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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
이정연 지음 / 고즈넉 / 2017년 3월
평점 :
금주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대공황 시대에 미국에서 있었던 금주령이다. 마피아가 실체를 갖추게 된 계기가 바로 그 금주령 때문이었고 그 후 수많은 영화, 소설 등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 것이 이런 시대적 상황이었다.
우리나라에도 그에 버금가는 금주령이 내려졌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조 시대에 있었던 극심한 흉년으로 인해 강력한 금주령을 내려졌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내려진 금주령은 유교적 제사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금주령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미국에서 마피아라는 불법 조직이 생겨났듯이 영조 시대에도 몰래 술을 판매하는 검계 조직이 생겼다. 그냥 소설을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장치인가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그게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조직이었다. 표철주라는 검계 조직의 수장도 실존 인물이었고 이를 추적하는 장붕익이라는 이도 포도대장으로 활약했던 인물이었다.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니 소설의 이야기가 그저 허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검계라는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아니 어쩌면 권력의 비호 아래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검계의 실제 주인은 소설에서 드러난 이와 같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검계 조직을 타파하기 위해 힘을 합친 오궤신이 뭉치는 과정, 검계를 조직한 인물들 간의 암투, 혈연으로 얽힌 인연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배신(?)의 과정들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지만 소재도 내용도 극장에서 흥행을 일으킬만하다.
금주령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매개로 그려낸 허구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풍기는 냄새가 그렇게 쉽게 허공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권력을 놓고 다투는 이들의 역겨운 냄새가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