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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평점 :

살다 보면 문득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풍경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나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이 잠시 머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오늘에만 머물지 않고 아직 가보지 않은 곳, 만나지 못한 시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쩌면 그리움은 우리를 과거에 붙잡아 두는 마음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곳을 향한 마음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에 대하여'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헤세의 깊고 섬세한 시선을 담은 에세이로 유년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여행과 방랑에 대한 동경, 자연과 예술에 대한 사색까지 헤세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곳에 머물러 평온한 삶을 원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향해 떠나고 싶어 했던 헤세의 마음은 자연과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라보는 그의 섬세한 시선 속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특히 나비와 구름, 숲과 산 같은 자연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발견하게 하는 대상이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글에서는 순수했던 시절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어린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나무는 저녁에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불안해할 때 솨솨 소리를 내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들은 긴 생각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들보다도 더 긴 삶을 살아 내어 길고 고요한 호흡을 한다. 우리가 나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한 그들은 우리보다 현명하다.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면서 생각이 짧고 어린아이같이 서두르던 우리들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느낀다. p.58
나무는 아무것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낼 뿐입니다. 비바람을 견디고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나무가 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헤세가 나무를 바라보며 삶의 근원적인 법칙을 이야기한 것도 아마 그런 모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려고 애씁니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서두르고, 때로는 내가 원하는 모습보다 다른 사람이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놓치게 됩니다.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나무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나 역시 나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다른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되는 것. 그저 나의 자리에서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어쩌면 헤세가 말하는 '고향'과 '행복'은 멀리 있는 특별한 곳이 아닐 것입니다. 다른 무엇이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순간,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곳이겠지요. 나무의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했던 숲의 가장자리는 사라지고 이어 다른 숲의 가장자리들도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철책으로 둘러싸이고 목초지는 사라져 간다. 돈, 산업, 기술로 대변되는 현대 정신이 얼마 전만 해도 매혹적이던 이곳의 풍경들을 정복해 버렸다. 그리고 우리들의 오랜 친구들, 이곳의 풍경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까지도 불편한 구식 물건처럼 만들어 버렸다. p.213
헤세가 바라보았던 풍경은 오래전의 것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숲과 목초지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건물과 도로가 들어서고, 도시 곳곳에는 더 높고 더 큰 건물들이 끊임없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채워지고, 사람들은 더 빠르고 편리한 삶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오히려 부족해진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 자연을 찾았는데도 유명한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아름다운 풍경조차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서둘러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러 갔지만 정작 자연을 천천히 바라볼 여유는 없는 것입니다. 헤세가 말한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은 오늘날 더욱 커지고 빠르게 확장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건물과 기술,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지만, 그만큼 천천히 바라보고, 조용히 머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의 여백은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더 많이 채우는 일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숨 쉴 수 있는 자리를 남겨 두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곳을 향한 마음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이로움에 대하여'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헤세의 깊고 섬세한 시선을 담은 에세이로 유년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여행과 방랑에 대한 동경, 자연과 예술에 대한 사색까지 헤세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곳에 머물러 평온한 삶을 원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향해 떠나고 싶어 했던 헤세의 마음은 자연과 여행,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라보는 그의 섬세한 시선 속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특히 나비와 구름, 숲과 산 같은 자연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발견하게 하는 대상이자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글에서는 순수했던 시절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어른이 된 후에도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어린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꿈오리 한줄평 : 지나온 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