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 전6권 세트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밤에 잠을 못 잔 지는 좀 됐습니다. 수면위생에 대해서 한때 줄줄 읊고 다녔고, 수면제는 자꾸 기절하는 부작용이 있어서 관뒀고, 최근엔 유튜브에서 CBTi 관련 영상을 보면서 그렇군 하면서 오히려 점점 잠이 깨고.. 그래도 최근엔 마그네슘과 테아닌 덕분인지 많이 나아졌습니다.

상상을 합니다. 나는 어떤 행성에 있다. 이 행성은 거주민으로부터 버려졌고 지금은 나 혼자뿐이다. 밖이 훤히 보이는 창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미나스 모르굴처럼 황폐한 불모지로 휘잉하는 바람소리만 들린다. 그에 비해 내 방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잠이 솔솔

오면, 이런 걸 이 시간에 적고 있진 않겠지요 😞 자기 전 책으로 반지의 제왕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전엔 씨앗을뿌리는사람 판이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것은 황금가지판이예요. 프로도와 샘은 골룸의 인도로 미나스 모르굴 근처를 지나고 있습니다.

“도로는 희미하게 빛나며 계곡 한가운데서 개울을 건너, 의심스럽게 구부러지면서 도시의 성문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북쪽 성벽의 외곽에 시커먼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양쪽 제방으로는 널찍한 평지가 있고 어두운 초원에 희끄무레한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납골당 같은 냄새’를 뿜는다는 이 꽃들은 잠은 잘 수 있었을까요. 프로도도 샘도 잠도 못 자고 돌아올 기약없는, 가는 길엔 유일한 식량인 렘바스 빵이 떨어질까 두렵지만 되돌아올 길은 장담할 수 없어 외려 아무것도 걱정되지 않는 적막한 여정을 밟아 나가는군요. 다분히 순교자의 자세로 자기 임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초연한 그도 막판 뒤집기로 흑화되기는 한순간이었지요. 내가 아는 모두가 깊고 단 잠에 잠겨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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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2-02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국방의 의무로 야간 근무에 나서서 불침번 서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면서 근무 의지를 다잡을 때 하였던 말이기도 해요.

조그만 메모수첩 2021-02-02 21:55   좋아요 0 | URL
졸음이 쏟아지는데도 그런 선한 마음으로 수마를 물리칠 수가 있군요. 아마 그 당시 누군가는 깊이 꿀잠을 잤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