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그래픽 컬렉션
라이언 앤드루스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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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총 빛나는 몽환적인 푸른빛의 밤하늘, 그 아래 강을 따라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뒤표지엔 둥근 보름달이 떠올라 온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엔 환한 달빛 때문에 반짝이는 별빛을 볼 수 없는데요. 앞 뒤 표지 그림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신비하고 환상적인 어딘가로 데려갈 것만 같은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우리 함께 떠나볼까요?

   

 

규칙1 : 아무도 집에 돌아가지 말 것

규칙 2 : 아무도 뒤돌아보지 말 것

본문 중~“

 

추분 축제가 있는 날, 벤과 친구들은 두 가지의 규칙을 만들고 강물에 띄워 보낸 수백 개의 종이 등불을 따라갈 계획을 세웠는데요. 매년 그랬지만, 올해는 그 종이 등불이 어디까지 가는지, 정말 옛날 노래가사처럼 하늘로 날아가 별이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수천 년 된 동굴로 사라지는지, 그냥 강바닥으로 가라앉고 마는지, 끝까지 따라가서 기필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초대받지 않는 친구가 나타났어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친구 너새니얼이었죠. 사실 벤은 너새니얼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괜히 나섰다가 같이 놀림을 당할까봐 용기를 낼 수 없었어요. 그렇게 다섯 명의 친구가 출발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단 둘만 남게 되었답니다. 바로 벤과 너새니얼, 너새니얼은 친구들이 상처 주는 말을 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덩치가 무척이나 큰 곰, 그것도 말하는 곰이 나타났는데도 무서워하기는커녕 반갑게 인사까지 나누는데요. 너새니얼은 벤과 달리 어떤 일이든 고민하기보다 일단 부딪쳐 보는 성격입니다. 초긍정에 도전과 모험 정신이 넘치고 넘치는 듯 보이는 너새니얼, 벤과 너새니얼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커다란 바구니를 짊어진 곰, 곰은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종이 등불을 보고 물고기라 말하며 오늘밤 하늘로 올라갈 거라는 말을 합니다. 곰은 곰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할아버지때부터 수백 년 동안 그 물고기를 잡아왔으며, 그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과 이제 자신이 그 자격을 물려받아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중이었다는 말을 했는데요. 혹시 수백 개의 종이 등불이 물고기가 되는 걸까요?

그렇게 셋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길을 잃게 되고, 곰은 물고기를 찾으러 떠나고 벤과 너새니얼을 종이 등불이 흘러가는 강물을 찾으러 가게 되면서 서로 헤어지게 됩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벤과 너새니얼은 마법사와 지도를 그리는 까마귀를 만나게 되는데요. 벤과 너새니얼은 필요한 지도는 얻었지만 지불할 돈이 없었죠. 그래서 마법사의 집에 갇힌 채 30시간 동안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샘과 너새니얼은 종이 등불을 놓치고 마는 걸까요?

마법사는 보름달을 가릴 수 있는 약물을 만들기 위해 태양이 필요하며, 그 태양은 자신이 별을 키우고 있는 동굴 밭에 가면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별을 키우고 있는 동굴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떻게 동굴 속에 별을 키울 수 있는 걸까요? 그 동굴 속에 태양이 있기는 한 것일까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로 보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 가뿐히

날아올라 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우리도 원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그들과 함께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본문 중~“

 

"아무도 집에 돌아가지 말 것, 아무도 뒤돌아보지 말 것", 벤과 너새니얼은 자전거 여행의 규칙을 지킬 수 있을까요?

