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표현할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오로지 이 말 밖에는.

 

섬뜩하고, 섬뜩하고, 섬뜩하다.

 

누군가가 나의 일상을 감시하고, 이를 자료로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내 정보를 산 이들이 내게 무슨 일을 벌일지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오롯이 나의 삶이어야 할 시간과 공간들이 나도 모르게 침범 당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치가 떨리지 않는가?

 

나를 관찰하고 정보를 판 범인이 밝혀진 그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의 섬뜩함을 다시 느꼈다. 세상에, 이 사람이 범인이라니. 여러 인물들 중에 누가 범인일까 추측했지만 그 사람이 범인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니,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대체 이런 설정을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걸까?

 

섬뜩하다. 누군가의 상처를 돌아보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소설이라서.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기에 다른 이들의 상처와 아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 결과가 어떤 비극을 이끌어낼지 전혀 상상도 못한 채.

 

전작 <너를 놓아줄게>로 대단한 작가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번 작품도 대단하다. 마치 내가 그 상황에 놓인 듯 빠져들게 만드는 구성과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만한 상황을 토대로 치밀하고 세밀하게 그려낸 시대의 모습이 나를 정신없이 소설 속으로 끌어들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지 않은 채 오늘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정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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