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인 시체 Corpse on Vacation K-픽션 스페셜 에디션
김중혁 지음, 정이정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시아 출판사의 K-픽션 시리즈를 통해 제6회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한 김중혁 작가의 <휴가 중인 시체>를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나는 버스에 전 재산을 싣고 떠돌아 다니는 버스 여행자 주원씨를 찾아가 그의 버스에 올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닌다.

버스의 왼쪽 옆에는 '나는 곧 죽는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고, 주원씨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주원씨는 한밤에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린다. 유리창에 머리를 쿵쿵쿵 찧기도 한다. 그리곤 낮게 신음하며 울음 소리를 낸다. 주원씨는 어떤 일을 겪었길래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고, 자기 스스로를 학대하고 그 고통을 감당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곧 죽을 거니까요. 죽을 거니까 계속 돌아다니는 거에요. 한군데 있으면 자꾸 생각하게 되니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는 나한테로부터 도망 다니는 거. 아니면 도망 다니면서 계속 어디로 갈 수 있을지 알아보는 건지도 모르겠고. 실은 여기에다 절 가두는 거죠. 유폐라는 말 알아요? 아득하고 깊은 곳에다 가둬 놓고 잠가버리는 거.

(p. 18)

소설 속의 나 역시 한때는 인터뷰집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돈도 많이 버는 유명세를 치룬 전성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텔레비젼의 프로그램에서 본 웃지 않고 행복해 보이지 않는 주원씨의 모습이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보는 것만 같다고 느낀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 주원씨의 모습은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함과 안타까움을 줬다. 평소의 모습에서도 마음 속에 깊은 슬픔을 품고 있구나를 느꼈는데,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을 본 후론 더더욱 그의 사연이 궁금했다.

-아주아주 간단한 실수를 했을 뿐인데 큰 벌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 비극이 다 그렇지 않나요? 신화 속의 주인공들도 그렇고.

- 신화라... 그렇네요. 신화 속 인물들이 그렇죠. 그런 사람들에게는 벌이 곧 용서일까요? 벌을 충분히 받았다면 그걸로 용서받은 것으로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 자신들만 알겠죠.

- 간단한 실수라는 건 없어요, 그렇죠? 실수는 간단하지 않아요.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도, 실수는 간단할 수 없어요.

(p. 70~71)

그의 실수는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결코 간단한 실수는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아무리 간단한 실수라도, 세상의 실수는 간단할 수는 없었다.

사건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군데에 있지 못하고 버스 안에 자신을 유폐시킨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주원씨의 마음이 어떨지 쉽게 상상이 가진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자신을 학대하며 자신의 죄를 잊지 않으며 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건은,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계로 옮겨 놓는다.

(p. 80)

여전히 나에게 한국소설은 조금 어렵다.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 가슴을 때리는 것은 있는데, 나의 표현 능력이 부족해 그걸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가 않은 탓이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잊지 못해 끊임없이 기억을 끄집어 내어 자신에게 벌을 가하는 주원씨에 대한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주원씨가 여전히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고 가끔씩은 자신을 때리고 울부짖겠지만 그 빈도가 조금씩은 줄어들기를... 자신을 너무 아프게 학대하며 게속해서 자신의 실수를 자신 안에 새기지는 말기를... 그저 조금은 그가 덜 도망다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