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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혐오라는 말을 사용했던 적이 언제인가 돌이켜보니 최근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혐오라는 강한 느낌의 단어보다는 미움 정도의 순화된(?) 단어를 사용하곤 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혐오라는 단어가 내 안에 혹은 우리 안에 혹은 우리 사회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았던 걸까?
우리 사회 전체를 짓누르는 듯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혐오라는 단어가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걸까? 현재 우리가 처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만들어낸 절박함, 갑갑함, 두려움 등을 살펴보면 누군가 혹은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가 그 어떤 때보다 더욱 강해졌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헤이트: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에는 혐오의 의미, 역사, 해결 방안 등을 각 분야를 대표하는 9명의 교수진이 온라인 강의를 통해 설명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초등학교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명쾌한 내용과 다양한 사례, 풍부한 사진 자료 등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혐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 주로 말하는 원인 중 하나는 우리가 혐오의 해결책으로 알고 있는 ‘공감’이다. 누군가에 대한 공감이 혐오의 원인이라는 설명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어디선가 들은 얘기라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내부를 향한 공감이 지나쳐 외부를 향한 혐오를 발산하게 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니, 멀리 둘러볼 필요 없이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나 역시 그렇다는 걸 분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저자들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지만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를테면 내부에서 생기는 내부를 향한 혐오는 극단적인 내부 공감과는 또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것 같은데 그런 혐오의 원인은 무엇일까?(개인적으로는 자기중심성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혐오의 역사를 둘러보면 혐오는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혐오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끝없이 이어져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들은 혐오를 없애기 위한 여러 해결책을 제시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하면서 용감하게 혐오에 맞서는 등 저자들이 말한 여러 방안들이 우리 사회의 혐오를 조금씩 가라앉힐 것이다.
혐오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결단코 없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분명 혐오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누군가의 노력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