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 정답이 없는 시대 홍종우와 김옥균이 꿈꾼 다른 나라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5월
평점 :
조선을 뒤집어엎고 새로운 나라를 꿈꿨던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고 조선에서, 또한 대한제국에서 신하로서 살아간 홍종우. 너무나 다른 듯이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그 둘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에 사로잡힌 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도 그것이 아닐까 싶다.
김옥균이야 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지만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갑신정변으로 유명한 인물이라서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테지만 그를 암살한 홍종우는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궁금해서 주변에 물어보았더니 열에 5-6명은 홍종우가 누구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자의 중심도 홍종우에 쏠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김옥균과 홍종우를 다루는 비중이 거의 비슷했지만 책의 중반 이후에서는 김옥균을 암살한 이후의 홍종우를 다루는 데 할애하여 홍종우라는 인물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다.
저자가 그렇게까지 홍종우라는 인물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홍종우라는 인물 역시 나라의 앞날을 깊이 고민한 그 시대의 선각자임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옥균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지만 홍종우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김옥균을 살해했다는 평가도 있고, 정치적 신념을 위해 그를 살해했다는 설도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그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기에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그에 관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한다면 단순히 자신의 영위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옥균을 암살한 이후 홍종우는 조선 왕실에서 고종의 측근으로 활동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그가 바라던 세상이 김옥균과는 달리 조선 왕실을 기반으로 한 개혁이었음을 알려주는 증표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프랑스 유학까지 하고 우리 문학을 프랑스에 소개한 인물이었던 홍종우이기에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너무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는 김옥균과는 달리 조선과 왕에 대한 충성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듯하다.
그들이 꿈꿨던 세상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원한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행동했던 동지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그들처럼 이 시대를 사는 누군가도 역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김옥균과 홍종우의 꿈이 조선 시대에 새로운 불씨를 던졌듯이 누군가의 꿈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