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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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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치조지의 주택가에 있는 미스터리 서점 '살인곰 서점(Murder Bear Bookshop)'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서점 2층에 위치한 '백곰 탐정사'의 탐정인 하무라 아키라.

그녀는 도토종합리서치의 탐정 사쿠라이에게 간단한 일이라며 어느 노인의 행동을 지켜보고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노인을 미행하던 하무라는 노인과 노인의 친구 미쓰에의 싸움에 휘말려 다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미쓰에와 손자 히로토가 사는 낡은 연립에 잠시 살게 된다.

히로토는 약 7개월 전에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로 아버지 미쓰타가를 잃었다. 히로토는 지금 재활 치료 중이었고, 미쓰에는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라 하무라가 미쓰에의 연립주택 비어있는 방에 살면서 이들을 돕고, 또 미쓰타카의 고서적 등을 처분하는 걸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아, 이 일은 도토종합리서치의 사쿠라이에게 의뢰받은 일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런데, 짐을 정리하기로 예정된 전날 연립주택에 큰 화재가 났고, 그로 인해 히로토는 사망, 미쓰에는 심한 부상을 입게 된다. 경찰은 사고로 거동이 힘들고 심적으로 불안정했던 히로토가 진정제를 먹고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등유 난로가 넘어져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사고사로 처리하려 한다.

그러나 하무라는 경찰의 이런 결론을 믿기 어렵다.

 

큰 교통사고로 사고 전후 기억을 잃은 히로토는, 자신이 그날 왜 아버지와 함께 사고장소에 있었는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히로토는 하무라에게 왜 자신이 거기 있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며 의뢰를 했고, 하무라는 늦었지만 히로토의 의뢰 내용을 조사하고자 한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마쓰타카와 마쓰타카가 점장으로 일하던 식당 '여우와 바오바브'에 얽힌 소문, 경찰이 은밀히 마쓰타카를 주시하며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갑작스런 화재와 죽음, 정말 히로토는 불운이 겹친 화재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일까?

 

(p. 404)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사고가 우연히 한 사람에게 연달아 발생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고가 원인이고 화재가 결과라과 생각하는 편이 좋겠죠.

- 우연이 아니라면?

 

시작은 노인을 미행하는 간단한 일이라고 여겨졌지만, 그 일이 이어지고 이어지는 동안 그건 그저 간단한 일이 아닌게 되어 버렸다. 비록 의뢰와 관련하여 잠시 살게 된 것이지만, 잠깐이나마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주었던 이들이 갑작스런 화재로 다치거나 사망했다.

하무라는 그후 히로토를 이런 운명에 빠지게 한 교통사고, 그 사고당시 왜 히로토가 사고 장소에 있었는지를 조사하면서 자신 역시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책 속에는 의외로 많은 반전들이 숨어 있었다.

히로토가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유도 예상 외였고, 그의 아버지 마쓰타카의 행적들도 예상과는 달랐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도...

인간의 이기심이란 게 참 무섭고 추악하다는 걸 새삼 또 느꼈다. 적어도 그 행동에 대한 반성의 기미가 있어야 할 텐데도, 마지막까지 뻔뻔하고 끔찍했다.

뻔뻔하고 끔찍한 이기심이라면, 범인 외에도 또 다른 등장인물이 있지만...

그러니 범인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는 말 것!

 

참, 책의 완전한(?) 마지막엔 '살인곰 서점'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페이지까지 있어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무라 아키라 탐정의 다음 활약도 기다려진다.  

 

(p. 6)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선택한다.

