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하는 철학자
헤르만 폰 카이저링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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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오한 사상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책, 우리의 내면을 더욱 강해지게 만들고 삶의 무기가 된다고 하는 철학, 하지만 철학은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앞서기도 하는데요. 무려 800페이지에 이르는 벽돌책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해집니다. <방랑하는 철학자>"러시아 제국령 리보니아(지금의 에스토니아 땅)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독일의 철학자 헤르만 폰 카이저링이 1911년부터 1912년까지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일주를 한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 헤르만 폰 카이저링은 러시아 혁명 이후 재산을 몰수당하고 추방당해 난민으로 떠돌다 비스마르크 가문 사유지에 은신했으며, 비스마르크의 손녀와 결혼했다고 합니다. 심리학자 카를 융, 신학자 폴 틸리히, 소설가 헤르만 헤세,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등이 그가 설립한 '지혜의 학교'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철학자의 여행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이 책은 1'열대 지방으로', 2'실론', 3'인도', 4'극동으로 가는 길', 5'중국', 6'일본', 7'신세계를 향하여', 8'미국', 9'집으로 돌아와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왜 세계일주를 나서게 되었는지, 지중해, 실론, 인도 등등의 나라 여행기,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까지를 담았습니다. <방랑하는 철학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여행기가 아니라, "삶과 운명 앞에서 지혜에 목말라 방황하는 젊은 철학자의 모험담(p.7)"이 담긴 여행기입니다.

 

책을 읽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우리나라에 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듯 일본편에서 "고구려의 승려이자 화가인 담징이 그렸다는 호류지 <금당벽화>"가 나오는데요. 그는 금당벽화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다시 한 번, 나라의 걸작들 앞에서 중세 카톨릭 정신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얼마나 대단한 종합인가. 인도의 지혜, 그리스의 형식, 기독교의 교리가 하나가 되다니! 호류지에 있는 '한국 불상'이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다. p.575~576

 

금당벽화는 호류지 재건 연대와 관련하여 담징의 작품인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으며 일본 화가가 그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는데요. "이 작품에 대한 서구인의 관찰기로서 이 단락은 극히 귀중한 증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세계일주야말로 자기 자신을 찾는 지름길이다.

-헤르만 카이저링

'방랑하는 철학자' ~

 

"사고방식을 밑바탕부터 혁신하고 가능한 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과거의 나 자신을 잊어버릴 만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p.20)"는 저자, 그는 그렇게 '' 자신을 찾기 위한 세계일주를 떠납니다. 지중해부터 뉴욕까지의 일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인도' 여행기입니다. 불교의 발생지이자 힌두교의 나라 인도, 불교 최고 성지 부다가야에서 들려주는 붓다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불교 최고의 성지 부다가야에 경이로운 영적 분위기가 물씬하다. (중략) 오직 이곳, 위대했던 한 인간이 깨달은 곳에만 특별한 혼이다. 바로 여기에 힘차고 순수하게 한 인간을 다시 태어나게 만든 많은 원인이 있었다. 우선 붓다는 지금도 여전히 푸른 보리수 그늘 밑에서 깨달았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을 깨우칠 만큼 강력한 깨우침이다. p.376

 

저자는 부다가야를 "그리스 델포이 신탁"에 비유하며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각별한 역사의 구심점"이라며, "지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이라 말합니다. "예수의 교리는 싯타르타의 교리보다 심오하지만, 예수는 싯타르타만큼 뛰어난 존재는 아니다."라고 말하는데요. "예수는 이 세상 어두운 곳 여기저기에서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햇살과 같다."면서 "예수가 사람들 사이에 살아있는 신"이라면, "붓다는 인간으로 신성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붓다는 훌륭한 인간성을 타고났으며, 풍부하고 깊은 경험도 쌓았으며, 역사상 어떤 사람도 능가하지 못한 수준에 도달했다."라며 "그래서 성자가 철학자보다 뛰어나다."고 말합니다. 불교 교리와 기독교 교리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여행한 다른 곳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하는데요. 그가 불교와 기독교를 왜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지중해부터 뉴욕까지, 철학자의 여행기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사람의 영혼은 알고 이해하는 복을 받을 만큼 무르익을 때까지 어떤 경험이든 겪어봐야 한다. 이 길 말고는 다른 길은 없다. 빠른 지름길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왜 그럴까? 목적이란 외견상의 이해가 아니라 내면의 변화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경험의 단계마다 특별한 진실이 부응한다. 나비의 생활 방식은 애벌레에게 걸맞지 않다. 나비는 애벌레의 목적에나 걸맞다.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목적을 이루려면, 우선 애벌레나 번데기 같은 유충의 상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인간의 영혼도 이와 똑같다. 인간의 영혼은 앎으로써 성장한다. p.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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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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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국어 시험에 꼭 나왔던 시, 절대 빠질 수 없는 시 중 하나가 바로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아닐까 합니다. 그 당시엔 시험공부를 위해 암송하고 의미까지 달달 외우기는 했지만, 그 덕분인지 지금도 입에서 맴도는 시가 되었습니다. 요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햇비><자화상> 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는 의미겠지요?

