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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24/pimg_7433921903319204.jpg)
현재의 삶에 대한 고민을 가진 나이도 성별도 서로 다른 다섯 사람이 작은 도서실을 방문하게 되고 그 곳에서 사서인 '고마치 사유리'를 만나게 된다.
몹시도 커다란 덩치에 하얀 피부를 가진 백곰을 닮은 고마치 씨의 따뜻한 목소리는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마음 속 말을 꺼내고 싶게끔 만든다.
"뭘 찾고 있지?"
타다다닥, 고마치 씨는 그들이 찾는 책들의 목록을 추려 주면서 전혀 생뚱맞은 도서 한 권을 추가해 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부록이라며 각기 다른 양모 펠트 인형을 전해준다.
계속 이 일을 해도 될지 고민하며 대형마트 의류복 매장에서 근무하는 스물한 살의 도모카, 꿈꿔온 일이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서른다섯 살의 료, 출산을 계기로 열심히 일해왔던 직장에서 원치 않는 부서로 이동하게 된 마흔 살의 나쓰미,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지 못한채 아르바이트도 오래 지속하지 못해 현재 백수 상태인 서른 살의 히로야, 42년을 일한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후 자신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는 에순다섯 살의 마사오 등 다섯 명의 인물들은 고마치 씨가 전해준 책과 펠트 인형으로 인해 삶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그렇게 자신들의 고민도 해결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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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다섯 인물들의 고민들이 조금씩은 내가 가져본 적이 있는 낯익은,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본 적이 있는 고민들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고마치 씨가 해주는 말들은 내 마음에도 위로와 힐링이 되었다.
요즘 늦은 나이에 낯선 육아를 하면서 매일매일 잠자기 전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잘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고, 요리 솜씨가 없어 미안하고, 조만간 복직하게 되어 너무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해서 미안하고, 가끔 짜증을 내기도 해서 미안하고... 온통 미안한 것 투성이다.
엄마가 임신과 출산을 힘들게 겪어낸만큼 아기 역시 힘들게 태어나 전혀 다른 바깥 환경에 놓이게 되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시 생각해 본다.
나쓰미의 모습이 복직 후에 내가 겪을 일일 것 같아 너무 공감이 갔다.
그리고 퇴직은 아직 한참 전이지만 마사오의 모습도 공감이 갔는데, 현재 3년째 휴직을 하면서 회사 동료와의 연락이 대부분 끊겨버려서 가끔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민한 적이 있었드랬다. 하하하.
아무런 의미나 보람이 없던 일로만 여겼던 자신의 일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고 깨닫게 되는 도모카의 모습도 좋았다.
책의 반전 아닌 반전은, 고마치 씨가 추천한 책과 양모 펠트 인형이 다섯 사람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고마치 씨는 대강 골라 전해주었을 뿐이지만, 받은 이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물건들로 만든다.
책도, 인형도 그렇게 읽어내고 의미를 만든 자신으로 인해 멋진 의미를 지닌 물건이 된 것이었다.
아, 약간 감동받았다. 그래, 책이란 그런 거지... 싶어서.
나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되어 줄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물론 나 스스로 그 의미를 만들어가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