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까?

서정적이고 아련한 느낌의 제목 <작별 인사>와는 느낌이 사뭇 다른 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인간의 마음을 가진 휴머노이드, 즉 인간을 너무도 닮은 로봇의 이야기였다.

 

미래의 어느 시점, 최철은 아빠 최진수와 살고 있다.

아빠는 휴먼매터스 랩의 수석 연구원으로 우리는 연구소에서 멀지 않은 집에서 산다. 집에는 데카르트, 칸트, 갈릴레오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들이 있다. 데카르트는 아빠가 만든 고양이 로봇이다.

천자문을 배우고,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하루들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산책을 했고 광장 상점가에서 아빠가 펫숍에 고양이 간식을 사러 간 사이, 광장 중앙에서 음악을 감상하던 철을 검은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체포한다.

"너, 등록이 안 돼 있는데?"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휴머노이드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던, 아니 생각지도 못했던 철은 그 말을 부정하지만, 그들은 그를 어딘가로 데리고 가 버린다.

 

- p. 26

정말 감쪽같아. 우리도 네가 인간인 줄 알았어. 칩이 없는 게 당연하네. 자기가 인간인 줄 알고 있으니.

99퍼센트 비슷해도 아닌 건 아닌 거야. 그런 말 알아? 비슷한 것은 가짜다.

 

무등록 휴머노이드 단속법이 발효되고, 정부는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여 수용소에 가둬 두었다.

철은 그 곳에서 선이와 민이를 만난다.

인도에서 만들어져 입양되었지만 애정이 식어버리자 버려진 휴머노이드 '민이', 불법적으로 생산된 클론 인간인 '선이'는 인간 때문에 태어났고, 인간 때문에 버려진 존재들이었다.

 

- p. 66

넌 내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훌륭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온전해.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어.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 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마.

 

철이는 선이, 민이와 그 곳을 탈출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아빠를 만나지만, 이제 예전과 같은 생활은 할 수 없다.

 

맨 처음 말했듯이, 이 소설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길지 않은 시간 후에 우리 옆에 휴머노이드 혹은 로봇 고양이가 없을 거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을까?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감정까지 가지게 된 휴머노이드들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생산해내고 버린다면 그들이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리라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 말이다.

책 속의 인간들은 휴머노이드들에게 더 의존하고 편한 것만 취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소멸해버린다. 인간들 스스로가 만들어 낸 무섭고, 암담하고, 슬픈 미래의 모습이었다.  

 

무언가 묘하게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인간이라는 존재, 나라는 존재에도 생각하게 되었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어떤 모습들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