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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평점 :
(P. 9)
하지만 내 운은 거기까지였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운 없는 하루가 그 전화로 시작된 것이다.
사와자키는 오전에 사무실로 어떤 여자가 전화를 걸어와 행방을 알 수 없는 가족 문제로 상담하고 싶으니 오후 2시에 마카베 오사무의 집으로 와줄 수 있겠느냐는 의뢰를 받고 그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사와자키는 그 곳에서 마카베 오사무의 딸인 마카베 사야카의 유괴범으로 몰려 경찰에 연행된다.
이후 유괴범은 몸값을 가져오는 사람으로 사와자키를 지목하고, 경찰은 이를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와자키에게 그 임무를 맡긴다.
사와자키는 유괴범의 요구에 따라 돈이 든 가방을 들고 여러 장소를 옮겨 다녔고, 그러던 중 폭주족들에게 공격을 당해 정신을 잃고 돈가방도 잃어버리게 된다.
이후 유괴범은 지정한 시각과 장소에 몸값이 오지 않았으므로 교섭을 중단한다는 전화를 했고, 그 뒤로도 연락이 없어 사야카의 안전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렇게 사야카의 유괴 9일이 지나고, 사와자키의 탐정 사무실로 사야카의 큰 외삼촌인 '가이 마사요시'가 찾아와 유괴 사건과 관련해 네 명의 이름과 주소 등의 정보를 전해주며 조사를 의뢰한다.
그리고 그 날 저녁 탐정사무실로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사야카의 이름을 대며 어떤 장소로 나오라고 지시했고, 사와자키는 그 곳에서 사망한 소녀의 시신을 발견한다.
사야카를 유괴하고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이며, 이런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범인에게도 불운이랄까.
그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여러 탐정 중의 하나로 골랐을 뿐인데, 그야말로 진실을 제대로 꿰뚫어보는 명탐정이 걸렸으니 말이다.
범인의 정체는 놀라웠다.
하지만 절대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이런저런 얕은 생각으로 그걸 덮고 무마시키려 하는 것보다는, 그 순간의 진실을 밝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범죄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 사람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 속에는 그 진실이 끝내 덮이거나 옅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아픈 한 곳이 될 테니 말이다.
새로운 옷을 입고 13년 만에 개정판으로 만나 본 《내가 죽인 소녀》는 여전히 재미있고 매력적이었다.
소설 속 세상은 2009년보다 더 이전이기에 예전의 모습들을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물론 무엇보다도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사와자키 탐정이겠지만 말이다.
이참에,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만나봐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