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영화 <파이프 오브 파이>를 먼저 관람한 후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원작을 나중에 읽었지만 여전히 가슴 한 쪽을 톡톡 두드리는 감동과 즐거움이 넘치는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을 또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저자의 신작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 소설에는 3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1부 집을 잃다, 2부 집으로, 3부 집. 세 남자의 이야기가 각각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듯이 보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의 이야기가 다시 얽히고설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나간다.

 

세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그려내는 부분은 상실, 종교 등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앞에서 끌어주고, 옆에서 함께 하고,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만들어준 이들이 연달아 세상을 떠난다면 그 상실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 세상을 등진다는 표현처럼 그는 그렇게 세상을 뒤로 걸어 나간다.

 

다른 두 명의 등장인물들도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채 삶을 이어나간다. 이처럼 아픔에, 슬픔에, 분노에 잠긴 이들을 엮어주는 공통점이 바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다. 여기에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숨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미 무언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좋은 소설을 읽으면 다시 그 책을 펼쳐 읽고 싶어진다. 작가의 이야기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소설 속 인물이 되어 끝없는 사색의 순간들을 보내게 된다. 이 소설이 바로 그렇게 독자들을 이끈다. 읽는 중에 이미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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