선택한 끝에 일어난 일에 대해 혹자는 자신의 선택을 칭찬하고, 혹자는 후회한다. 그리고 다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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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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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리 월드의 새 캐릭터, 무표정 검사와 표정이 살아있는 검찰사무관 콤비의 활약,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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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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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보람이란 사실은 단순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그 일로 감사를 받는 것. (P. 315)

26세의 사회보험노무사 아사쿠라 히나코, 그녀는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아 파견직을 전전하다 노무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고 합격했다. 지금은 직원 총 네 명이 일하는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대로, 초짜 노무사인 아사쿠라 히나코의 고군분투 성장기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한 만큼 똑소리 나게 제 몫의 일을 하고 싶은 히나코이지만, 현실에서 맞딱뜨리는 일들은 결코 녹록치 않다. 하지만 히나코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히나코가 대면한 회사들은 회사의 실적이 나빠지자 직원들의 잔업 시간을 조작하여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젊은이들의 열정을 이용 착취하는 악덕기업도 있다. 여성의 임신 및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 해고하고 싶어하는 고용주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근로자도 있다.

히나코 자신 역시 노무사 자격증을 따기 전 파견직 신분이었을 때 부당한 대우를 겪기도 했다.

노무사 자격증을 딴 후 첫 입사한 사무소이기에 같은 직장 내 경력많은 직원은 그녀를 '병아리 씨'라고 부르며 놀리기도 하지만,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녀는 자신이 정말 햇병아리임을 깨닫고 그것고 동시에 조금씩 성장해 간다.

히나코가 직면하는 문제들은 어쩐지 먼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직접적으로 겪은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들은 걸 떠올리면 우리나라에도 노동자를 무리하게 착취하거나 여성의 임신 및 출산을 여전히 꺼리는 악덕 고용주가 존재하고, 직장 내 괴롭힘도 결코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럴 때 히나코와 같이 깊게 고민해주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

히나코의 조언이나 자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업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 덕분에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사회보험노무사로서의 히나코는 아직은 햇병아리지만, 햇병아리기에 어쩌면 더 많이 공감하고 더 많이 고민하면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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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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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란 단어만 봐도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이 드는 건, 내가 이제 순정만화를 한창 읽던 10대를 훨씬 지난 시기를 살고 있기 때문일까.

나의 10대를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 책 《안녕, 나의 순-정》을 읽다 보니, 마치 그 시절의 내가 된 듯 두근거리고 설렌다.

《안녕, 나의 순정》속에는 작가가 엄정히 선정한 추억의 만화 15편이 소개된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작가님은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만화들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셨습니다.^^;;)

작가의 어느 시절 한 몫을 톡톡히 담당했던 그 작품들은 때로는 작가를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기도 하고(굿바이 미스터 블랙), 때로는 자신에게 닥친 운명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에 반하기도 하고(아르미안의 네 딸들), 때로는 현실에는 없는 외모 출중에 다정다감한 남자들이 대거 등장해 현실 연애를 꼬이게 만든 주범(점프트리 A+)이 되기도 한다.

인생에서 어떤 쓸쓸함의 시간이 닥쳤을 때 계속 펴보게 되었던 만화(호텔 아프리카)도 있고, 편협하고 획일적인 교육 아래에서도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소수들이 있고 어떤 삶이나 사랑의 형태도 모두 옳다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 만화(폐쇄자)도 있었다.

 

나는 여기 소개된 작품 중에서 '굿바이 미스터 블랙', '아르미안의 네 딸들', '불의검', '호텔 아프리카', '인어공주를 위하여', '네 멋대로 해라', '오디션', '다정다감'을 좋아했다.

이은혜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는 '블루'를 좋아했다. 한없이 우울한 그 가슴아픈 사랑의 느낌이 좋았다. 그 나이에는 그런 감정을 알지도 못했으면서도 말이다. 그 시절엔 만화 속 문장들은 한없이 끄적이고 끄적였다.

이미라 작가님도 참 좋아했었는데, '인어공주를 위하여'는 몇 번이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만화로 인해 서지원, 이슬비, 휘인 등의 이름을 마음에 담았다. 나는 생각해 보면 그 당시부터 '휘'자가 들어간 이름을 좋아했던 것 같다.

당시 나에게 제일 위대해 보이고 멋져 보이는 사람들은 만화 작가였다. 내가 느낀 만화라는 건,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좋아야 하고 대사들도 가슴 저미게 공감이 가야 하는데, 그 모든 걸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만화 작가였기 때문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역시 나의 10대도 순정만화로 시작해 순정만화로 끝난 그런 소녀소녀한 아름다운 시절이었구나.