꿈을 꾸듯 별빛 바다를 달리는 느낌, 밤을 비추는 몽환적인 빛, 전설이 현실이 되고 다시 전설이 되는 듯한 신비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와 모험,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는데요.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골든 글로브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피터 딘클리지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말하는 곰'의 목소리 연기자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검푸른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한 밤,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픈 마음이 들었던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지금까지 꿈오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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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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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오리 20대 시절에 정말 좋아했던 작가,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을 읽고 난 후 신경숙 작가님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콕콕 와 닿는 문장에 형광팬으로 표시해 두고 가끔씩 책을 꺼내 그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는 했더랬죠. 지금은 이메일로도 안부를 전할 일이 없지만, 그때는 손글씨로 쓴 편지를 보내면서 좋아하는 문장을 적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때 친구가 답장을 보내면서 '깊은 슬픔'을 보내 주었는데, 그 책은 아직도 우리 집 책장에 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전에 읽은 '엄마를 부탁해' 이후에 작가님의 신간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가 지하철 서울역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 내가 아닌 ''의 시점으로 엄마의 삶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나온 신간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집을 떠난 엄마 대신 아버지 곁에 있게 된 딸이 아버지를 돌보면서 그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을, 그리고 아버지의 삶을 관통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날이 딸의 생일이란 걸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굳이 그날 차를 몰고 가 학원 앞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면, 딸을 발견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딸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육남매의 넷째이자 장녀였던 ''는 그 후 그녀가 살던 집이었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신 그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딸을 잃은 슬픔을 온전히 견뎌내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겠죠.

 

몇 년 만에 내려가 마주한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기억 저편 언젠가, 다리 위에서 만난 너무나 작아 보이던 그 아버지처럼...,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는 아버지는 몽유병 환자처럼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때로는 울고 있기도 했으며, 때로는 돌아가신 분을 찾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 소리, 어느날의 전쟁, 어느날의 날아가는 새, 어느날의 폭설, 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 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 아버지 내면에 억눌려 있는 표현되지 못하고 문드러져 있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본문 중~”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 했던 소년은 너무나 잔인했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을 6.25 전쟁을 겪었으며, 돈을 벌러 간 서울에선 의도치 않게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리는 현장 속에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 한 편에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 그녀도 있었고 늘 자신의 편이 되어 주었고 늘 지켜봐주던 누나도 있었습니다.

 

자식들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랐던 아버지, 자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랐던 아버지, 자식들 결혼사진이나 손주들 사진이 아닌 학사모를 쓰고 찍은 자식들의 사진을 방에 걸어두었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자신이 겪었던 끔찍하고 잔인했던 일들,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은 가슴 속에만 묻고 사셨습니다.

 

내가 평소에 나의 아버지에게서, 보통 아버지라고 할 때 으레 따라붙는 가부장적인 억압을 느끼지 않고 엄마보다 아버지를 더 다정히 여기며 살아온 것은 아버지의 내면에 도사린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무섭고 두려운 게 많은 아버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상과 대적해왔다는 것도. 아버지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말할 것이 없제, 였다.

(중략)

아버지는 말수가 점점 더 줄어들다가 언젠가부터 말할 것 없제, 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본문 중~“

 

그렇게 평생을 표현하지 살아오신 아버지는 끝내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라는 병명을 가진 마음의 병을 앓게 되고 주무시는 중에도 그 고통 속을 헤매고 계셨습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는 둘째 오빠, 엄마 그리고 끔찍했던 전쟁을 함께 겪었던 박무릉 아저씨, 조카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너는 집으로 돌아가서 너의 일을 해. 그게 아버지가 원하는 일일 것이니. 본문 중~”

 

아버지는 박무릉 아저씨에게 마지막 연하장을 쓰고, 자식들과 자신의 아내에게 주고 싶은 것을 불러주며 ''에게 글로 적어 달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삶이 언제 어떻게 될지 기약할 수 없었던 탓일까요?

 

부모가 가장 기대하는 아들이자 동생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야만 했던 큰오빠, 장남에게 치우친 사랑이 자신에게도 오기를 바랐을 둘째 오빠, 가장 반항했지만 오히려 가장 속이 깊었을 수도 있는 셋째 오빠, 자신의 아픔을 부모에게까지 보이고 싶지 않았던 '', 늘 부모님을 살뜰하게 챙겼던 여동생, 잘 챙겨주지 못해 아버지에게 너무 안쓰러웠던 막내까지, 여섯 남매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입니다. 표현은 서툴렀지만 언제나 자식들을 향한 사랑은 늘 한결같았던, 언제나 그 자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엄마와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엄마의 모습이고 우리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살아냈어야, 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 라고. 본문 중~”

 

