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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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의 영화로 먼저 알게 된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을 읽었다. 원작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가 이번에 우연치 않게 알게 되어 읽었는데 이 책에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포함해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원작 소설을 쓴 이는 애니 프루이다. 그는 펜 포크너 상, 퓰리처 상 등을 수상한 미국 문학의 살아있는 거장이다. 그가 쓴 와이오밍에 대한 단편들이 바로 이 책에서 만나게 된 11편의 작품들이었다. 11편의 작품 중 ‘가죽 벗긴 소’는 존 업다이크가 금세기 최고의 단편소설로 뽑은 작품이다.

 

2페이지에 불과한 작품도 있고 제법 상당한 분량의 작품도 있지만 11편의 작품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재미와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래도 역시 가장 궁금한 작품은 영화로 먼저 만나본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와이오밍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잭과 에니스라는 두 인물을 조명한 작품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개인 대 개인, 사람 대 사람 간의 사랑이라고 말하며 이를 아름답게 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내 신앙 안에서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영화를 보았을 때도 원작 소설을 볼 때도 여전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마초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에니스와 잭.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치던 그들의 모습은 거친 남성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그들이 그곳을 떠나 각자의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은 그들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거친 남성의 모습과 섬세한 모습이 공존하는 것은 이 소설을 쓴 작가 애니 프루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궁금해졌다. 와이오밍이라는 지역이 어떤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만 살아온 내게는 그런 대자연이 주는 광활함, 웅장함, 두려움 등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자연을 대할지.

 

‘지옥에선 모두 한 잔의 물을 구할 뿐’, ‘가죽 벗긴 소’ 등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들이다. 2페이지 분량의 ‘다음 주유소까지 앞으로 90km'도 짧지만 기묘한 느낌을 준 작품이고. 오랜만에 깊은 생각에 잠겨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읽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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