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언젠가는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 이 책의 작가를 보면서 희망을 가졌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력한 이 소설을 작가는 50대에 썼다고 한다. 타고난 능력이 탁월한 부분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늦은 나이에 이런 도전을 한 그 자체는 평범한 나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게 강력하게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이 소설은 생마르탱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살인 사건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누군가가 말의 사체를 해발 2천 미터 높이의 케이블카에 매달아놓은 것이다. 도대체 말을 죽여서 그 높은 고지에 옮겨 매달아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증이 커져갔다.

 

사건의 배경이 된 생마르탱에는 바르니에 치료감호소가 있다. 감옥이나 일반 정신병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위험한 죄수들이 수용된 곳으로, 이곳에는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 쥘리아 이르트만도 있다. 그런데 말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에서 쥘리아 이르트만의 DNA가 발견된다. 결코 탈출할 수 없는 바르니에 치료감호소에 갇힌 그의 DNA가 어떻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일까? 작가는 독자의 호기심을 계속 부채질하며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들인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생마르탱을 찾은 세르바즈는 이 사건이 무언가 다른 큰 사건의 전조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을 하는데 이런 그의 생각은 현실로 나타난다. 연이어 두 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치료보호소에서 쥘리아 이르트만을 만난 세르바즈는 15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 주목하라는 말을 듣고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인간의 욕망이 불러낸 참혹한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매력적인 요소들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세르바즈라는 인물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로서 딸아이의 생활에 참견 아닌 참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강력반 형사임에도 어설프기만 행동도 왠지 미워할 수 없다. 이렇게 그가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오는 것은 영웅적인 능력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눈이라는 순백의 이미지와 다른 인간의 광기와 욕망과 탐욕이 어느 순간 인간의 마음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매력적인 인물과 탄탄한 스토리로 잘 버무린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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