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 한 잔 - 스무 달의 바람
민양지 지음 / 렛츠북 / 2017년 9월
평점 :
여행, 한 잔
나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들이 작가들만의 감성어린 문장에 녹아들어
내 곁에 다가오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오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직장을 그만둘 때, 주변 사람들의 걱정어린 시선과 만류의 감정을 아마도 느꼈을 것이다.
또 여행을 하면서도 가끔은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그렇게 많은 생각을 안고 떠난 작가의 글이기에 더욱 내 가슴에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그래도 말한다.
"후회하느냐 묻는다면 그건 정말 아니라 대답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울었던 삶의 저울이 균형을 찾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나는 아마, 한쪽 끝으로 너무 치우쳤기에, 다른 끝을 바라봤을 것이다." (p. 133)
책 속 작가의 문장이 가볍지 않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원해서 떠나 온 여행임에도 작가에게 약간의 슬럼프가 왔을 때, 약간의 처짐이 찾아왔을 때,
작가는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조금 다치게 되고,
그 때 다시 정신이 맑아지고 무력감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깨닫는다.
"몸이 아프면 안 되겠습니다.
마음이 다치면 안 되겠습니다.
다만 뜻대로, 조심하며, 계속 가 보렵니다.
여행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인생 얘기인 것 같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 (p. 148)
여행이란 것,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돌아올 곳이 있어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막연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그래, 잠시라도 이 곳을 벗어나보자라는 생각에, '이 곳'이 아닌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문장 속에서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지에서 느낀 문장이지만,
마치 인생 이야기인 것도 같아 문장을 두 번, 세 번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