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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 탐정 전일도의 두 번째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3월
평점 :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
한켠 / 황금가지
청춘들을 위로하는, 다정한 탐정 전일도
'열 번 의뢰하면 한 번 공짜' 쿠폰을 건네는 생계형 탐정 전일도, 애닳픈 요즘 청춘을 닮은 그녀가 돌아왔다.
<탐정 전일도 사건집>을 통해 유쾌하지만 그저 웃을 수 만은 없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녀는, 이번 《탐정도 보험이 되나요?》를 통해 여전히 힘든 상황에 놓인 청춘들의 여러 모습을 위로하고 대변하며 마음을 토닥여준다.
무려 15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에서, 전일도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다.
부모와의 관계, 직장에서의 관계 등을 여러 구도에서 보여주는 매력적이고 공감가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공부를 잘하거나 척척 잘 살아내기가 어려운 자식들의 이야기도 공감갔고, 잘 나가는 유투버인 자식에게 경제적 책임을 지우는 부모의 모습에서는 조금 화가 났다.
이제 막 인지도가 오르려던 찰나 중학교 시절의 학폭 사건으로 꿈을 접어야 하는 친구의 뒤늦은 후회를 보며 조금 뜨끔하기도 했고, 끝끝내 이루지 못한 취업 때문에 자살한 젊은 청춘의 모습은 안타깝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캐릭터는 '주연'이라는 인물이었는데, 그녀는 처음에 아이를 낳을까 말까라는 고민으로 전일도를 찾아왔다.
자신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보며 좀처럼 아이 낳는 것에 대한 결정을 쉽게 할 수가 없었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한 지금까지도 어머니의 그늘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참 안타까웠다.
주연은 아이 문제 뿐만 아니라 그 뒤에도 여러 번 전일도의 도움을 받는데, 사실 자식을 닦달하고 온갖 말을 내뱉으면서도 "너를 위한 거다"라는 합리화로 무장하려는 주연의 어머니를 보니 내가 막 화가 났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전일도가 탐정이 아닌 '오은영 박사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일도가 해결(?)해 준 사건들은 '사건'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엔 다소 미약한 것들이었지만 분명 의뢰인들에게 임시적이나마 해결책을 제시했고 의뢰인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위로했다.
전일도는 같은 20대 젊은 청춘으로서, 또는 이미 탐정으로서의 사회생활을 시작한 선배로서, 혹은 동생처럼 의뢰인들의 마음 속에 나 있던 상처를 제대로 들어주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현실성 있는 우울한 주제가 많아 심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NO!! 전일도 특유의 입담과 유머로 그저 우울하지만은 않게, 그러나 가볍지만도 않게 잘 그려내고 살려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그마한 희망도 기대하게끔 만든다.
세상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조금은 받는다.
물론 마지막 승희 님의, "다음번엔 열심히 하지 않을게요. 직장에 정 주지 않고."라는 말처럼 100% 세상을 믿지도 않을 거지만 말이다.
다음번엔 전일도의 하드보일드한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친 영혼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탐정 전일도도 왠지 좋다.
전일도만큼은 여전히 그렇게 다정하게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나의 작은 희망을 한 스푼 더해본다. 하하하.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