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 인간은 왜 믿음을 저버리는가
아비샤이 마갈릿 지음, 황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좋은 단어나 주제가 얼마나 많은 데 하필 배신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을까? 여차저차해서 배신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고 하자. 배신이라는 주제로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역사적 배신자, 배신자의 말로, 배신의 종류? 께름칙한 느낌이 들면서도 궁금한 것만은 사실이라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일지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저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대 철학과 명예 교수로 정치 및 윤리, 철학에 관한 업적을 인정받아 이스라엘 총리가 수여하는 에메트 상을 받은 인물이다. 옥스퍼드, 뉴욕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를 한 지성으로 그는 이 책에서 배신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가장 먼저 1장에서는 배신이라는 주제가 과연 철학적 논제로 다룰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본 후 2장에서 배신이라는 개념이 지닌 모호함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3장과 4장에서는 배신의 결과가 무엇인지, 배신의 어떤 면이 두터운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지를 역으로 짚어나간다. 5장에서는 반역을, 6장-7장에서는 군사적 배신인 부역, 8장에서는 종교적 배신, 9장에서는 계급에 대한 배신에 대해 설명한 후 마지막 10장에서는 배신과 위선이 투명하지 않은 사회가 낳은 부산물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저자의 기본 주장은 간단하다. 배신이란 두터운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신뢰 파괴이다. 저자는 얕은 인간관계와 두터운 인간관계를 구분한 후 이를 다시 도덕과 윤리와의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이런 저자의 주장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배신이란 믿고 의지하던 누군가에게서 받는 상처이니까.

 

나 역시 배신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초기에 사업을 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사업하던 친구들은 극명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달아난 친구와 끝까지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친구. 당연히 전자에 해당하는 친구에게서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다. 지금도 떨쳐버리지 못할 정도의. 배신이란 이처럼 가장 믿고 신뢰하는 사람, 저자에 따르면 두터운 인간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 받는 깊은 상처이다.

 

저자는 다양한 종류의 배신들과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배신에 담긴 다양한 면들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2장에서 다룬 배신의 모호성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정치인들에게서 보는 여러 모습들을 떠오르면서 피식 실소가 터지기도 했고.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배신을 살피면서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듯한 신뢰, 형제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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