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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요네사키시에 있는 고급호텔에서 불륜관계에 있던 남자를 식사용 나이프로 찔러 사망케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흉기에 남아있는 지문, 피해자의 몸에 남아있는 피부 조각 등 상황증거는 모두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 뿐이었다.
사가타 변호사는 모두가 유죄를 확신하는 피고인의 재판을 맡고 변론을 준비한다.
(p. 19)
사가타가 사건 의뢰를 받아들이는 기준은 보수의 많고 적음도, 승산이 있고 없음도 아니다.
사건이 재미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다.
재미있는 사건이란 무엇인가.
검찰이 쉽게 간파할 수 있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한 꺼풀 벗길 때마다 새로운 얼굴이 드러나는 사건이다.
예를 들면 검찰조서에 적힌 동기 말고, 털어놓기 껄적지근한 복잡한 감정과 사정이 감춰진 사건이다.
피고인을 불리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실을 규명한다.
그게 사가타의 원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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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다카세 부부(고지, 미쓰코)의 외동아들인 스구르가 학원을 다녀오던 길에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함께 있던 친구 나오키는 상대방 차량아 신호위반을 했고 음주운전까지 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에서는 그 진술이 신빙성과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가해 차량의 운전자인 시마즈 구니아크는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는다.
다카세 부부는 처분 결과를 믿을 수 없었기에 가해자의 진술조서 등을 보려고 했지만 볼 수 없었고, 그들은 가해 차량의 위법 행위의 증거를 찾기 위해 여러가지로 고군분투하였으나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고 어느덧 체념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스구르의 7주기가 다가올 즈음, 미쓰코가 치료가 어려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고지는 절망에 빠진다.
그런데 7주기 다음날 우연히 간 술집에서 시마즈 구니아키를 보게 되고, 시마즈가 아무런 반성의 기미 없이 술을 마시며 일상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 그러던 중 시마즈를 데리러 온 아들과의 대화에서 7년 전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고지로부터 시마즈의 이야기를 들은 미쓰코는, 자신이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한다.
(p. 183)
나는 어떻게 돼도 좋아. 어떤 치욕을 뒤집어써도.
아들 원수만 갚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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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살인사건의 재판 진행 상황과 아이를 잃은 다카세 부부가 시마즈를 상대로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흘러가는 이야기로 볼 때는 호텔 살인사건의 범인은 미쓰코이고, 피해자는 시마즈로 보였다.
이대로 미쓰코가 유죄를 받는다고 해도 시마즈에 대한 제대로 된 복수를 했다고 보여졌지만, 그대로 처벌을 받는다는 것도 조금은 서글퍼서 어떤 다른 반전이 있을까를 생각하며 읽어 나갔다.
물론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반성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고 있는 시마즈를 향한 다카세 부부의 상심과 고통, 분노가 너무나 공감되었다.
자신의 얼마 남지 않는 목숨과 인생을 걸고 아들의 복수를 꿈꿨던 미쓰코, 그리고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고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행복을 지키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 일일까라는 생각에 속상하고 슬펐다.
아... 반전을 알게 된 순간, 눈을 의심했다.
속았구나 싶었지만, 그 반전을 납득하자마자 마음속에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이 번졌다.
법정 미스터리답게 재판 진행 과정은 흥미진진했고, 반전 역시 좋았다.
내가 조금 더 센스있는 독자였다면 반전을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놀라움보다는 가슴 먹먹한 안타까움이 가득한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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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즈키 유코 작가의 <고독한 늑대의 피>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책은 늘 관심있게 지켜보는 편이다.
이번 사가타 사다토 변호사 시리즈는 처음 접했지만, 역시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사가타 변호사가 검사였던 시절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 <검사의 숙원>, <검사의 사명>도 출간되면 꼭 읽어봐야겠다.
(p. 236)
분명 죄인은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릇된 죄가 아닌, 제대로 규명된 죄가 처벌대상이 돼야 한다.
(p. 341)
죄를 재단할 때 중요한 것은 지금 눈앞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건 만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왜 그 죄가 저질러졌고, 왜 그 인간이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죄를 재단할 수 없습니다.
어떤 행동이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물 위에서 치는 파도만 보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바닥까지 파고 들어가 파문을 일으킨 원인을 찾지 않는다면 죄에 대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습니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