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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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좌우됩니다. 시는 지적 자유에 좌우되지요. 그리고 여성은 늘 가난했는데, 지난 이백 년 동안만이 아니라 태초부터 그랬습니다. 여성은 고대 아테네 노예의 아들보다도 지적 자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를 쓸 만한 쥐꼬리만 한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나는 돈과 자기만의 방을 그토록 강조했던 것입니다. 본문 중~”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자기만의 방', 몇 년 전 북큐레이션 강의 들을 때 우리 팀의 주제도서와 연계하여 읽었던 책입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남성과 여성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닌 소통과 공감 그리고 배려를 해야 한다는 주제로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과 관련된 책들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그때 서점에 가서 '자기만의 방'을 추천받았는데요. 고백하자면 이 책이 읽기에 어렵지는 않다고 추천해 주셨는데, 저에겐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완독하지는 못했던 책이었는데, 이번엔 'f'에서 출간한 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가 192810월 여자대학인 뉴넘과 거턴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했던 강연과 1929년 같은 제목으로 잡지에 기고한 에세이를 발전시킨 것으로 그해 10월 내용을 수정하고 '자기만의 방'으로 제목을 수정하여 출간한 에세이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간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죠.

 

여성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본문 중~”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경제적인 독립과 더불어 심리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의미합니다.

 

책속에 등장하는 옥스브리지와 퍼넘 대학, 화자인 ''는 모두 허구이고 가공의 인물인데요. 버지니아 울프를 이를 통하여 당시 사회의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사색에 잠긴 그녀()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던 중 누군가 그녀를 막아 세웁니다. 대학 교직원이었던 그는 대학 연구원과 학자에게만 허용된 곳인 잔디밭을 가로지르는 그녀를 제재했고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자갈길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사색의 낚싯줄이 끌어올린 작은 물고기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도서관에 들어갈 때도 제재를 받게 되는데요. 은발의 신사가 여성은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갖추어야만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 잔디밭은 꼭 남성만 다녀야 한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 당시 연구원과 학자인 여성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그녀는 서가에 꽂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보면서, 그 시대에 여성이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품을 쓰기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셰익스피어에게 그만큼이나 놀라운 재능을 타고난 여동생, 예를 들어 주디스라는 동생이 있다고 상상해 봅니다. 셰익스피어가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주디스도 똑같이 할 수 있었을까요? 그녀는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고 문법과 논리학도 배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건 부모님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이른 나이에 약혼을 했지만, 원치 않는 결혼을 하기는 싫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기 힘들었고,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타고난 재능의 힘을 믿고 런던을 향해 떠난 주디스, 주디스도 오빠인 셰익스피어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주디스는 그러지 못했고, 감독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버스 정류장에 묻혀 있습니다. 그건 주디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여성들은 아무리 셰익스피어와 같은 재능을 타고났더라도 주디스처럼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 그럼 지금의 여성들은 어떨까요? 당연히 남성들과 똑같이 학교에 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도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도 하겠죠? 그럼 직장에서의 진급이나 결혼 후 육아나 집안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그 시대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건 부모가 엄청 부자이거나 신분이 높지 않는 이상은 이루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거실이 하나뿐인 중류층 가정에서 여성이 글을 썼다면 당연히 가족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에서 썼을 것이고, 그렇기에 글쓰기는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나 희곡보다는 산문과 소설을 쓰는 것이 더 수월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집중력이 덜 필요했기 때문이죠. 책속 화자인 ''는 주디스와 대비되는 인물로 메리 카마이클을 등장시켜 희망을 이야기 합니다.

 

그녀에게 백 년을 더 주자. 나는 마지막 장을 읽으며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녀에게 자기만의 방과 매년 오백 파운드를 주고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게 하고 지금 쓴 것의 절반을 덜어 내게 하면, 머지않아 좋은 책을 쓸 거야. 나는 메리 카마이클이 쓴 '생의 모험'을 책장 끄트머리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그녀는 시인이 될 거야. 백 년이라는 시간이 한 번 더 지나면. 본문 중~”

 

버지니아 울프가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은 버지니아 울프가 예견한 대로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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