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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네 죄를 말해"
차갑고 축축한 지하실에서, 여러 가지 고문이 행해진 후에, 하얀 가면을 쓴 누군가가 말한다.
네 죄를 말하라고...
책은 세 명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희대의 살인마 노남용을 교도소로 돌려 놓으려고 하는 남자, 사냥꾼.
어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노남용을 죽여야 하는 남자, 싸움꾼.
약물과 가스로 491명을 안락사 시킨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는 남자, 파수꾼.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책을 읽을수록 세 명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진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 무척 좋았다^^
작가님이 흘려놓은 이정표대로 아무 생각없이 갔더니, 마지막 반전에서 "캬"를 외칠 수 있었다.ㅋㅋ
1. 사냥꾼은 노남용을 다시 교도소로 돌려 놓으려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무언가 이유가 있는 듯 한데,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유보한 채 그가 하는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는 왜 노남용을 다시 교도소로 되돌리려고 하는 걸까?
2.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그래서 더 안쓰러운 놈'이라는 평가를 받고, 무언가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던,
피곤한 인생을 살던 남자는 어느 날 사고처럼 누군가를 칼로 찌르고 난 후, 자신에게 맞는 일이 이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은 싸움꾼, 그는 자신만의 정의로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을 처단한다.
그는 노남용과 어떤 관련이 있고, 어떤 회사에 입사하려고 노남용을 죽여야만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는 걸까?
3. 파수꾼은 사냥꾼, 싸움꾼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책에 등장하는 '노남용'은 괴물이다.
그는 매국노의 후손, 부자, 빵빵한 집안을 가졌고, 그로 인해서 추악한 강력범죄(죄명은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를 저질렀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곧 출소 예정에 있다.
또, 책에 등장하는 '특별한 회사'는, 피해자의 완벽한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쉽게 말하면, 피해자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가해자에게 심한 폭력을 행한다.
다시는 피해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그런 마음조차 가질 수 없도록 말이다.
책은 사실 무척 잔인하다.
책을 읽는 중에 몇 번 책을 덮고 숨을 고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재미있고 통쾌하다.
현실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에 비해 너무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고,
그 때마다 분한 마음 한 번쯤은 가져본 경험이 있을 테니 말이다.
현실의 '노남용'에게 느꼈던 분함,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 등이
비록 소설 속에서였지만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말고, 만약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줬다면, 정당하게 처벌받는 사회...
어쩌면 당연한 그런 사회가 현실에서도, 소설에서조차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작가는 '특별한 회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 짓지 말고 살자.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누군가가 물을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네 죄를 말하라고...
p. 75
사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갈망하는 쪽에 가깝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인간과 죽음 사이에 놓인 고통을 치워준다.
그들이 비굴해지지 않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끔 명예의 경계를 지켜준다.
내 가방에는 약병이, 자동차 트렁크 안에는 가스가 들어 있다.
지금까지 491명을 안락사 시켰다.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p. 128
애초에 인간은 괴물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짐승도 괴물을 상대할 수는 없다.
괴물을 상대하는 건 언제나 괴물이다.
만약 인간이나 짐승이 괴물을 이겼다면, 실은 인간도 짐승도 아니었던 것이므로 결국은 괴물이 된다.
p. 399
"단단히 착각하고 있어. 니 같은 놈한테 그런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구멍만이 있을 뿐이야. 지독하게 깊은 구멍, 바닥이 없어 끝없이 추락하는 시커먼 구멍만이."
"무저갱이라고 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