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춘기 사계절 동시집 19
박혜선 지음, 백두리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가 정말 예쁜 동시집 '바람의 사춘기', 싱그러운 초록색 위로 꿈을 꾸는 듯한 아이가 있습니다. 훨훨훨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은 무엇을 표현하는 걸까요? 제목에 나오는 사춘기 아이의 꿈일까요? 아니면 수많은 생각들일까요?

 

생물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는 사춘기,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바람의 사춘기'는 이러한 사춘기 아이들의 생각을 모두 49편의 동시에 담았습니다.

 

1'바람의 사춘기'에선 나무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문, 나를 무시하는 한 살 많은 언니에게 화내는 방법, 고장 난 문을 고치는 일을 이십 년이나 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 방문은 열지 못하고 쩔쩔 매는 열쇠 전문가 아저씨, 세상 가장 소중한 내 마음에게 전하는 사과의 말, 불쑥불쑥 마음대로 찾아오는 첫사랑,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담았어요.

 

2'태양이 진다'에선 첫 눈 내리는 날 늦은 오후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택배 아저씨와 학원 버스 기다리며 컵라면을 먹는 아이, 슈퍼 갈 땐 신이 나서 앞서 가지만 반대로 학원 갈 땐 가기 싫어 뒤쳐져 오는 그림자, 코로나로 일상이 된 줌 수업 풍경, 큰 마트에 밀려 가게를 잃게 된 철물점 아저씨, 개발에 밀려 사라진 태양 연립, 자동문에 밀려 떠난 경비 아저씨, 절대 빠지고 싶지 않는 수학의 바다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걸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3'돼지의 궁금증'에선 늙어서 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돼지, 옷과 이불속에 털을 유품으로 남기고 죽은 거위, 폐교된 학교에 남아 있는 책 읽는 소녀와 이순신 장군, 새로운 길에 밀려나 사람의 발길이 끊긴 버스 정류장의 낡은 의자, 일제강점기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간 강제징용 노동자,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 등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일들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쓸쓸하게 남아 있는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문가

 

우리 동네 김씨 아저씨

고장 난 문 열고 고치기를 이십 년

지금까지 고친 문짝만 수백 개

지금까지 따 준 자물쇠만 수천 개

 

그런데

사춘기 아들 방문은 아직도 못 열고 있단다

남의 집 닫힌 문엔 전문가면서

아들 방문 앞에서 쩔쩔 매고 있단다

본문 중~“

 

남의 집 문은 잘도 고치고 어렵지 않게 열면서 정작 아들 방문을 열지 못하고 방문 앞에서 쩔쩔 매는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사춘기라는 걸 모르고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떠올려보니 저도 방문을 닫고 들어간 적이 있더라구요. 엄마한테 혼난 것이지 아니면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요. 우리 집 두형제도 그랬답니다. 자기 마음이 풀릴 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던 큰 녀석은 그나마 방문 닫고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둘째 녀석은 폭풍같이 밀려오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쾅쾅 소리 내어 방문을 닫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답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선 혼자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때로는 화나고 때론 억울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누그러뜨리고 왔었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친구 같은 엄마와 아들로 지내고 있어요.

 

바람의 사춘기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사과나무 가지에 누워 자고 싶다

"오늘은 바람이 잠잠하네."

"그러게 바람 한 점 없네."

과수원 나온 아저씨 아줌마가 하는 말까지

잔소리 같아 짜증 난다

벌떡 일어나 사과나무 한 번 흔들어 줄까 하다가 관뒀다

그냥 다 귀찮다

본문 중~“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변화를 겪는 중장년층인 사추기의 모습도 이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집 두 형제가 한참 예민한 시기를 보낼 즈음에 저도 사추기를 겪었는데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도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답니다. 둘째 녀석이 한창 예민한 시기를 보낼 땐 큰 녀석이 엄마와 동생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했었답니다.

 

창원 철물

 

주인아저씨

고향이 창원일까?

아들이 창원일까?

 

간판 볼 때마다

생각했는데

 

창원 건물 간판 내리고

옆 건물까지 이어 이어 큰 마트 간판 걸렸다

 

가게 잃은 창원 철물 아저씨

고향 잃은 것처럼

아들 잃은 것처럼

 

여기 지날 때마다 좀 그렇겠다

본문 중~“

 

우리 동네에서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답니다. 어느 날엔가 오래된 간판이 사라지고 새로 인테리어를 한 깔끔하고 세련된 가게가 들어서곤 했지요. 손님들이 많이 찾던 가게도 15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던 가게도 다른 업종의 가게를 연다는 이유로 건물주에 의해 강제로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 마음이 씁쓸했었답니다.

 

돼지의 궁금증

 

늙는다는 건

뭐야?

늙어서 죽는다는 건

어떤 거야?

본문 중~“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한 번도 없답니다. 사육되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있겠죠? 그 동물들은 늙기 전에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까요!~ㅜㅜ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이 뛰노는 시 놀이터 '바람의 사춘기'와 함께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