 

윤동주 시인은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징역 2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1945216일 광복을 여섯 달 앞둔 시점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여 고향 용정에 묻혔다."고 합니다. "그의 죽음이 일제의 생체 실험 주사에 따른 희생"으로 추정된다고도 하니, 일제의 끔찍하고도 잔혹한 만행에 분노가 차오릅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유고 시집 초판본부터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뉴에디션 '윤동주 전 시집'은 초판본부터 증보판,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록을 보류했던 시와 기존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 그리고 초판본에 실린 정지용님의 서문과 강처중님의 발문을 비롯한 모든 서문과 발문까지 모두 실은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서시>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초판본에 실린 시 31, 4장에는 추가된 시 35, 5장에는 동요 22, 6장에는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록을 보류했던 시 23, 7장에는 산문 5, 8장에는 미완성이거나 원고에서 삭제 표시한 시를 포함해 기존 윤동주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 8, 9장에는 모든 서문과 발문을 총 망라해 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윤동주 전 시집입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그럼에도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진실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운명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절망의 상황을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의 존재로 살아갈 수는 없을지라도 말이지요.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일제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에 미움을 느끼다가 괴로워하는 자시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다가 끝내는 순수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과 이상적인 자아에 그리움을 느끼는 사나이, 사나이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내적갈등을 겪지만 끝내는 그 갈등을 해소하고 자아와 화해합니다. 지금 우물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떠할까,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를 생각해봅니다.

 

 

 

 


 

햇비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해

맞아주자 다같이

옥수숫대 처럼 크게

닷자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달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햇비'는 볕이 나 있는 날에 잠깐 내리다가 금세 그치는 비를 말합니다. '여우비'라고도 불렀던 비, 여우비가 내리면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고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가 떠 있는데도 내리는 비, 아무 걱정 없던 그 시절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좋아서 비를 맞으며 뛰어 놀았던 것 같습니다.

 

윤동주의 시 <햇비> 속에도 비를 맞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햇비>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밝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희망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 또한 이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에 대한 해석은 접어주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시 <별 헤는 밤>을 마음으로 들려드립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꿈오리 한줄평은 그때와는 다를지라도, 어쨌든 시절이 하 수상한 요즘의 세태를 이야기하는 듯한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조국을 팔아 영예와 지위를 사고 자유를 바꾸어 굴욕과 비굴을 얻어 날뛰는 반역자들이 구더기처럼 들끓는 시궁창 속에 오직 한 마리 은어인 양 청신淸新하였던 시인 윤동주. '정병욱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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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진짜 공부 -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
강원국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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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으로 일했으며, 기업 총수들의 글과 말을 다듬는 스피치 라이터이기도 했던 작가, 지금은 집필과 강연, 방송 활동으로 "자기 말을 하고 자기 글을 쓰며 사는" 작가, 바로 강원국 작가입니다. 말하기와 글쓰기로 성인 독자들을 만나오던 그가 들려주는 청소년을 위한 공부 이야기 <강원국의 잔짜 공부>, 이 책은 부제 그대로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입니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목적이 된 공부, 그래서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현실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하는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하는 공부가 아닌, "나를 키우는 진짜 공부"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공부란 "말하기, 쓰기 중심의 공부, 혼자 하는 공부, 경쟁하는 공부가 아닌 함께 하는 공부, 협력하는 공부, 소유를 늘리는 공부가 아니라 공유를 넓히는 공부, 수동적인 공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공부, 머리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가슴과 손발로 하는 공부, 학교 공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평생 공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목차에 나오는 것처럼 '이제는 진짜 공부를 해야 할 때' 부터 '어느 대학 아니고 이런 사람인데요?'까지 4주 동안 하루 한 챕터씩 읽어나가며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 공부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입시와 성적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를 위한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공부란 무엇인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것,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한다는 것, 내면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 공부의 시작은 관찰이라는 것, 시간 관리와 지구력이 필요하다는 것, 공부도 습관으로 해야 한다는 것 등등 목차만 봐도 어떻게 공부해야할지를 알 것 같습니다.

