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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ㅣ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평점 :

학교 다닐 때 국어 시험에 꼭 나왔던 시, 절대 빠질 수 없는 시 중 하나가 바로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아닐까 합니다. 그 당시엔 시험공부를 위해 암송하고 의미까지 달달 외우기는 했지만, 그 덕분인지 지금도 입에서 맴도는 시가 되었습니다. 요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햇비>와 <자화상> 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는 의미겠지요?
윤동주 시인은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징역 2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1945년 2월 16일 광복을 여섯 달 앞둔 시점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여 고향 용정에 묻혔다."고 합니다. "그의 죽음이 일제의 생체 실험 주사에 따른 희생"으로 추정된다고도 하니, 일제의 끔찍하고도 잔혹한 만행에 분노가 차오릅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유고 시집 초판본부터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을 기념하여 출간한 뉴에디션 '윤동주 전 시집'은 초판본부터 증보판,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록을 보류했던 시와 기존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 그리고 초판본에 실린 정지용님의 서문과 강처중님의 발문을 비롯한 모든 서문과 발문까지 모두 실은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서시>와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초판본에 실린 시 31편, 4장에는 추가된 시 35편, 5장에는 동요 22편, 6장에는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록을 보류했던 시 23편, 7장에는 산문 5편, 8장에는 미완성이거나 원고에서 삭제 표시한 시를 포함해 기존 윤동주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시 8편, 9장에는 모든 서문과 발문을 총 망라해 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윤동주 전 시집‘입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중~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그럼에도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진실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운명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절망의 상황을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의 존재로 살아갈 수는 없을지라도 말이지요.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
일제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에 미움을 느끼다가 괴로워하는 자시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다가 끝내는 순수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과 이상적인 자아에 그리움을 느끼는 사나이, 사나이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내적갈등을 겪지만 끝내는 그 갈등을 해소하고 자아와 화해합니다. 지금 우물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떠할까,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를 생각해봅니다.
햇비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해ㅅ비
맞아주자 다같이
옥수숫대 처럼 크게
닷자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달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
'햇비'는 볕이 나 있는 날에 잠깐 내리다가 금세 그치는 비를 말합니다. '여우비'라고도 불렀던 비, 여우비가 내리면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고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가 떠 있는데도 내리는 비, 아무 걱정 없던 그 시절엔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좋아서 비를 맞으며 뛰어 놀았던 것 같습니다.
윤동주의 시 <햇비> 속에도 비를 맞으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햇비>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밝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희망적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 또한 이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에 대한 해석은 접어주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시 <별 헤는 밤>을 마음으로 들려드립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중~
꿈오리 한줄평은 그때와는 다를지라도, 어쨌든 시절이 하 수상한 요즘의 세태를 이야기하는 듯한 책속 문장으로 대신합니다.
조국을 팔아 영예와 지위를 사고 자유를 바꾸어 굴욕과 비굴을 얻어 날뛰는 반역자들이 구더기처럼 들끓는 시궁창 속에 오직 한 마리 은어인 양 청신淸新하였던 시인 윤동주. '정병욱 후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