400페이지가 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빠져 읽게 되었던,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우리 가족의 이야기였던, 그래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던 '아버지에게 갔었어', 지금 우리 아버지와 통화를 할 수는 없지만 그때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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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통 2021-03-04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쟎다. 당신에게 문학은 무엇인가. 진심...묻고싶다
 
싸움닭 치리 높새바람 51
신이림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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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듯 한 표지 그림, '싸움닭 치리'는 싸움닭인 깜이와 치리의 모습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 가족, 우정 그리고 삶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싸움닭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을까요? 작가님은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투계 장면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닭이 어찌되든 상관없이 오로지 투계로 돈을 벌 생각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링 위에서 싸우는 닭들은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싸움닭 치리' 속 투계 장면을 보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은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치리와 깜이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입니다. 부모님을 잃고 혼자가 된 깜이를 치리 엄마가 데려와 아들처럼 키우게 되었는데요. 멋진 외모뿐 아니라 엄친아의 모습인 깜이 때문에 늘 치리는 비교 당하며 속상해 합니다.

 

어느 날 투계 훈련사가 치리와 깜이가 사는 곳을 찾아옵니다. 싸움닭을 사려는 것이었는데요. 깜이는 투계가 되고 싶어 따라가려는 치리를 기어코 막아선 후 자신이 투계 훈련사를 따라갑니다. 늘 치리를 생각하며 일부러 져주기도 하던 깜이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두려움이 일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버지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깃털은 핏물에 엉겨 붙어 있었고, 상처는 깊게 패인 채 드러나 있었다. 본문 중~”

 

사실 깜이의 아버지는 샤모 투계였습니다. 깜이는 엄마는 깜이에게 절대로 투계가 되지 말라고 당부를 했지만, 깜이는 투계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고 있었기에 치리 대신에 따라 가게 된 것입니다. 깜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는 치리는 자신의 앞길을 막은 깜이를 원망하게 되는데요. 그런 치리에게도 기회가 찾아옵니다. 투계로 팔리게 된 것이었죠. 투계 훈련사에게 맡겨진 치리는 그곳에서 깜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깜이는 자신이 상상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동안 깜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깜이는 자신의 낫칼 때문에 죽은 투계 때문에 괴로워하며 그 후엔 낫칼을 휘두르는 대신 상대의 낫칼을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이제 치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투계의 삶이 어떠한지를..., 승부가 나지 않을 때 투계는 발목에 낫칼을 채우고 싸워야 했습니다. 그건 싸움에 질 경우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지요. 치리는 그제서야 왜 깜이야 자신을 밀어내고 투계 훈련사를 따라갔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치리와 깜이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깜이는 치리를 위해, 그리고 치리는 깜이를 위해 탈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계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투계 도박판의 돈에 환호하는 사람들, 그 와중에 깜이는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투계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 깜이, 이제 깜이는 어떻게 될까요?

 

생각해 보니 삶은 선택의 문제였다. 목숨과 자유를 담보로 닭장 안에서 편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늙은 수탉처럼 자유롭게 살되 스스로 자신을 책임져야만 할 것인가. 본문 중~”

 

치리는 투계판에서 탈출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는 늙은 수탉에게서 삶은 선택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치리는 엄마의 바람대로 식구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수탉이 되는 삶을 선택할까요? 아니면 늙은 수탉처럼 자유로움 삶을 선택할까요?

 

- 엄마의 바람대로 살아간다면 편하기는 할지라도 닭장 안에 갇힌 삶을 살아야 합니다만약 여러분이 치리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 건가요?

 

- 어떤 삶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삶을 선택하든지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건 각자의 몫일뿐이죠. 여러분의 아이들이 치리라면 어떤 선택을 하기를 바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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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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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좌우됩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좌우되지요. 그리고 여성은 늘 가난했는데, 지난 이백 년 동안만이 아니라 태초부터 그랬습니다. 여성은 고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를 쓸 만한 쥐꼬리만 한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했던 것입니다. 본문 중~”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자기만의 방', 몇 년 전 북큐레이션 강의 들을 때 우리 팀의 주제도서와 연계하여 읽었던 책입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남성과 여성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소통과 공감 그리고 배려를 해야 한다는 주제로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과 관련된 책들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그때 서점에 가서 '자기만의 방'을 추천받았는데요. 고백하자면 이 책이 읽기에 어렵지는 않다고 추천해 주셨는데, 저에겐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완독하지는 못했던 책이었는데, 이번엔 'f'에서 출간한 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가 192810월 여자대학인 뉴넘과 거턴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했던 강연과 1929년 같은 제목으로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를 발전시킨 것으로 그해 10월 내용을 수정하고 '자기만의 방'으로 제목을 수정하여 출간한 에세이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간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죠.

