 실수들이 쌓여서 사람이 됩니다. (중략) 그 실수마저 '그것도 나였다'고 껴안아 줄 때 비로소 일인분의 삶이 시작됩니다. p.40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남들이 선택한 길을 따라가기도 합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결혼과 같은 삶의 기준을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것처럼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기도 하지요.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선택을 스스로 고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부끄러워하고 계속 후회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실수와 후회 또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이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면서 생긴 실수와 후회까지도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히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일일분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완벽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그 과정에서 생긴 실수와 과거의 모습까지도 받아들이며 온전히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행복해지는 것도,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일종의 '학습'입니다. 저절로 생겨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 눈을 기르고 나를 귀하게 대하는 법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존감은 남이 세워주는 게 아닙니다. 작은 일상을 정성스럽게 돌보는 학습의 과정에서 비로소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p.96

 

행복이나 자존감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일까요? 시인의 말처럼 "나를 귀하게 대하는 법을 공부"하며 스스로 노력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거창한 변화가 아닌, 작은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귀하게 대하는 습관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 그렇게 스스로를 존중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행복과 자존감은 비로소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실패하거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나를 돌보고 일으켜 세우는 것 역시 자존감을 키워가는 공부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존감이란 내가 잘하고 있을 때만 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흔들리는 순간의 '나'까지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요?

 

피천득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상대방을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라." 상대방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면 불만이 생기고 화가 납니다. 하지만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p.235

 

가까운 사람일수록 익숙함 때문에 상대가 해주는 것보다 부족한 점을 먼저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해주기를 기대하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불만과 서운함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시인은 상대방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부족한 점만 바라보기보다, 감사와 존중의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상대의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고, 관계에서도 조금 더 여유와 감사가 생길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보다 내가 상대를 바라보는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관계를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이며, 상대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그 사람의 소중함을 발견하려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인분의 삶>은 나태주 시인과 김정민 대표의 문답으로 구성된 인터뷰 산문집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다정한 질문을 건넵니다. 여기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와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씩 벗어나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이 책은 남들보다 더 많이 이루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나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방식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잘 살아간다는 것'은 남보다 앞서가는 삶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일인분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꿈오리 한줄평 :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타인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도 괜찮다고 건네는 다정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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