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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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의 풍자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4칸 만화, 혹시 기억하시나요? 4칸의 만화는 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맛을 안겨 주기도 했었지요. 오늘 소개해 드릴 카툰 '카프카와 함께 빵을'은 문학계 전반에 대한 풍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서가들의 만화가로 유명한 톰 골드는 '카프카와 함께 빵을'로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너스상'에서 최고의 유머 부문을 수상했다고 하는데요. 이 책에 수록된 대다수의 카툰은 '가디언'을 통해 처음 발표된 것이고 일부는 '뉴요커''뉴욕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작가 톰 골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작가는 잘 모르지만 정말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만화라서 금세 읽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책을 이렇게 많이 읽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세 번 읽었구요. 중간 중간 아는 책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답니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출판사 등등 문학계 전반에 대한 유머러스한 풍자와 패러디를 담은 '카프카와 함께 빵을',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아요.

 

 

여러분의 집에는 얼마나 많은 책이 있나요? 혹시 천장까지 닿을듯 높이 쌓인 책들을 보며 흐뭇해하지는 않으셨나요? 그 많은 책들 중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나요? 읽은 책들 중 내용이 기억나는 책들은 얼마나 있나요?

여기 책속 서재에도 수많은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 중 온전히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아요. 아니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어요. 나머지 대부분은 이런 책들이랍니다.

 

"읽을 작정임, 반쯤 읽음, 안 읽었지만 읽은 척함, 시간 날 때 읽으려고 아껴 둠, 절대 안 읽을 예정임, 순전히 관상용, 읽었지만 기억이 하나도 안 남, 차라리 읽지 않는 편이 나았음.

본문 중~"

 

혹시 여러분은 어떤가요?

 

집인지 도서관인지 모를 정도로 정말 책이 많은 서재에서 이북 리더기를 찾는 남자가 있네요. 남자는 저 많은 종이책들을 다 읽기는 했을까요? 종이책보다 저렴하고 가볍고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 이북 리더기, 남자는 그 안에 든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이 읽었을까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많아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다면 그건 행복한 것이 아니라며 시골로 돌아간 시골 쥐,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아도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사는 것이 좋다는 시골 쥐, 그 시골 쥐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라지 마세요. 그 시골 쥐가 브이로그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출시해서 백만장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후줄근한 시골 쥐의 모습을 보면 늘 행복해진다는 서울 쥐가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시골 쥐를 찾아갔는데요. 하필 그때 시골 쥐는 갑부 쥐들이랑 요트를 타러 가고 없었죠. 시골 쥐에게 전화를 건 서울 쥐, 하지만 백만장자가 된 시골 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답니다.

    

작가님들, 혹시 지금 글이 잘 안 써져서 힘든가요? 여기 작가 시리즈 칵테일이 있답니다. 한 잔 마시면서 긴장을 풀어보는 건 어때요?

혹시 지금 작가의 길을 선택하시려는 분들 계신가요? 그렇다면 꼭 보셔야 할 것이 있답니다. 작가의 길을 택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건강상 유해한 요인들을 말이죠. 만약 이런 것들을 다 극복하실 수 있다면 작가의 길로 들어서길 바랍니다.

"최신 베스트셀러에 사인하느라 쑤시는 손 근육, 은행까지 인세를 지고 나르느라 생긴 허리 통증, 상패 진열장이 무너져 내려 부상당한 머리, 잇따라 나오는 극찬 논평을 읽다가 베인 손가락, 끊임없이 떠오르는 기똥찬 발상으로 인한 탈진. 본문 중~"

'조스'가 리메이크 된다면?

고전문학에 스마트폰이 등장한다면?

'전쟁과 평화'가 지금 출간된다면 홍보는 어떻게 할까요?

만약 '찰스 디킨스'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글은 어떻게 쓸까요?

'제인 에어'가 미처 다 알지 못했던 로테스터씨의 비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게 있는 알레르기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새로운 결말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분들도 있겠죠? 작가 톰 골드와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구요. 꿈오리는 지금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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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중요해 I LOVE 그림책
크리스티안 로빈슨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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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표정으로 파라슈트(낙하산)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들은 인종과 성별과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들이죠. 여러분도 당연히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칼데콧상을 수상한 일러스터레이터로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그림책 '행복을 나르는 버스'의 그림을 그린 분입니다. '넌 중요해'도 역시나 크리스티안 로빈슨만의 독특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얼마나 자신이 중요한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넌 중요해' ~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작은 미생물들,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들, 물과 육지를 오가는 양서류들, 한때 지구에서 가장 번성했던 공룡, 공룡과 같은 중생대에 살았던 모기, 지구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후 공룡은 사라지고 태양은 가스 폭발로 이글거립니다. 인간은 우주 탐사를 시작했습니다.

