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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마사 스타우트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2021년 시작, 제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직업이 바뀌거나 사람을 만나는 등 외부에서 벌어진 일 때문은 아닙니다. 10년 동안 해온 제 유일한 sns 트위터 계정을 없앴고-거기서 맺어진 몇몇 인연은 어쩌면 평생 갈 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아침 6시 30분에 칼기상을 하고, 일을 줄이고(더불어 수입도 줄고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과 뭔가를 보거나 읽는 시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물건을 덜 사고, 철들고 나서 처음으로 일요일에 일이나 약속을 없애고, 밤에 잠을 자려고 노력하고, 부족한 수면 시간은 낮잠으로 해결하고, 일주일에 3일을 쉬는, 이전엔 살아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일상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삶의 충만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도 늘어만 갑니다. 올 한 해 정도만 형편없이 방전된 ‘나’에게 충분한 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이 목표인데, 과연 올해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도약을 위한 후퇴니 번아웃을 치유하는 시간이니 각종 돌아다니는 유행어로 우선은 합리화하며 고요하고 평온하며 스트레스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소시오패스에 관한 책입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책마다 정의가 다르고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겸한 어딘가로 대강 퉁쳐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DSM-5의 진단기준을 따르고 있으며(여기서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개념이 구분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서로 통용되는 관용에 따라, 이 책에서는 용어를 소시오패스로 통일하고 있습니다. 원제는 <The Sociopath Next Door>입니다. 미디어에서 그리는 범죄자로서의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전체 인구의 4%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곁의 소시오패스’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소시오패시의 정의, 그런 경향이 생긴 유전적 환경적 문화적 원인에 대한 고찰, 그로 인한 96% 인구가 겪는 피해와 대처방법(없습니다. 그냥 “얽히지 않고 피해라!”), 그들의 존재의의 등을 다루고 있는데 ‘소시오패스’라는 자극적인 양파껍질들을 하나하나 벗기고 이 책에서 고갱이로 남은 것은 ‘양심’입니다. 이타적 사랑과 애착으로서의 양심. 소시오패스는 그것이 결여된 안타까운 영혼들이지요. 그들과 관련된 내용의 음의 내용이고 그 대척점에 양심과 관련된 양의 내용이 있다면 이 책은 ‘양의 내용’으로 충만한, 따뜻하고 희망적인 책입니다. 또한 인간의 존재의의와 벅차오르게 꽉찬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양심이라는, 소시오패시한 사람들이 외적으로 더 성공하는, 끝없는 경쟁의 부조리한 사회에서도 지켜야만 인간 종이 생존할 수 있는 양심이라는 가치를 역설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심이 있으면 당신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나 성공을위해 필요한 행동만 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커다란 경제적·정치적 권력을 휘두르는 일은 결코 없을 수도 있다. 또 대중에게 존경받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의 꿈을 완전히 저버리게 만드는 양심의 고뇌 때문에 괴로워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바라는 마음 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면서 평생 힘들게 일해야 할 수도 있다. 때때로 소시오패스의 덫에 걸리기도 하고 양심의 가책 때문에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 제대로 복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작은 나라의 독재자가 될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침대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견딜 수 없이 밀려오는 경외와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할 수도 있으며 진정한 친구들도 생길 것이다. 거짓되고 위험을 즐기는, 양심이 없는소수들과 달리, 양심을 가지고 있는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온정과 위안, 분노, 혼란, 압박, 때로는 즐거움이 충만한 삶을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위험을 무릅쓸 기회 즉, 사랑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양심은 진정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유리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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