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야 다오스타
정선엽 지음 / 노르웨이숲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작가가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는 그 한 마디가 소설을 선택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역사 중에도 소설화할 소재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서양의 역사를 선택해 소설로 쓴 이유가 궁금해서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십자군 전쟁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소설로 새롭게 태어난 십자군 전쟁은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생겨서이기도 했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소설 속에 기독교적인 색깔이 많이 덧입혀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기독교적인 느낌은 많이 들지 않는다. 물론 소설 전반에 걸쳐 기독교를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고 때로는 나름 강하게 주장하는 듯한 사상도 포함되어 있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소설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가 사제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칙령을 반포한 후 비에리 신부를 파문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교황의 결정에 비밀 결사단 볼보에 속한 사제들은 파문당한 사제들이 모여 사는 파레코 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아 사제의 신분을 되찾기는커녕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지는데 사피에르의 아들 비야 다오스타도 어머니, 동생과 헤어져 아우구스티누스수도원 생도로 생활하게 되고, 그레고리우스 7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오른 우르바누스 2세는 십자군 전쟁을 계획하는데...
작가는 다양한 눈을 통해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 과연 정당한지를 묻는다. 사랑을 설파한 예수님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전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십자군 전쟁은 결국 신의 이름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내세워 개인, 혹은 권력을 가진 소수의 명예와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였던 것은 아닐까?
작가가 소설에 담은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수는 없었다. 만인구원설이나 은연중에 드러나는 종교 다원주의 등은 내 종교적 신념과는 분명 다르다. 그렇지만 기독교의 가장 근본이 사랑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사랑을 전하는 게 또한 우리 기독교인들의 사명인 것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다만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듯한 비야 다오스타의 역할이 너무 밋밋하고 십자군 전쟁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이라 본론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느낌이라 무언가 커다란 아쉬움은 남는다(2권이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