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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평점 :
지금 내 눈 앞에 총알이 허공에 떠올라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뒤쪽이 나를 향해 있다.
....뭐지, 이게? 야근 대문에 피곤해서 환각이라도 보는 건가?
( p. 9)
처음 만난 '사카키바야시 메이' 작가의 연작 단편집 <15초 후에 죽는다>는 정말이지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15초'와 관련된 4가지 단편들은 15초라는 소재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나라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15초 안에 참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또 한번 놀랐다.
+ 15초
눈을 뜨니 내 눈 앞에 총알이 허공에 떠 있고,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는 내가 앞으로 15초 후에 죽는다고 한다.
그 짧다면 너무도 짧은 15초, 주인공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상황이 묘하게 됐다.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은 15초지만 그 15초를 가장 유용하게 쓸 방법을 곰곰히 고민할 시간은 있다.
이 모든 게 꿈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해도 직므 눈 앞에 있는 총알이 그런 내 희망을 지워 없애고 있다.
좋아. 내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자.
황당무계하고 믿기 어렵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럼 먼저 돌아서서 범인을 확인해야 할까.
돌아서기까지 몇 초가 걸릴까. 아무리 빠르게 돌아서도 1초는 걸리지 않을까. (p. 23)
+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인기 드라마의 마지막 화, 드라마는 마지막 몇 분만이 남은 상태였는데 아버지가 초인종을 누른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나는 현관문을 열어 아빠를 맞이하고 티비로 눈을 돌리는 순간, 누나가 말한다.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그리고 광고 후 나온 드라마에서는 상상도 못할 장면이 나오는데....
난 내가 놓친 15초 동안 뭔가 중요한 전개가 일어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중요한 건 바로 15초 전이었던 거야. (p. 162)
+ 불면증
커다란 저택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열 세살의 마쓰리, 그녀는 심인성 난청 질환을 가지고 있다.
학교도 가지 않고 스스로 집안일을 하면서 어머니와 지내는 그녀는 연이어 비슷한 꿈을 꾸게 된다.
꿈 속에서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있고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지만, 이내 커다른 충격을 받고 잠에서 깨어난다.
현실과 꿈...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진다. 시간에 맞출 수 없다.
"앞으로 내가 사라져도......" 목이 멘 상태로 그대로 15초가 경과했다. (p. 233)
+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
외딴섬 적토도, 이 섬의 사람들은 몸에서 머리가 분리될 때가 많다. 하지만 머리와 몸이 15초 이상 떨어져 있으면 죽게 된다.
매년 10월 7일에 섬에서 열리는 학수제는 섬사람들 모두가 참여하는 큰 축제인데, 축제 다음날 아침 교복을 입은 머리 없는 시신이 불태워진 채로 제사용품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인 고우, 가쓰토, 도모히로가 어젯밤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은 채 행방불명이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불탄 시신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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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라는 단편을 보면서, 주인공이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감탄하면서 봤다.
그 짧은 15초를 이렇게 잘 활용하다니, 거기다 그녀가 15초를 얼마나 잘 썼는지 결과 또한 너무 훈훈하고 감동적이었다.
물론 그 훈훈한 결과는 저승사자 고양이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긴 했지만.
추리소설을 꽤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15초를 엄청나게 활용해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다음에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단편도 처음 만나는 형태여서 신선했다.
드라마를 다 소개해 줄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거기에 드라마 각본에 작가의 엄청난 트릭이 숨어 있었다니, 거기다 그 트릭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버리는 열혈 시청자라니... 하하하.
<불면증>을 읽을 때에는, 초반 어린 소녀인 주인공이 학교도 가지 않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들이 보여 '아동학대'와 관련인 건가라는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생각을 했더랬다. 하하하. 마지막 진실을 알았을 때, 정말 감동받았다. 추리소설에서 이런 감동이라니....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은 특수 설정 미스터리였는데, 머리가 잘려도 15초 안에 붙이면 된다라는 설정 속에서 머리 없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나온다.
머리가 잘린다는 설정도 압권이지만,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논리적인 추론 덕분에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범인이 드러난 후 날린 마지막 한방은 정말 최고였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너무 무섭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하하.
'15초'라는 소재로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니 우선 많이 놀랐다.
무엇하나 재미 없었던 것이 없고, 무엇하나 기발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속의 추리작가 '사이온지'의 마지막 말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말로 느껴진다.
"다음에는 조금 더 어렵게 만들어 주지."
네, 완전 찬성입니다!!!!!!!!!!!!!!!!!
다음에도 기발하고 신선하고 재미있고, 아주 어려운 이야기로 돌아와 주세요!!!!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