 

똑똑한 사람으로 가득 차면 우리 사회가 보다 나아질까요?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똑똑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요?

 

좋은 사람은 친절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면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사람, 공동체의 지속과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 불의를 보면 분노하는 사람, 불합리한 것을 개선하는 일에 앞장서는 사람들이지요. 당장에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쉽지 않지만 좋은 사람은 마음만 고쳐먹으면 곧바로 될 수 있습니다. p.99~100

 

"교육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길러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밀어내고 떨어뜨리며 가장 높은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닌, "옳은 것과 그른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있는 현명한 사람, 능력보다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이 인정받고 대접받는 사회, 교육은 무릇 이런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읽기, 듣기로는 개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목소리가 없으니까요. 말하고 쓸 때, 그 말과 글에 배어 있는 게 그 사람의 개성입니다. 원론적으로 남의 것을 읽고 듣기만 하면 자아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자기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지요. p.122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잘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 이것 또한 필요한 것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상상력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지식은 한정되어 있지만 상상력은 무한하다."고 말이지요. 우리의 현실은 어떠할까요? 선생님 혼자 말하고 많은 학생들이 같은 내용을 듣는 공부, 그래서 "서로 달리 태어난 사람들을 다 같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 각자의 색깔을 살려줄 수 있을까요? "상상력은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오며, "상상력이 커지려면 실패에 관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와는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 시스템과 학벌이 중시되는 사회, 이런 현실이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은 아닐까요? 실질적인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꿈오리 한줄평은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공부는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입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한 번에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이뤄지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도전해야 하지요.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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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 (70주년 기념 특별판)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화곤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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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제 초딩 시절에 함께 읽었던 책, 그때 함께 읽었던 책들 중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책, 어디서든 거미줄만 보면 떠오르는 책, 세대를 넘어 수많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바로 <샬롯의 거미줄>입니다.

 

이 책은 무녀리(한배 새끼 가운데에서 맨 먼저 태어난 새끼)로 태어나 몇 번이나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돼지 윌버와 윌버의 새 보금자리인 헛간에 살고 있던 거미 샬롯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뉴베리 아너상, 로라 잉걸스 와일더 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작품으로 출간 70주년을 맞아 특별판이 출간되었습니다. 특히 패브릭 양장 제본으로 변신한 표지와 빛을 따라 반짝이는 윌버와 샬롯의 모습은 정말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거미 샬롯과 돼지 윌버가 나누는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값진 우정"을 그대로 담아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공평해요. 작게 태어난 건 그 돼지 잘못이 아니잖아요. p.8

 

작고 약한 무녀리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죽을 위기에 처한 아기 돼지, 펀은 아빠를 설득해 아기 돼지를 키우게 되고 윌버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더 이상 집에서 키울 수 없게 되자 주커만 삼촌 댁에 팔게 되고, 윌버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헛간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비 때문에 계획한 일을 망치고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 생애 최악의 날을 보내게 된 어느 날, 윌버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문안이오!"라며 인사를 건네는 커다란 회색 거미, 바로 샬롯이었죠. "덫을 놓아 파리나 다른 벌레들을 잡아먹는 사냥꾼"인 샬롯, 윌버는 "피에 굶주린 듯한" 샬롯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생각은 오해였다는 것, 샬롯은 그 누구보다 "친절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고,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안개 낀 날 아침이면 샬롯의 거미줄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날 아침에는 가느다란 거미줄의 올마다 수십 개의 조그만 물방울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거미줄은 빛을 받아 반짝였으며,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무늬를 만들어 냈다. (중략) 거기, 거미줄 한가운데에 선명하고도 굵게 어떤 글자가 짜여 있었다. 바로 이렇게! "대단한 돼지" p.99~100

