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5
이응준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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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자리의 사람의 성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비밀’이라고 한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데 이런 면이 어떤 때는 신비한 매력으로 다른 사람의 호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또한 전갈자리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무섭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작가 이응준은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이 탐미주의를 극단으로 추구한 결과라고 말한다. 탐미주의는 '미의 창조'를 예술의 유일지상의 목적으로 삼는 예술 사조로 '유미주의'라고도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어떤 모습으로 미를 극단까지 추구했다는 걸까?

 

작가의 말을 다시 인용해보자. 작가는 모순 속에서 빛나는 것이 미학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눈에 보이듯 그렇게 어둡고 스산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일단 첫 느낌은 으스스하고 어두침침하다.

 

재벌2세로 마약과 섹스에 찌든 채 살아가는 효신도, 그의 약혼녀인 G도, 효신을 잡은 채 결코 놓아주지 않는 T도 모두 스산한 분위기의 존재들이다. 사람들이 바라본 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막상 그들의 삶은 희망도, 꿈도, 밝음도 없는 파괴적이고 위험한 순간들을 이어간다.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소설 처음에 이렇게 묘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추한 것은 날개 달린 짐승이 바닥에 얼음처럼 누워 죽어 있는 모습이다.

 

‘날개를 단’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희망적인 표현 뒤에 ‘짐승’이라는 표현을 덧붙여 이들이 보이는 것만큼 밝고 희망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 후 그들의 마지막이 결국은 죽음이라는 파멸에 이르는 것임을 암시한다. 이런 모습에서 독자는 어떤 미를 찾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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