 

여성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본문 중~”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경제적인 독립과 더불어 심리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의미합니다.

 

책속에 등장하는 옥스브리지와 퍼넘 대학, 화자인 ''는 모두 허구이고 가공의 인물인데요. 버지니아 울프를 이를 통하여 당시 사회의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사색에 잠긴 그녀()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던 중 누군가 그녀를 막아 세웁니다. 대학 교직원이었던 그는 대학 연구원과 학자에게만 허용된 곳인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그녀를 제재했고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자갈길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사색의 낚싯줄이 끌어올린 작은 물고기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도서관에 들어갈 때도 제재를 받게 되는데요. 은발의 신사가 여성은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갖추어야만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 잔디밭은 꼭 남성만 다녀야 한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 당시 연구원과 학자인 여성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그녀는 서가에 꽂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보면서, 그 시대에 여성이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품을 쓰기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셰익스피어에게 그만큼이나 놀라운 재능을 타고난 여동생, 예를 들어 주디스라는 동생이 있다고 상상해 봅니다. 셰익스피어가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주디스도 똑같이 할 수 있었을까요? 그녀는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고 문법과 논리학도 배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건 부모님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이른 나이에 약혼을 했지만, 원치 않는 결혼을 하기는 싫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기 힘들었고,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타고난 재능의 힘을 믿고 런던을 향해 떠난 주디스, 주디스도 오빠인 셰익스피어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주디스는 그러지 못했고, 감독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버스 정류장에 묻혀 있습니다. 그건 주디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여성들은 아무리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을 타고났더라도 주디스처럼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 그럼 지금의 여성들은 어떨까요? 당연히 남성들과 똑같이 학교에 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도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도 하겠죠? 그럼 직장에서의 진급이나 결혼 후 육아나 집안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그 시대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건 부모가 엄청 부자이거나 신분이 높지 않는 이상은 이루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거실이 하나뿐인 중류층 가정에서 여성이 글을 썼다면 당연히 가족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에서 썼을 것이고, 그렇기에 글쓰기는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나 희곡보다는 산문과 소설을 쓰는 것이 더 수월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집중력이 덜 필요했기 때문이죠. 책속 화자인 ''는 주디스와 대비되는 인물로 메리 카마이클을 등장시켜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그녀에게 백 년을 더 주자. 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며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녀에게 자기만의 방과 매년 오백 파운드를 주고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게 하고 지금 쓴 것의 절반을 덜어 내게 하면, 머지않아 좋은 책을 쓸 거야.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쓴 '생의 모험'을 책장 끄트머리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그녀는 시인이 될 거야. 백 년이라는 시간이 한 번 더 지나면. 본문 중~”

 

버지니아 울프가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은 버지니아 울프가 예견한 대로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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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춘기 사계절 동시집 19
박혜선 지음, 백두리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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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정말 예쁜 동시집 '바람의 사춘기', 싱그러운 초록색 위로 꿈을 꾸는 듯한 아이가 있습니다. 훨훨훨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은 무엇을 표현하는 걸까요? 제목에 나오는 사춘기 아이의 꿈일까요? 아니면 수많은 생각들일까요?

 

생물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는 사춘기,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바람의 사춘기'는 이러한 사춘기 아이들의 생각을 모두 49편의 동시에 담았습니다.

 

1'바람의 사춘기'에선 나무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문, 나를 무시하는 한 살 많은 언니에게 화내는 방법, 고장 난 문을 고치는 일을 이십 년이나 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 방문은 열지 못하고 쩔쩔 매는 열쇠 전문가 아저씨, 세상 가장 소중한 내 마음에게 전하는 사과의 말, 불쑥불쑥 마음대로 찾아오는 첫사랑,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담았어요.

