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명은 부산물이다 - 문명의 시원을 둘러싼 해묵은 관점을 변화시킬 경이로운 발상
정예푸 지음, 오한나 옮김 / 378 / 2018년 1월
평점 :
부산물이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부산물이란 어떤 일을 할 때에 부수적으로 생기는 일이나 현상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생겨난, 목적과는 관련 없는 무언가를 가리킨다. 이 책의 저자 정예푸는 인류가 탄생시킨 문명이 앞서 말한 의미를 가진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처음 들어보는 저자의 문명에 대한 주장은 새롭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저자 정예푸는 우리나라 386 세대만큼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78학번으로, 중국 현대사의 가장 큰 변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판과 세계사적 관점을 겸비한 채 중국 사회와 역사를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결혼제도(족외혼제), 농업, 문자, 종이, 조판인쇄, 활자인쇄라는 여섯 가지를 통해 문명이 결코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이 아니라 그저 역사의 흐름, 즉 각 시대별도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우연히 탄생하게 된 부산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족외혼제를 예로 들어 저자의 주장을 잠시 살펴보자. 저자는 인류가 족외혼제를 발전시키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근친상간으로 인한 내부 질서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였고, 또 다른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알던 이성보다는 외부의 이성에 대한 ‘성적 관심’이 높다는 지극히 부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일견 이해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한 주장이기는 하다). 이런 부수적인 행동의 결과로 인류는 상호 간의 교환과 협력 관계를 이루면서 문명을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낯선 저자의 주장이 각 사례들을 다른 각 장을 읽어나가면서 점차 고개를 끄덕이며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게 만들었다. 물론 저자가 예로 든 족외혼제, 농업, 문자 등의 예로 인류가 이룩한 모든 문명이 그저 역사의 흐름에서 생긴 부산물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우연에 의한 부산물의 영향을 무조건 배제할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문명이 부산물이라는 주장을 통해 문명의 주인공이 결국 인간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