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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이번 주에 읽은 두 권의 책이 우연치 않게도 군인에 관한 소설이었다. 한 권은 잭 리처라는 강한 군인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나이트 스쿨>. 다른 한 권은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전쟁터의 요리사들>이었다.
<전쟁터의 요리사>를 읽은 이유는 첫째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이 책을 쓸 때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가장 많이 참조했다는 말 때문이었다. 워낙에 좋아한 미드였기에 이 책 역시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책을 선택했다. 두 번째는 전쟁터에서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택한 작가의 선택이 묘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팀 콜이라는 요리사를 중심으로 흘러나간다.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팀 콜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군대에 자원하지만 곧바로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다. 결코 전투병으로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팀 콜은 좌절하는 대신 자신이 가진 능력, 즉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레시피와 요리 능력을 토대로 조리병의 임무를 수행한다.
전쟁터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는 미스터리는 이런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따라 어떻게 보면 너무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점이 이 소설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미 사용한 낙하산을 모으는 라이너스, 600 상자나 되는 분말 달걀이 사라진 사건, 네덜란드에서 마주친 기묘한 죽음, 전쟁터에 떠도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들. 소소한 이야기들이 전쟁과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책을 읽는 순간순간 전해지는 따뜻한 느낌은 마지막까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책을 다 읽은 후 참 대단한 작가를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남성도 아닌 여성이 전쟁, 군인 등에 얽힌 이야기를 이렇게 사실처럼 그려낼 수 있다니. 그녀가 앞으로 그려낼 세계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