'넌 중요해'는 한 아이가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지금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여주는데요. 그것은 마치 생물이 진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언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지 '넌 중요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이는 것도 있고 대세를 따르는 이들도 있고 홀로 가는 이들도 있어. 앞서 나가는 이들도 있고 뒤에 따라 가는 이들도 있지. 어디에 있든 넌 중요해!

커다란 운석이 떨어진 후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 지구처럼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 때도 있어. 언제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넌 중요해!

'넌 중요해'는 그림책이지만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지 너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중요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도 마찬가지겠죠?

소통과 배려, 이해와 공감의 시작은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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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김예지 지음 / 성안당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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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저자인 김예지 작가의 두 번째 책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김예지 작가가 사회불안장애와 우울증 그리고 공황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한 이야기이자 그런 것들로 힘들어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위로의 메세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만 그렇지 않다, 나도 이렇다."라는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만 하던 그 고민이 사실은 누군가도 하는 고민이었고,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어떻게 좋아졌는지 알아가는 건 제 경험 상 생각보다 많은 치유와 희망을 줍니다. 프롤로그 중~

 

 

 

 

김예지 작가가 청소일을 시작한 건 그림을 그리려고 한 것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도 있었죠. 내 마음과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맞추느라 애쓰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 꿈오리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고 있지는 않지만, 이건 내 얘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되더라구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그래서 점점 더 쌓여만 가는 불편한 감정들, 그 감정들을 감추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또 애써 웃고..., 가끔은 그 감정을 감추려고 하던 행동들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스스로 상처를 받기도 하죠.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스스로 극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죠? 작가는 심리상담센터도 다니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불안장애와 우울증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고는 했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이 왜 이런 병을 앓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아낸 것이었는데요. 기질적으로 타고난 예민함과 자라온 환경의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 후 가장 마음이 편했던 심리상담센터 선생님에게 간헐적이지만 다시 상담을 받으며 돌파구를 찾았고, 자신의 인정욕구를 채울 수 있는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탄생한 '저 청소일 하는데요?'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지만 다시 공황장애가 찾아왔는데요. 그때 우연히 보게 된 '사회 공포증 다큐멘터리'로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 지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작가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어둡고 우울한 터널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끊어진 뫼비우스의 띠를 새겼습니다.

좋은 길은 꼭 나오고 희망이 절망이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리고 동질감과 공감으로 당신의 소외된 기분을 위로하고 싶다. 불안 장애를 극복한 후 여전히 우울하고 짜증 날 때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니깐. 대신 불필요한 불안이 사라졌을 뿐이다. 이제는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기에 찰나의 두려움이 와도 가라앉힌다.

다행이다. 내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살아있어서. 본문 중~

 

 

청소일을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는 딸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신 작가의 어머니,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요.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지원군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선 생략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한가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사람들에게 맞춰주려고 너무 애쓰지는 말아주세요.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바라봐주세요

혹시 끝이 없는 듯한 어두운 터널 안에 갇혀 힘들어 하고 있지는 않나요? 혼자 견디기 힘들 때는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그리고 나와 같은 일을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것도 좋겠죠?

가면을 쓴 인싸보다 당당한 아싸로 살자~!”

 

이 말은 제가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지금껏 인싸도 앗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남들이 나를 이렇게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그 욕심의 끈을 끊어버리고 싶거든요.

한 마디 더,

감탄사로서 '아싸'의 사전적 의미는 '뜻밖에 기쁜 일이 생겼거나 원하는 일을 이루었을 때 내는 말'입니다. 아웃싸이더(아싸)지만 당당하게 살아보자구요. 그리고 기쁨의 '아싸'를 외쳐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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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리가 말했어 알맹이 그림책 49
오승한 지음, 이은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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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음'들을 안은 엄마의 표정이 참 따뜻해 보이죠? 자음들은 어떨까요? 자음들의 표정을 잘 보세요. 어떤가요? 무언가 불안해 보이고 슬퍼보이기도 하고 화가난 표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엄마소리가 말했어'부터 까지 14개의 자음들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야기하면 엄마소리가 그 감정들을 공감하고 수용해 주면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끌어 주는 책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낍니다. 기쁨이나 즐거움, 행복 등의 긍정적인 감정도 있지만,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도 있지요. 부정적인 감정들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통해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부정적 감정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은 아닐까요?

 

기역이 말했어.

난 내가 싫어.

기역이 들어간 말 중에는 좋은 말이 없어.

가난해

괴로워

거짓말

그저 그래

 

'엄마소리가 말했어' ~“

 

기역이가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내자 엄마소리가 말합니다. 그렇지 않다고, 기역이 있어야 길이 있고 걸을 수 있고 같이 갈 수 있다고, 기다릴 줄 아는 기역이가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이죠.

