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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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코로나19로 마비가 된듯한 요즘, 국가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자세는 사뭇 다릅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의 저자인 강상중 교수는 이런 "재난이 닥쳤을 때 지역, 사회, 국가의 '본성'이 드러난다" 고 말합니다. 일본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뉴스로 안타까운 상황을 접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에 대한 통렬할 비판을 담은 책입니다. 재일동포 2세인 강상중 교수가 20161월부터 18개월 동안 일본의 일간지에 실은 기행문을 책으로 만든 것인데요. 나가사키현 군함도부터 홋카이도의 노쓰케반도까지 일본열도를 종단하며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헐벗은 백성들의 삶을 닮아내었습니다.

일본은 전통과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며 부국강병에 매진하는 과제에 도전했다. 그 결과 사회와 국민은 약해졌을지언정 국가는 강력해졌고, 비서구 세계 최초로 근대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지금도 메이지 유신을 긍정하며 이를 자신의 근대적 뿌리이자 '영광 가득한 출발'로 간주하고 있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p. 7~8”

'유신'이란 말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말이죠?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1868년 일본은 영국의 왕정복고처럼 '천황친정'을 표방하며 막부 통치에서 천황 통치의 시대로 전환되었지만 그에 앞서 시민 혁명이 부재했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것을 취한다.'는 이율배반적인 통합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신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일본을 아직도 그 생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지요. 그래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상황도 사뭇 다른 것이 아닐까요?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은 에너지가 곧 국가다, 빈곤과 격차의 미래, 인재를 만드는 궤적, 천재지변이라는 숙명, 벼랑 끝에 선 농업, 경세제민의 계보를 찾아서, 동맥의 망치 소리, 근대의 나락으로 가다, 잔치는 끝났다, 차별이라는 이름의 병, 지울 수 없는 기억, 재벌이라는 키메라, 자이니치라는 물방울, 변경적인 것 까지 모두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 중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가혹한 노동 착취를 당해야만 했던 군함도, 일본 최악의 공해 재난인 미나마타병, 일등 국가와 우생 사상의 그늘 아래 차별받는 유전질환자와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몰랐을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오늘은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군함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 전함 '도사'를 닮았다고 하여 '군함도' 라고 불리는 하시마, 하시마는 원래 있었던 섬이 아닌 암초를 작은 돌멩이로 매립한 인공섬이라고 하는데요. 일본에서 처음으로 서양식 채굴을 시작한 다카시마 탄광, 그 다카시마 탄광을 소유한 미쓰비시가 1890년에 하시마를 사들이면서 탄광으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태평양 전쟁이 발생한 1941년에는 40만 톤 이상을 생산한 하시마 탄광, 일본 제국과 미쓰비시는 23각이 되어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렸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성공의 이면엔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죠?

그 당시 하시마 탄광 노동자는 1800명을 넘었는데요. 그중 한반도와 중국에서 데려온 노동자를 포함한 광부가 1420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바다 아래 600미터 깊이까지 내려가 오로지 석탄을 캐고 나르던 광부에게 일상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가혹한 노동을 견뎌냈을까? 햇빛도 들지 않는 건물 하층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영원히 버려진 광부들의 현실이 떠올랐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p. 28”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지만 사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관광지가 된 군함도, 수많은 조선인들의 한이 서려 있을 군함도,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역사의 현장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될 수 있었을까요?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

 

이 말은 영화 '변호인'에서 변호사 우석이 한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명대사로 기억하고 있을텐데요.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을 읽다보니 문득 이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일본이라는 나라에 물어보고 싶네요. 국민이 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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