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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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처음 사용했던 96년. 그 당시 그 핸드폰은 정말 소중했다. 그 속에 흘러간 시간과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 하루 온 종일을 미친 사람처럼 핸드폰을 찾으러 다녔다. 칠칠치 못했던 자신을 한없이 질책하면서.

 

요즘 핸드폰은 그냥 하나의 물건일 뿐이다. 그 속에 담긴 자료들도 모두 어딘가에 백업이 되어 있어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별다르게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상 핸드폰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렌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있다. 그런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그 물건을 잃어버리면서 추억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고. 이 소설은 그런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달해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약혼자가 세상을 떠난 날 그녀가 준 선물을 잃어버린 후 앤서니는 잃어버린 물건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일지도 모르기에. 잃어버린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어 하는 앤서니의 마음은 그의 비서인 로라에게로 이어지고, 이는 또 다른 주인공 유니스에게로 이어진다. 서로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듯한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잃어버린 것이 물건에만 한정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잃어버렸고, 어떤 이는 세상을, 또 다른 이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들에게 추억을, 삶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려주고 싶어 했던 것, 그것이 앤서니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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