니은이는 네 탓이야, 너무해, 네가 그랬지? 등등 맨날 혼만 나는 자신이 싫다고 합니다. 그럼 엄마소리는 말합니다. 남달리 너그럽고 남과 잘 나누는 니은이,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너 없이는 나도 없다고, 누구보다 날 닮은 널 사랑한다고 말이에요.

 

그 중 미음이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은 소심쟁이 꿈오리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다며, 머뭇거리고, 망설이며 스스로를 못난이라고 생각하는 미음이에게 엄마소리는 말합니다.

마음씨가 곱고

말씨 예쁜 미음아, 슬퍼하지 마.

미음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모임이 있지.

믿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지.

몸과 마음을 만들어 준

미음을 사랑해.

'엄마소리가 말했어' ~“

 

디귿이, 리을이, 비읍이, 시옷이, 이응이, 지읒이, 치읓이, 키읔이,티읕이, 피읖이, 히읗이도 자신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합니다. 그럼 엄마소리는 자음이들의 부정적 감정들을 공감하고 수용하면서 긍정적인 감정들로 이끌어 주지요.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혹시 지금 주변에서 누군가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내고 있지는 않나요?

그럼 먼저 그 감정들을 공감해주고 수용해 주세요. 절대 비난은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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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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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코로나19로 마비가 된듯한 요즘, 국가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자세는 사뭇 다릅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의 저자인 강상중 교수는 이런 "재난이 닥쳤을 때 지역, 사회, 국가의 '본성'이 드러난다" 고 말합니다. 일본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뉴스로 안타까운 상황을 접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에 대한 통렬할 비판을 담은 책입니다. 재일동포 2세인 강상중 교수가 20161월부터 18개월 동안 일본의 일간지에 실은 기행문을 책으로 만든 것인데요. 나가사키현 군함도부터 홋카이도의 노쓰케반도까지 일본열도를 종단하며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헐벗은 백성들의 삶을 닮아내었습니다.

일본은 전통과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며 부국강병에 매진하는 과제에 도전했다. 그 결과 사회와 국민은 약해졌을지언정 국가는 강력해졌고, 비서구 세계 최초로 근대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지금도 메이지 유신을 긍정하며 이를 자신의 근대적 뿌리이자 '영광 가득한 출발'로 간주하고 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p. 7~8”

'유신'이란 말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말이죠?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1868년 일본은 영국의 왕정복고처럼 '천황친정'을 표방하며 막부 통치에서 천황 통치의 시대로 전환되었지만 그에 앞서 시민 혁명이 부재했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취한다.'는 이율배반적인 통합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신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일본을 아직도 그 생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그래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상황도 사뭇 다른 것이 아닐까요?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에너지가 곧 국가다, 빈곤과 격차의 미래, 인재를 만드는 궤적, 천재지변이라는 숙명, 벼랑 끝에 선 농업, 경세제민의 계보를 찾아서, 동맥의 망치 소리, 근대의 나락으로 가다, 잔치는 끝났다, 차별이라는 이름의 병, 지울 수 없는 기억, 재벌이라는 키메라, 자이니치라는 물방울, 변경적인 것 까지 모두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 중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가혹한 노동 착취를 당해야만 했던 군함도, 일본 최악의 공해 재난인 미나마타병, 일등 국가와 우생 사상의 그늘 아래 차별받는 유전질환자와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몰랐을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오늘은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 전함 '도사'를 닮았다고 하여 '군함도' 라고 불리는 하시마, 하시마는 원래 있었던 섬이 아닌 암초를 작은 돌멩이로 매립한 인공섬이라고 하는데요. 일본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채굴을 시작한 다카시마 탄광, 그 다카시마 탄광을 소유한 미쓰비시가 1890년에 하시마를 사들이면서 탄광으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태평양 전쟁이 발생한 1941년에는 40만 톤 이상을 생산한 하시마 탄광, 일본 제국과 미쓰비시는 23각이 되어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렸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성공의 이면엔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죠?

그 당시 하시마 탄광 노동자는 1800명을 넘었는데요. 그중 한반도와 중국에서 데려온 노동자를 포함한 광부가 1420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바다 아래 600미터 깊이까지 내려가 오로지 석탄을 캐고 나르던 광부에게 일상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가혹한 노동을 견뎌냈을까? 햇빛도 들지 않는 건물 하층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영원히 버려진 광부들의 현실이 떠올랐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p. 28”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지만 사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관광지가 된 군함도, 수많은 조선인들의 한이 서려 있을 군함도,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역사의 현장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될 수 있었을까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

 

이 말은 영화 '변호인'에서 변호사 우석이 한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명대사로 기억하고 있을텐데요.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을 읽다보니 문득 이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일본이라는 나라에 물어보고 싶네요. 국민이 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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