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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레산드로 다베니아 지음, 이승수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월
평점 :
이 소설을 읽기 바로 직전에 <묵자가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을 읽었다. 묵자의 사상을 소개한 이 책을 통해 겸애라는 묵자의 중심 사상을 알게 되었다. 겸애는 쉽게 말해 사랑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사랑하고 공경하라는 묵자의 사상. 이런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 알레산드로 다베니아의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다.
낯선 이름의 저자는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젊은 소설가라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권을 발표한 작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소설이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자신이 실제 경험한 일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결코 아무런 희망도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환경 속에서 자란 누군가가 결국은 범죄의 소굴로 빠져드는 현실. 그저 영화나 소설 속 배경 같은 이런 상황을 우리는 어쩌면 현실 속에서 자주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이런 상황을 보고 외면한 채 그저 내 삶에만 눈을 돌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내게 소설 속 주인공 돈 피노 신부님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희망을 잃은 곳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세상 속에서 악의 전사가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돌보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성자의 모습이었다.
죽음으로 끝나는 듯한 그의 삶은 그렇게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가 뿌린 희망의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물을 주고, 거름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누군가는 돈 피노 신부님과 같은 역할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소설을 읽는 독자가 변해 희망을 키우듯이 그의 삶을 보면서 변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저 마음속에 품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랑을 펼칠 때 그 사랑은 더욱 커져 온 세상을 희망으로 덮을 수 있다. 그렇게 강하디 강한 사랑은 잊고 있지만 우리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세상을 향해 밖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속삭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