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뿌리는 소녀
니시 카나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케미스토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내게 이 장편 소설이 정말 좋았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소설을 읽으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고 말할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시절은 기억의 끝자락으로 밀려나 거의 생각하지도 않는 지나간 세월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잊어버린 어린 시절이 사토시와 고즈에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떠오르며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시절 내 모습도 사토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11살의 나도 그랬다. 사토시처럼 신체적 변화에 호기심도, 놀라움도,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 당시에는 조금씩 변해가는 친구들(사토시가 생각하듯이 특히 여자 친구들)의 변화는 눈에 띄게 나타나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였을까, 변해간다는 게 무섭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토시의 생각, 나도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비호감 등이 어우러져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된다는 사실에 지레 겁을 먹었다. 물론 사토시가 아버지의 외도에 대한 영향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큰 소리로 다투는 어른들의 모습이나 하지 말아야 하는 모습들을 보고 들었을 때, 어른이라는 존재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더 커지면서 그냥 어린 아이에 머무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고즈에의 모습을 보면서는 딸아이가 생각났다. 토성 근처에 있는 별에서 우주선을 타고 왔다는 엉뚱 소녀 고즈에. 하지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고즈에의 모습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딸아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 옛날의 나와도 다르지 않고.

 

잊어버렸던 시간과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내 모습. 또한 새롭게 자라가는 딸아이. 이런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한 한 소설. 11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내게 또 다른 기쁨을 주었다. 세상이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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