 

크리스마스에 햄이 될 위기에 처한 윌버,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윌버는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요. 그 모습을 본 샬롯은 윌버를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고, 드디어 자신의 거미줄로 "대단한 돼지!" 라는 글자를 만들어 냅니다. 윌버는 목숨을 구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유명 인사가 되고, 주커만 씨네 집 헛간은 윌버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샬롯이 "대단한 돼지!", "근사해", "눈부신" 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낼 때마다, 윌버는 그에 맞는 돼지가 되려 노력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아 갑니다.

 

농축산물 품평회에 나가게 된 윌버, 윌버를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품평회장에 따라간 샬롯, 샬롯에게 일어난 아주 특별하고도 소중한 일 등등 더 많은 이야기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왜 나에게 그렇게 잘해 주었니? 난 그럴 만한 자격이 없는데.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게 없어."

"넌 내 친구였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내가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미줄을 짰던 거야." p.205

 

외로워하는 윌버의 친구가 되어 주고,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윌버를 도와준 샬롯, 샬롯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생명까지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던 윌버, 따스하고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는 윌버와 샬롯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다시 한 번 더 일깨워줍니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성공한 삶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권력을 가졌거나 지위가 높거나 성공한 친구가 아닌, 그저 ''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친구, 살아오는 동안 그런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면, 정말 축복된 삶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합니다. 윌버의 목숨은 물론이거니와 삶을 변화시켜 준 샬롯과 샬롯의 삶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일이 이루어지게 해준 윌버같은 친구가 있다면 말이죠.

 

꿈오리 한줄평 : 생명의 소중함과 진정한 우정 등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이야기, 감성이 풍부한 돼지 윌버와 속깊고 영리한 거미 샬롯의 이야기에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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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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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은 떠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쁨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요? 호랑이 버스를 타고 가는 아이의 모습이 딱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표지 그림과 제목에서부터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이 책은 <엄마 셋 도시락 셋>, <아빠 셋 꽃다발 셋>, <! 따끔!>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지승 작가의 신작 그림책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따스하고도 뭉클한 감동을 줄 것만 같습니다.

 

 


 

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다.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아빠와 호랑이 버스' ~

 

선아는 엄마가 제일 좋지만, 엄마는 일하느라 바쁩니다. 어쩔 수 없이 아빠와 함께 해야 하는데요. 선아 밥 먹이는 것부터 머리 묶는 것, 그리고 옷 입는 것까지, 조금은 어설픈 아빠, 게다가 아빠는 선아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뾰로통해 보이던 선아가 활짝 웃습니다. 아빠가 선아가 좋아하는 호랑이를 보러 가자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랑이를 보러 가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육아에 서툰 아빠에게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은 아이와의 외출은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니까요. 드디어 어린이대공원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 선아와 아빠, 깜빡 조는 사이 버스는 어린이대공원을 지나 종점을 향해 달리는데요.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모습은 선아와 아빠에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암시를 주는 듯합니다.

 

 


 

아이스크림보다 호랑이보다 아빠가 좋다.

'아빠와 호랑이 버스' ~

 

토독토독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맑고 화창한 날 갑자기 내리는 비, 혹시 여우가 시집가는 날일까요? 아니면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일까요? 토끼, 돼지, 거북, 사슴.., 온갖 동물들을 태운 버스가 청사초롱이 걸린 숲속에 도착합니다. 선아와 아빠도 함께요.

 

"아이스크림보다 호랑이보다 아빠다 좋다"고 말하는 선아, 아빠와 함께 라서 더 즐거웠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선아와 아빠의 행복한 추억이 두 사람의 마음에 노을처럼 곱게 물들어갑니다. 독자들의 마음에도 따스하고 뭉클한 감동이 스며듭니다.

 

꿈오리 한줄평 : 노을처럼 곱게 물들어가는 추억, 따스하고 뭉클한 감동,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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