 

2'태양이 진다'에선 첫 눈 내리는 날 늦은 오후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택배 아저씨와 학원 버스 기다리며 컵라면을 먹는 아이, 슈퍼 갈 땐 신이 나서 앞서 가지만 반대로 학원 갈 땐 가기 싫어 뒤쳐져 오는 그림자, 코로나로 일상이 된 줌 수업 풍경, 큰 마트에 밀려 가게를 잃게 된 철물점 아저씨, 개발에 밀려 사라진 태양 연립, 자동문에 밀려 떠난 경비 아저씨, 절대 빠지고 싶지 않는 수학의 바다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3'돼지의 궁금증'에선 늙어서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돼지, 옷과 이불속에 털을 유품으로 남기고 죽은 거위, 폐교된 학교에 남아 있는 책 읽는 소녀와 이순신 장군, 새로운 길에 밀려나 사람의 발길이 끊긴 버스 정류장의 낡은 의자, 일제강점기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간 강제징용 노동자,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 등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일들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쓸쓸하게 남아 있는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문가

 

우리 동네 김씨 아저씨

고장 난 문 열고 고치기를 이십 년

지금까지 고친 문짝만 수백 개

지금까지 따 준 자물쇠만 수천 개

 

그런데

사춘기 아들 방문은 아직도 못 열고 있단다

남의 집 닫힌 문엔 전문가면서

아들 방문 앞에서 쩔쩔 매고 있단다

본문 중~“

 

남의 집 문은 잘도 고치고 어렵지 않게 열면서 정작 아들 방문을 열지 못하고 방문 앞에서 쩔쩔 매는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사춘기라는 걸 모르고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떠올려보니 저도 방문을 닫고 들어간 적이 있더라구요. 엄마한테 혼난 것이지 아니면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요. 우리 집 두형제도 그랬답니다. 자기 마음이 풀릴 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던 큰 녀석은 그나마 방문 닫고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둘째 녀석은 폭풍같이 밀려오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쾅쾅 소리 내어 방문을 닫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답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선 혼자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때로는 화나고 때론 억울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누그러뜨리고 왔었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친구 같은 엄마와 아들로 지내고 있어요.

 

바람의 사춘기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사과나무 가지에 누워 자고 싶다

"오늘은 바람이 잠잠하네."

"그러게 바람 한 점 없네."

과수원 나온 아저씨 아줌마가 하는 말까지

잔소리 같아 짜증 난다

벌떡 일어나 사과나무 한 번 흔들어 줄까 하다가 관뒀다

그냥 다 귀찮다

본문 중~“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변화를 겪는 중장년층인 사추기의 모습도 이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집 두 형제가 한참 예민한 시기를 보낼 즈음에 저도 사추기를 겪었는데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도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답니다. 둘째 녀석이 한창 예민한 시기를 보낼 땐 큰 녀석이 엄마와 동생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했었답니다.

 

창원 철물

 

주인아저씨

고향이 창원일까?

아들이 창원일까?

 

간판 볼 때마다

생각했는데

 

창원 건물 간판 내리고

옆 건물까지 이어 이어 큰 마트 간판 걸렸다

 

가게 잃은 창원 철물 아저씨

고향 잃은 것처럼

아들 잃은 것처럼

 

여기 지날 때마다 좀 그렇겠다

본문 중~“

 

우리 동네에서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답니다. 어느 날엔가 오래된 간판이 사라지고 새로 인테리어를 한 깔끔하고 세련된 가게가 들어서곤 했지요. 손님들이 많이 찾던 가게도 15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던 가게도 다른 업종의 가게를 연다는 이유로 건물주에 의해 강제로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마음이 씁쓸했었답니다.

 

돼지의 궁금증

 

늙는다는 건

뭐야?

늙어서 죽는다는 건

어떤 거야?

본문 중~“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한 번도 없답니다. 사육되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겠죠? 그 동물들은 늙기 전에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까요!~ㅜㅜ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이 뛰노는 시 놀이터 '바람의 사춘기'와 함께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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