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천자잉 지음, 이지은 옮김 / 사람in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후 변함없는 톤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아무리 중요한 과목이라고 할지라도 끝없이 밀려드는 잠의 유혹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 채 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들고 말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모습이 그랬다.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시지만 못내 눈꺼풀이 잠겨 도통 무슨 얘기인지 알지 못하는 학생의 모습. 딱 그랬다. 중국 철학계를 이끄는 거장 천자잉 교수의 저서이니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내용이 담긴 책인데 책만 펴면 멍해진다.

 

도대체 왜, 왜 그런 걸까? 저자이신 교수님의 스타일 때문일까? 솔직히 그런 면이 적지 않다. 저자의 강의 시간을 상상해보면 낮은 목소리로 별다른 높낮이도 없이 조근하게 수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첫 꼭지부터 그런 느낌이 든다. 도덕과 윤리를 설명하는 용어에서부터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이 퐉 온다. 중요 이론을 비교하며 전달하는 과정도 역시 만만치 않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과정이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듯한 느낌이라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물론 중간 중간 가벼운 톤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이기는 한다. 특히 늘 행복할 수밖에 없는 저팔계 이야기를 읽을 때는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 공효주의(보통은 공리주의로 알고 있는), 니체, 데이비드 흄 등 동서양 철학가들의 사상을 모두 끌어들여 도덕이 무엇인지, 선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등 삶의 총체적인 모습들을 하나하나 그려나간다.

 

한 사람의 사상만 해도 쉽지 않은 데 수많은 이들의 사상을 소개하니 멍한 상태로 500페이지를 읽은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묘한 건 바로 여기서 부터다. 한 번 읽고 나니 다시 읽고 싶어진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가 던진 한 꼭지, 한 꼭지의 화두가 가슴에서 떠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쾌락, 행복, 선, 성선과 성악 등 모든 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과 연결된 것이다. 그저 관념적인 이론만이 아니다. 이론을 토대로 삶에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니 어떻게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올 한 해 이 책을 곁에 두고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련다. 저자가 던진 화두가 내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게 될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