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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운동은, 나에게는 늘 친해지고 싶지만 친해지기 쉽지 않은 '어려운 친구' 같은 존재이다.
좋은 덩치(?)를 가지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운동 좀 했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난 운동에 젬병이었다.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고, 달리기도 너무 못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는 다이어트를 이유로 여러 운동에 도전했다. 참으로 여러 운동에 도전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작가는 정말로 많은 운동에 도전했다.
나도 이 운동 저 운동 많이 발을 담궜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에 비하면 난 새발의 피였어.ㅋㅋㅋ
한 번에 세 달치를 끊고 운동을 하다가, 2개월 정도가 지나면 슬슬 운태기에 접어들어 운동을 제낀다. 그리고 운동화를 찾아가라는 연락에 겨우 몇 달만에 그 곳에 간다.
작가의 문장들이 어찌 다 내 이야기만 같아서, 나 혼자만 이랬던 것이 아니구나 싶어 약간 안심도 했었다.
문자를 받고서야 방치해 둔 운동화를 찾으러 간다는 작가의 문장도 너무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났다.
평소 과격하고 체력 소모가 큰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드디어 동네 권투 도장에 발을 내딛는다. 큰 꿈을 꾸며(?) 체육관에 입성하여 열심히 줄넘기를 했다. 함께 다닌 동생에게 "대회에서 내가 너무 힘들어보이면 흰 수건을 던져줘"라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면서 말이다. 한 달 열심히 나갔던 나는 점점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동생과 함께 도장에 발을 끊었다. 한참 후에 동생이 운동화를 찾으러 간다고 말하자, 나는 내 것도 찾아달라는 말을 남긴다. 차마 관장님의 얼굴을 보기가 부끄러워서... 그렇게 3달 수강료를 내고, 1달만 열정적이었던 나의 권투 인생은 막을 내렸다.
(작가님 역시 복싱에 입문한 에피소드를 읽고는 또 공감이 가서 웃었다.)
하지만 나와의 차이점이라면, 결국 작가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한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고, 나는 여전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것일 거다.
솔직하게는 결혼한 후에 운동에 적극적이지 않아져서, 한두 달 하다가 길게 쉬고 또 한두 달 하다가 쉬는 정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말이다.
참, 나는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지나친 '여성'의 운동에 대한 작가의 시선도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작가의 말처럼 운동에 있어서도 여성의 실력을 남자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작가는 복싱을 배웠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그런 부분을 지적했다.
짓궂은 남자아이에게서 친구들가 자신을 지키느라 바쁜 여자아이를 꽉 죄어오던 금기의 압력. 남자아이는 맞고 오는 것보다 때리고 오는 게 낫자면서, 여자아이가 싸우면 세상이 뒤집어진 양 호들갑을 떨던 어른들.
남자아이의 주먹다짐은 뜨거운 우정을 다지는 이벤트 중 하나로 연출하면서 여자아이의 싸움은 '머리채' 정도로나 표현하는 미디어.
여자의 물리적 힘 행사를 괴상하고 기이한 것, 특별한 폭력성의 표출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관습 안에서 복싱과 주짓수는 황에게 자신의 힘을 긍정하고 정확하게 행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도.
황은 운도 따랐다. 좋은 관장님과 선생님을 만나, '운동하는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라보는 나'에 구속되지 않고 운동할 수 있었다고 한다. (p. 67)
또 여성에게 이상적 지향점으로 S라인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허벅지 굵어지는 자세나 운동을 기피하면서 말이다.
작가에 의하면, 건강한 척추는 전체적으로 S자 모양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나도 S 하나를 추구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면, S라인이 아니라 S척추를 가지고 싶다는 큰 소망도 품어 본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이런 말을....ㅋㅋ)
삼심대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이제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닌 체력을 위한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를 위해 '체력'은 필수적으로 중요하게 체크해 두어야 할 자산일 것이다.
너무나 살이 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지만, S척추와 노후를 위한 체력 만들기를 어서 시작해 봐야겠다.
그러고 보면 신입 시절 회사 선배들이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쌩쌩하게 근무하는, 더구나 굉장히 열정적으로 쌩쌩하게 근무하고 또 술을 마시러 가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때 선배님 한 분의 왈, "술 마시기 위해서 안 마시는 날에는 열심히 운동을 한다"라고 하시더라. 그 때의 깨달음이란... ^^
물론 이렇게 마음을 먹지만, 또 운동을 시작하겠지만, 운동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기 싫어서 온갖 핑계를 다 생각하려고 하겠지. 그러다가 그냥 갔다오자라고 겨우 가서는, '오늘 오길 잘했네.'라고 생각하며 돌아오겠지.
너무도 뻔한 패턴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운동하러 가야겠다.
"으... 진짜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오늘도 어기적어기적 운동을 간다.
마지못해 가지만 막상 가서는 또 그럭저럭 잘하고, 땀 흘린 기쁨에 심취해 역시 운동하면 좋다고 뻐긴다.
다음 운동 시간이 되면 빠질 핑계가 없나 머리를 굴리다가 의사에게 운동을 쉬라는 말을 들으면 기뻐하고, 생리가 시작되면 짜증은 나지만 "아싸, 오늘 운동 쉬는 날!" 하고 침대에 몸을 날린다.
그래도 운동을 한다.
가늘고 길게, 미래의 내가 쓸 체력을 비축하려고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마음으로.
남 보기 예쁜 몸이 아니라, 적절한 나의 동반을 만드는 마음으로.
나약한 나를 극복하여 '더 강한' 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약점이 있거나 아픈 몸이라도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p.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