격주 만화잡지인 윙크, 댕기 등이 나오면 바로 구입해서 친구들과 돌려봤고, 재미있는 만화들은 서로 추천하고 돌려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라떼는 말이야~, 드라마의 멋진 남주에게 가슴이 두근거리듯이 당시엔 순정만화 속 남주에게 내 마음을 모두 주었던, 그런 시절이었지. 훗훗.

학교에서 성적을 잘 받으면 그 점수를 빌미(?)로 엄마에게 만화책을 사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어느 날은 무슨 잘못으로 엄마에게 흠씬 야단을 맞은 날이었는데 울고 있는 내가 불쌍했는지 엄마가 만화책을 사준 적도 있었다.

그렇게 내 삶의 한 부분에 자리했던 소중했던 그 만화들, 그리고 그 추억들. 삶에 치여 살아가느라 잠시 잊어버린 그 소중한 기억들을 이 책을 통해 떠올릴 수 있었다.

너무나 반가웠던 그 시절의 소중한 '순정'을 끄집어 내 준 《안녕, 나의 순정》. 작가의 말대로 나는 이 '순정'들이 퍽 반가웠고, 그것들로 인해 무척이나 행복해졌다.

그리고 어린 시절 만화 속에서 봤던 그 멋진 문장들 덕분에 그 때도 지금도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희망, 위로를 얻는다.

반가웠어, 나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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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까?

서정적이고 아련한 느낌의 제목 <작별 인사>와는 느낌이 사뭇 다른 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인간의 마음을 가진 휴머노이드, 즉 인간을 너무도 닮은 로봇의 이야기였다.

 

미래의 어느 시점, 최철은 아빠 최진수와 살고 있다.

아빠는 휴먼매터스 랩의 수석 연구원으로 우리는 연구소에서 멀지 않은 집에서 산다. 집에는 데카르트, 칸트, 갈릴레오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들이 있다. 데카르트는 아빠가 만든 고양이 로봇이다.

천자문을 배우고,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하루들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산책을 했고 광장 상점가에서 아빠가 펫숍에 고양이 간식을 사러 간 사이, 광장 중앙에서 음악을 감상하던 철을 검은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체포한다.

"너, 등록이 안 돼 있는데?"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휴머노이드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던, 아니 생각지도 못했던 철은 그 말을 부정하지만, 그들은 그를 어딘가로 데리고 가 버린다.

 

- p. 26

정말 감쪽같아. 우리도 네가 인간인 줄 알았어. 칩이 없는 게 당연하네. 자기가 인간인 줄 알고 있으니.

99퍼센트 비슷해도 아닌 건 아닌 거야. 그런 말 알아? 비슷한 것은 가짜다.

 

무등록 휴머노이드 단속법이 발효되고, 정부는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여 수용소에 가둬 두었다.

철은 그 곳에서 선이와 민이를 만난다.

인도에서 만들어져 입양되었지만 애정이 식어버리자 버려진 휴머노이드 '민이', 불법적으로 생산된 클론 인간인 '선이'는 인간 때문에 태어났고, 인간 때문에 버려진 존재들이었다.

 

- p. 66

넌 내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훌륭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온전해.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어.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 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마.

 

철이는 선이, 민이와 그 곳을 탈출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아빠를 만나지만, 이제 예전과 같은 생활은 할 수 없다.

 

맨 처음 말했듯이, 이 소설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길지 않은 시간 후에 우리 옆에 휴머노이드 혹은 로봇 고양이가 없을 거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감정까지 가지게 된 휴머노이드들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생산해내고 버린다면 그들이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리라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말이다.

책 속의 인간들은 휴머노이드들에게 더 의존하고 편한 것만 취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소멸해버린다. 인간들 스스로가 만들어 낸 무섭고, 암담하고, 슬픈 미래의 모습이었다.  

 

무언가 묘하게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 나라는 존재에도 생각하게 되었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어떤 모습들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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